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기] 할아버지!
오늘 큰딸이 퇴근길에 우리집에 잠시 들렀다. 엊그제 재미난 일이 있었다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딸네 가족이 집 앞길에서 산책을 하는데 아들(일곱살)이
“저기 할아버지 가신다”하면서
“할아버지!” 하고 큰소리로 불렀다고 한다.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한 모습이 나와 비슷해서 멀리서 보고 할아버지로 착각한 것이었다.
“재호야, 할아버지 아니야.” 하니까
손주 녀석이 갑자기 하늘을 쳐다보면서,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고 큰 소리로 할아버지를 불렀다고 한다.
“왜 하늘을 보고 할아버지를 불러?”
그러자 재호가
“할아버지 백살 되어서 하늘나라 가시면 내가 하늘을 보면서 할아버지! 하고 부를 거야”
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잠시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래 재호야, 재호가 하늘을 향해 할아버지! 하고 부르면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대답해 줄 게. 응 나 재호 할아버지다. 재호야! 잘 지내고 있니?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야 해!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을 게~!”
어린 시절 많이 듣고 자란 ‘미운 일곱살’. 할아버지가 하늘나라 가시면 하늘을 향해 “할아버지!” 하고 부르겠다는 손주의 일곱살은 분명 미운 일곱살이 아니다. 마음에 사랑과 정을 가득 담고 있는 귀엽고 예쁜 일곱살이다. 내일 재호를 만나면 품에 꼬옥 안고 등을 토탁여 주어야겠다.
문득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생각났다.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말이다. 죽음을 생각할 때 삶은 더 진지해지고 겸손해진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고 한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 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아라.” 인디언 나바호족의 격언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보람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 2022.05.2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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