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봄꽃산책] 부천 원미산 ‘진달래동산’을 찾아서 (2022.04.05)

푸레택 2022. 4. 5. 20:11

■ 부천 원미산 진달래동산을 찾아서

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2번 출구)→부천종합운동장→부천 원미산진달래동산

오늘은 청명(淸明) 절기에 식목일(植木日), 친구 안정근 대장과 함께 부천 원미산(遠美山) 진달래동산을 찾았다. 눈앞에 펼쳐진 몽환적(夢幻的) 분홍빛 풍광이 그야말로 장관(壯觀)이었다. 군락을 이룬 진달래가 만개하여 원미산 기슭은 온통 분홍빛 꽃 향연을 연출하고 있었다. 원미산 진달래동산엔 어린이도 젊은이도 노인들도 온통 진달래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복사꽃 아니 진달래꽃 만발한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한나절 행복한 봄꿈을 꾸다 나왔다. 코로나로 지친 고단한 몸과 마음이 한껏 위로를 받은 시간이었다.

오늘 원미산 진달래동산 무릉도원에서 봄꿈을 꾸다보니 문득 젊은 시절 강원도에서 군대생활할 때 어느 봄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3년간 군복무한 포병대대는 양구와 인제를 경계 짓는 용늪 대암산(大岩山) 기슭에 위치하고 있었다. 봄이 오면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대암산과 부대 주변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어느 감성 넘치는 한 병사(兵士)가 한아름 꺾어온 진달래꽃은 내무반 전우(戰友)들의 메마른 가슴에 그리운 고향 소식을 듬뿍 안겨주었다. 

진달래꽃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날, 전염병에 시달리는 것도 서러운데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전쟁으로 젊은 생명들이 무참히 짓밟히고 죽어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정말 잔인하고 슬픈 봄이다. 전쟁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잔인한 짓이다. 미친 짓이다. 마침 오늘 원미산 꽃 산행길에서 세계 평화를 간구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한 어느 계관시인의 글귀와 마주쳤다. 세계 평화의 교향곡중 일부이다. 인상 깊어 옮겨 적어본다. 너른 하늘보다도 큰 것이 있다. 그것은 내 생명이다. 큰 바다보다도 깊은 것이 있다. 그것은 당신의 생명이다. 온 우주의 모든 재보(財寶)보다도 존귀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들의 생명이다.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천지에 꽃이 가득하다

젊어서 보이지 않던 꽃들이
이제야 폭죽처럼 눈에 보인다

그렇다. 젊은이들 눈에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보다 더 좋은 연인이 옆에 있기 때문이다. 누가 말했던가.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서니 비로소 꽃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외로움을 느낄 나이가 되니 꽃과 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 간혹 나무와 풀꽃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이들을 보면 참 반갑고 기특한 생각이 든다. 지난 주말 오후 홍릉수목원을 찾았을 때,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 연인 한 쌍이 중년의 탐방객 십여 명 속에 섞여 숲해설가의 해설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았다. 나무와 풀꽃에 관심을 갖는 젊은 청춘(靑春)의 모습이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삶이 고단한 친구여, 벗이여! 세상사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말자.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낙망하지 말자. 무거운 짐 잠시 내려놓고 무릉도원 원미산 진달래동산을 거닐어 보자. 마음의 상처 치유해 주는 따사로운 봄 햇살 쬐며 황홀한 분홍빛에 잠시 넋을 잃어보자. 누가 인생은 소요유(逍遙遊) 소풍 같은 여행길이라 했던가. 누가 인생무상(人生無常) 외로운 인생길 덧없이 흘러간다 했던가.
누가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 한바탕 봄꿈처럼 덧없다 했던가. 우리 진달래 분홍빛 아래서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한바탕 호접몽(胡蝶夢)이나 꾸어 보자꾸나. 어느덧 인생의 봄날은 가고 황혼이 찾아왔네. 청춘을 붙잡아 둘 수 없듯 화사한 이 봄날도 곧 가리라. 친구여, 소중한 봄날 오늘 지금 이 순간을 맘껏 누려 보자꾸나. 이제 우리 소소한 일상에 행복을 느끼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보자꾸나.

먼길 찾아와
원미산(遠美山) 진달래동산으로 안내해 준 안 대장에게 새삼 고마움을 전한다. 모르고 지나쳤으면 원미산 진달래꽃들이 얼마나 섭섭해 했을까.
집에 돌아와서 양귀자의 소설 《천마총 가는 길》을 집어들고 원미동 시인’과 한계령을 다시 읽으며 정겨운 이웃 원미동 사람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정겹고 마음 넉넉한 이웃들이 있어 그래도 아직은 세상은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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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04.05 청명(淸明) 식목일 산행일기

'진달래꽃을 손에 든 병사' 전우회 카페에 알파포대 어느 전우가 올린 사진 / 833포병대대전우회 제공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진달래 / 이해인 (수녀)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 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진달래와 아이들 / 박희진

지금은 없어진 이 땅의 보릿고개
에베레스트 산보다도 높았다는
밑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은
풀뿌리 나무껍질 따위로 연명했죠

허기진 아이들은 산에 들에 만발한
진달래 따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다르데요
어제 숲 속의 샘터로 가는데,

두 아이가 진달래 꽃가지를
흙을 파고 정성껏 심는 것을 보았어요
물론 그들이 꺾은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꺾어서 버린 걸 말예요
나는 집에 돌아와서야 깨닫게 되었지요
그 진달래는 내 가슴속에도 심어졌다는 것을

■ 진달래 능선에서 / 이계윤

진달래 한 송이 지게에 달고
꽃 같은 마음이라야 하느니라 하시던
아버지 그 말씀......

