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볼프강 호수의 여름/김덕기·방랑자의 넋두리/이철경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방랑자의 넋두리 - 이철경
방랑자의 넋두리 / 이철경
포카라 호수 옆 찻집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네
한참이 지난 후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 거야, 라고
그 한참이라는 시간이 경과 후
사진을 보며 그때를 생각하네
과거 속 박제된
사진 속에 스며 있는
그 기억을 그리워할 거라고
그때 당신과 함께라면
만년설 쌓인 히말라야 눈 속에 묻히더라도
행복할 거라 생각했었지
때로는 죽음이 현실보다 아늑하다고
불현듯 생각하면서
훗날 또, 오늘을 그리워하나니
그래서 더 나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나니
죽음은 그리워하지 않아도
어차피 오는 것
세계 3대 휴양지의 하나로 알려진 포카라에 페와라는 이름의 호수가 있습니다. 호수에 설산들의 하얀 그림자가 하루 종일 스미어 있지요. 배를 타고 노를 저을 때 노 끝에 설산의 그림자가 하얗게 부서지면 “아!” 하는 탄성을 올리게 됩니다. 랄리구라스꽃 핀 저녁의 라이브카페에 모인 세계의 여행자들 속에서 홀로 고독을 느끼는 순간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당신과 함께라면 만년설 쌓인 히말라야 눈 속에 묻혀도 행복할 거라는 생각, 포카라에서 자연스런 일입니다. 아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해 오늘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생각 또한 포카라에서 자연스런 일입니다.
곽재구 시인ㅣ서울신문 2021.03.12
/ 2022.05.12(목)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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