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2) 필요한 총성-박목월의 '총성' (2022.04.17)

푸레택 2022. 4. 17. 16:56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2) / 필요한 총성-박목월의 '총성' - 뉴스페이퍼 (news-paper.co.kr)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2) / 필요한 총성-박목월의 '총성' - 뉴스페이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2) / 필요한 총성-박목월의 '총성' 총성박목월 청청 우는 엠원의총소리는 깨끗한 것모조리 아낌없이 버렸으므로비로소 철(徹)한 인격(人格)……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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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2) 필요한 총성-박목월의 '총성'

총성 /
박목월


청청 우는 엠원의
총소리는 깨끗한 것
모조리 아낌없이 버렸으므로
비로소 철(徹)한 인격(人格)……
그것은 신격(神格)의 자리다.
그런 맑은 쇳소리
아아 나는 전선(戰線)이 비롯되는
어느 산머리에서
산이 오히려 기겁을 해서 
무너지는 맑은 소리에
감동한다
쩡, 스르르청
엄숙한 것에서
한결 모질게 이룩한 
바르고, 준엄하고, 높고, 깨끗한
뜻의 소리

엠원은 쩡 스르르청
부정한 것의 가슴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다
그 영혼을
꿰뚫고, 바수고, 깨고, 차고
깨우치려 가는 것이다

-『전선문학』 제6호(1953. 9. 1)

<해설>

1916년생인 박목월은 30대 중반에 한국전쟁을 겪었다. 소설에서 흔히 ‘콩 볶는 듯한 소리’로 묘사되는 총성을 박목월은 보통사람들과는 반대로 깨끗한 소리, 맑은 쇳소리로 인식했다. 산이 총성을 듣고 기겁을 해서 무너지는 그 맑은 소리에 화자가 감동하다는 것도 역설적인 인식이다. 총성 속에서 살육이 전개될지라도 산을 울리는 그 소리만은 듣기 좋다는 것일까? 시인은 총성을 바르고, 준엄하고, 높고, 깨끗한 뜻의 소리라고 했다. 아울러 총은 이 세상 모든 부정한 것의 영혼을 꿰뚫고, 바수고, 깨고, 차고, 깨우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반전을 외친 시인들과 달리 박목월은 총의 존재 의의와 총성의 값어치를 비범한 상상력과 색다른 표현 방법으로 논해 보았다. 사람을 죽이는 총성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총성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9주년이 되는 날이다. 총성은 그쳤지만 평화통일의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오늘 6월 25일, 전사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ㅣ뉴스페이퍼 2019.06.25

/ 2022.04.17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