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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4) 부모님의 마음-유경희의 '하얀 거짓말' (2022.04.17)

푸레택 2022. 4. 17. 17:10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74) / 부모님의 마음-유경희의 '하얀 거짓말' - 뉴스페이퍼 (news-paper.co.kr)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74) / 부모님의 마음-유경희의 '하얀 거짓말' - 뉴스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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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4) 부모님의 마음-유경희의 '하얀 거짓말'

하얀 거짓말 /
유경희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목소리라도 들었으면 됐다, 오지 말아라
아픈 데 없으니 니 건강이나 잘 챙겨라
집에 있는 게 제일 좋으니 너희들이나 재미있게 다녀라
잘 먹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오래 살아 모하겠니 너희에게 짐이나 되는 걸
보고플 때마다 패이던 눈가의 주름살
아플 때마다 늘어나던 이마의 주름살
자식들 근심 걱정하느라 수심으로
우뚝 선 나무의 수피처럼 주름이 늘어나고
부모님의 하얀 거짓말이
지금은 내 가슴에서 수액처럼 흐른다

-『공간시낭독회』 제467회 작품집에서

<해설>

자식을 걱정하고,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자식에게 짐이 안 되고픈 부모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 시다. 중년 이상이 되는 세대치고 전화상으로 이런 거짓말을 안 들어본 자식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하얀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사람이 보통의 부모다. 자식은 그 말이 거짓말인 것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무심하게 대한다. 전화 한 통화로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고 효도를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어리석도다 자식들이여. 부모 중 어느 한 분이 병석에 눕거나 돌아가시면 그 말 속에 숨어 있는 진실을 알고 때늦게 후회를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부부지간에 살인사건이 자주 일어나니 무슨 사회현상 같다. 이혼과 재혼이 빈번하므로 의붓자식과 의붓아비, 의붓어미가 생겨나게 마련인데 혈연지간이 아니어도 가족이 되어 의좋게 살면 주변에서도 보기가 좋을 텐데 안 그런 경우가 많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일찍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의붓어미의 손에서 자랐다. 네루다는 기억에 없는 친모보다 양모를 평생 고마워하고 외국에 가서는 그리워했다. 한 소년을 시인으로 만든 것은 칠레의 자연과 의붓어미의 따뜻한 품이었다.

1979년, 구상ㆍ성찬경ㆍ박희진 시인이 만든 공간시낭독회가 어언 467회를 맞아 6월 6일에 행사를 가졌다. 축하드린다. 시가 안 읽히는 것이 안타까워 우리 시의 보급을 위해 만든 모임인데 40년인 지난 지금도 시집은 잘 안 팔린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ㅣ뉴스페이퍼 2019.06.27

/ 2022.04.17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