딱따구리가 사는 뒷산엔 조석간 목탁 소리가 낭랑해라. 법력이 높은 딱따구리 스님이 사시나봐. 언젠가 친구 스님 왈 자신은 국중이며 나는 목사이니 양중이라더만, 아무튼 이래저래 스님들이 흔한 이 산골짝. 내게도 암자가 하나 생겼다. 지난달 또닥또닥 소나무에 기대어 지은 트리하우스. 지붕은 없고 그저 높고 푸른 하늘. 마당 한구석 전망 좋은 곳에 앉아 멍때리고 싶었다. 가끔 햇볕 아래 요가도 하고 싶었고, 그래 나무판자 마루를 깐 원두막 같은 걸 만들고야 말았다. 이름을 지었는데, ‘아불암’이라 하였다. 내가 곧 부처임을 아는 일. 또 구약성서의 아브라함을 아불암으로…. 수메르의 작은 도시 갈대아 우르 출신. 고향 친척과 아버지 집을 떠나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먼 순례 여행을 떠났다지. 아브라함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통 조상이 되었다. 아시아에 그것도 내 집에 와서는 불교와 만나 아불암이 되었구나. 암자의 목탁 예불은 딱따구리나 청개구리 차지. 소나기가 내리면 토란 잎사귀에 토독 토도독, 이도 영락없는 목탁 소리렷다.
갠지스 강가에 바바라는 도력 높은 수행자가 살고 있었대. 하루는 한 젊은이가 찾아와 묻기를 “어떻게 해야 신을 만날 수 있습니까?” 바바는 그 젊은이를 물속에 빠트려 머리를 짓누르고선 기절 직전에야 건져냈어. “사… 사람 살려!” 바바가 빙긋이 웃더니 “이보게 젊은이. 물속에서 간절히 숨쉬고 싶지 않던가? 그만큼 간절하게 신을 찾아야 한다네.”
법정 스님의 벗 수연 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무소유》에서 읽은 뒤 오랜 날을 큰 울림으로 간직하고 산다. 두 분은 동안거를 같이 났다. 수연 스님은 구례까지 왕복 80리길을 걸어 탁발을 하고, 약을 사와 달여내 법정 스님의 병구완을 했다. “그토록 간절한 정성에 낫지 않을 병이 있겠는가.” 암자의 목탁 소리, 누군가의 염원과 기도. 보살핌과 자비로 우리 모두가 오늘도 ‘무사히’ 살고 있다.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21.07.15
/ 2022.05.25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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