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0) 식물에게도 예의를 - 권숙월의 '예' (2022.04.12)

푸레택 2022. 4. 12. 10:08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0) / 식물에게도 예의를 - 권숙월의 '예' - 뉴스페이퍼 (news-paper.co.kr)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0) / 식물에게도 예의를 - 권숙월의 '예' - 뉴스페이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0) / 식물에게도 예의를 - 권숙월의 '예' 예권숙월 꽃이 예, 자로 보인다눈을 감고 보면 더욱 또렷이ㅇ : 꽃송이 얼굴ㅖ : 가지 뻗은 나무 팔 벌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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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0) 식물에게도 예의를 - 권숙월의 '예'

예 /
권숙월


꽃이 예, 자로 보인다
눈을 감고 보면 더욱 또렷이
ㅇ : 꽃송이
     얼굴
ㅖ : 가지 뻗은 나무
     팔 벌린 사람


꽃, 부르면
예, 대답한다



나는 지지 않는 꽃을 갖고 싶어 아무도 들여다보지 못하는 마음에 예, 라고 썼다.

- 『옷고름 푼 복숭아나무』(시문학사, 2005)

<해설>

예라는 글자를 해체해 보았다. ㅇ이라는 모양은 꽃에게는 꽃송이일 것이고 사람에게는 얼굴일 것이다. ㅖ의 모양이 가지 뻗은 나무라면 당연히, 사람에게는 팔 벌린 모양일 것이다. 앞으로 나란히? 꽃과 나무와 사람과의 교감? 시인이 꽃을 부르면 꽃은 예, 하고 대답한다. 꽃송이는 사람으로 치면 얼굴이다. 가지 뻗은 나무는 팔 벌린 사람이다. 즉, 꽃나무를 온전한 인격체로 간주하고서 그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이 시에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예’는 대답하는 목소리지만 ‘禮’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응’ 혹은 ‘그래’라고 대답하지 않고 ‘예’로 대답하는 것으로 보아 꽃과 사람이 예를 갖추어 대하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권숙월 시인은 들놀이를 가서 꽃나무를 꺾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ㅣ뉴스페이퍼 2019.06.13

/ 2022.04.11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