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1) 눈물겨운 투병기 - 배우식의 ‘목숨은 외롭다’ (2022.04.11)

푸레택 2022. 4. 11. 20:37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1) / 눈물겨운 투병기 - 배우식의 '목숨은 외롭다' - 뉴스페이퍼 (news-paper.co.kr)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1) / 눈물겨운 투병기 - 배우식의 '목숨은 외롭다' - 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1) / 눈물겨운 투병기 - 배우식의 '목숨은 외롭다' 목숨은 외롭다배우식 혓바닥이, 불에 탄 돌덩어리 같다뇌수술로 폐쇄된 콧구멍, 혓바닥이 혼자서 바..

www.news-paper.co.kr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1) 눈물겨운 투병기 - 배우식의 목숨은 외롭다


목숨은 외롭다 / 배우식

혓바닥이, 불에 탄 돌덩어리 같다
뇌수술로 폐쇄된 콧구멍, 
혓바닥이 혼자서 바삭바삭
부서질 것 같은 숨을 삼킨다 
불에 녹아 오그라든 비닐봉지 같은 
목구멍이 오그라든 숨을 삼킨다 
이렇게 코가 막혀 뚱뚱 부은 
목구멍으로 숨을 쉬는 것은 
죽음 속에서 길을 잃은 것보다도 
더 아프고 더 외롭다
중환자실에서 간신히, 간신히 삼키는 
목숨이 온몸을 태운다
바싹 탄 입 속에 섬처럼 떠 있는 
검은 혓바닥으로 죽음이 달려든다
죽음이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달려든다 
죽음이 끌고 가는 검게 탄 목숨 뒤를 
눈동자 둘이 따라간다

울지도 못하고 
죽음아 서둘지 좀 마라, 라는 말이 
눈동자 안에서 쓸쓸히 흩어지고 있었다 

―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고요아침, 2005)

<해설>

배우식 시인은 한쪽 눈 실명에 이어 다른 쪽 눈까지 실명 위기에 처했다. 눈 수술을 앞두고 집 근처 큰 병원에 가서 진찰을 다시 받아보았는데 영판 다른 결과가 나왔다. 뇌종양이 커져 시신경을 눌러 생긴 결과이기에 뇌종양 제거 수술을 해야지 무슨 눈 수술이냐고 오진을 지적했다. 2002년에 국내 거의 최초로 로봇 수술로 광명을 되찾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생과 사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다. 뇌척수가 콸콸 쏟아지고 뇌막이 터지는 위기의 순간을 넘기면서 배우식은 회복에 성공해 시를 썼고 시집을 냈다. 이 작품에는 수술 후 전신마취에서 깨어난 시인이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검은 혓바닥으로 달려드는 죽음! 지금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수술이 어느 병원에서 행해지고 있으리라.

중환자실에서 깨어나니 위로해주는 이 아무도 없는데 의식은 말짱하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수술 전보다 더 심하게 엄습한다. 소생에 대한 희망을 갖기는커녕 “목숨이 온몸을 태운다”는 절망적인 상태에서 자신의 사후 모습을 보기도 한다. 회복이 될 것인지 악화일로로 갈 것인지 모르겠는데 몸은 아프고……. “죽음이 끌고 가는 검게 탄 목숨 뒤를” 따라가는 두 눈동자의 주인공은 자신일 것이다. 저승길은 혼자 가는 법이다. 시인이 직접 겪은 아픔과 절망이라 그런지 실감나는 투병기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ㅣ뉴스페이퍼 2019.06.04

/ 2022.04.11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