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3) 가슴 아픈 이별-강형철의 '출향'

푸레택 2022. 4. 23. 20:58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3) / 가슴 아픈 이별 - 강형철의 '출향' - 뉴스페이퍼 (news-paper.co.kr)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3) / 가슴 아픈 이별 - 강형철의 '출향' - 뉴스페이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3) / 가슴 아픈 이별 - 강형철의 '출향'출향出鄕강형철치매 앓는 어머니집 떠나네구부러진 허리 펴지 못하고비척비척 걸으며딸네집 인천으로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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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3) 가슴 아픈 이별-강형철의 '출향'

출향出鄕 /
강형철

치매 앓는 어머니
집 떠나네
구부러진 허리 펴지 못하고
비척비척 걸으며
딸네집 인천으로 떠나네
백구란 놈 두발 모아 뜀뛰며
마당을 긁고
어머니 세멘 브로크 담벼락에 머리를 기대고
백구야
백구야
부르며 우네

무명수건 한 손에 쥐고 
백구야
백구야
부르며 섰네

담벼락의 모래 몇 개
이러시면 안 되잖냐며
무너져 내리네

-『문학나무』(2008. 봄) 

<해설>

  치매 노파가 자기를 따르던 개와 이별하고 있는 장면이다. 화자의 어머니에게 치매가 왔다. 시골에서 더 이상 혼자 살 수가 없는 형편, 인천에 있는 딸네집으로 가게 되었다. 줄에 매어 있는 개(백구)는 노파가 집을 나가려고 하자 두 발을 모아 뜀뛰며 마당을 긁고, 어머니는 “세멘 브로크 담벼락에 머리를 기대고” 운다. 개와의 이별이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어머니는 백구야 백구야 부르며 울더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그예 담벼락에 머리를 찧는다. 개에게는 노파가, 노파에게는 개가 가장 다정스런 벗이었다. 서로 의지하면서 살았는데 운명이 둘을 갈라놓게 되었다. 아무리 치매에 걸린 환자라도 개와의 이별은 사람과의 이별 이상으로 슬픔을 안겨주었다. 개와 사람의 이별 장면을 이렇게 가슴 뭉클하게 표현한 시를 본 적이 없다.

이승하 시인ㅣ뉴스페이퍼 2019.07.16

/ 2022.04.23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