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5) 시간을 조절하라-홍신선의 '누가 주인인가'

푸레택 2022. 4. 23. 21:01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5) / 시간을 조절하라-홍신선의 '누가 주인인가' - 뉴스페이퍼 (news-paper.co.kr)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5) / 시간을 조절하라-홍신선의 '누가 주인인가' - 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5) / 시간을 조절하라-홍신선의 '누가 주인인가' 누가 주인인가홍신선 골동가게의 망가진 폐품시계들 밖으로와르르 와르르쏟아져 나와지금은 제멋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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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5) 시간을 조절하라-홍신선의 '누가 주인인가'

누가 주인인가 / 홍신선 

골동가게의 망가진 폐품시계들 밖으로
와르르 와르르
쏟아져 나와
지금은 제멋대로 가고 있는
시간이여
그런 시간이
인사동 뒷골목 깜깜하게 꺼진 얼굴의
망주석(望柱石)에 모른 척 긴 외줄금 찌익 긋고 지나가거나
마음이 목줄 꽉 매어 끌고 가는
뇌졸중 사내의 나사 풀린 내연기관 속으로
숨어들어
재깍 재까닥 가다가 서다가 하는
이 느림이 삶의 주인이다
우리의 정품이다

-『작가세계』(2003. 봄)

<해설>

  시간이라는 것도 인간 발명품 중의 하나다. 고대사회에서부터 시간 개념을 만들어 썼던 인간이 지금과 같은 단위로 초, 분, 시간, 일, 월, 년을 정확히 개념화한 ‘자전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1600년경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시간의 척도는 동양과 서양이, 고대와 현대가, 철학과 예술이, 뉴튼과 아인슈타인이 완전히 다르다. 사람에 따라서도 다르다. 시간에 쫓겨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늘여서 쓰는 사람이 있다.

  시인은 인사동 뒷골목에서 망주석을 보면서 느린 시간을 생각한다. “뇌졸중 사내의 나사 풀린 내연기관 속으로/ 숨어들어/ 재깍 재까닥 가다가 서다가 하는// 이 느림”이 삶의 주인이요 정품이거늘 우리는 어느새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게 되었다. 시간은 망주석에 긴 외줄금을 찌익 긋고 지나가기도 하고 가다가 서다가 하는 경우도 있으니, 시간의 노예가 되지 말 일이다. 시간의 주인이 될 일이다. 

이승하 시인ㅣ뉴스페이퍼 2019.07.18

/ 2022.04.23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