아버지 생전에
지게발통 작대기 장단에
한을 노래 삼아 콧노래 부르시더니

저승 가시는 길에
가난의 한을 씻기라도 하시듯
배움의 한을 씻기라도 하시듯
허리 굽은 능선에 빨갛게
꽃으로 서 계시는 당신

오늘도
진달래 불타는 산 허리춤에
꽃가슴 활짝 열고 계시군요
생시처럼

아버지!
당신 계시는 음택(陰宅)
진달래 타는 불꽃에
가슴이 아려
꽃잎에 이슬이 내립니다

■ 진달래와 어머니 / 설태수

진달래 숲길을 걷고 계신 어머니는
배고프던 옛날에 진달래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고
하신다 진달래 한 송이를 맛보시면서
앞산 진달래를 꺾어 와 부엌 벽 틈마다 꽂아두면,
컴컴하던 부엌이 환했다고 하신다
진달래 맛이 옛맛 그대로라고 하신다
얼핏 어머니의 눈빛을 살펴보니
어머니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계셨다
처녀 적 땋아 내린 긴 머리 여기저기에
진달래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빨간 풍선처럼 이 산 저 산을 마구 떠다니시는 듯했다
(어머니, 너무 멀리 가지 마셔요) 하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산에 피는 꽃이나 사람꽃이나 사람 홀리긴
매한가지라시며,
춘천을 오갈 때는 기차를 타라고 하신다
일주일에 내가 이틀씩 다니는 경춘가도의
꽃길이, 마음에 걸리신 모양이다
어머니 말씀이 제겐 詩로 들리네요
하니깐, 진달래 숲길에서 어머닌
진달래꽃 같은 웃음을 지으신다

/ 2022.04.05(화) 옮겨 적음


추억과 감동을 안겨주는 원미산진달래축제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더라고, 연초록 잎사귀들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가만히 있어도 연초록 물이 들 것 같더라고, 남편은 원미산을 다녀와서 한껏 봄소식을 전하는 중이었다. 원미동 어디에서나 쳐다볼 수 있는 길다란 능선들 모두가 원미산이었다.”

“창으로 내다보아도 얼룩진 붉은 꽃무더기가 금방 눈에 띄었다. 진달래꽃을 보기 위해서는 꼭 산에까지 가야만 된다는 법은 없었다. 나는 딸애 몫으로 사준 망원경을 꺼내어 초점을 맞추었다. 원미산은 금방 저만큼 앞으로 걸어와 있었다. 진달래는 망원경의 렌즈 속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났고...”

“새순들이 돋아난 산자락은 푸른 융단처럼 부드러웠다. 그 다음에 그가 길어온 약수를 한 컵 마시면 원미산에 들어갔다 나온 자나 집에서 망원경으로 원미산을 살핀 자나 다를 게 없었다. 망원경으로 원미산을 보듯...”

양귀자 작가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이다. 양귀자 작가는 사실 부천시민에게 친숙하다. 《원미동 사람들》은 부천의 지명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고마운 작
품이다. 부천시 원미구는 2007년 4월 7일 춘의동주민자치위원회의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원미산 진달래축제에 앞서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소설을 쓴 소설가 양귀자씨의 ‘글비’를 세웠다.

양 작가는 1981년부터 10여 년 동안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에 실제로 살면서 원미동을 배경으로 1980년대를 살아가는 서민생활의 애환과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문체의 《원미동 사람들》은 1987년에 발표됐다. 이후 《원미동 사람들》은 TV드라마와, 연극으로 만들어져 부천시민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과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우리나라 산 중에 진달래 한 그루 없는 곳이 없겠지만, 그 중 《원미동 사람들》의 소설이 배경이 되었던 부천의 원미산 진달래동산의 장관을 빼 놓을 수 없다. 봄이면 10~20년생 진달래 수 만 그루가 군락을 이룬다. 또한 이 소설은 부천 만화정보센터의 거주하는 만화가에 의해 만화로 다시 태어났다. 만화 《원미동 사람들》은 양 작가의 연작소설인 《원미동 사람들》이 만화가 변기현 작가가 다시 살려냈다.

만화도시 부천시는 「2013, 책 읽는 부천」 사업을 통해 시민공모를 진행하여 ‘부천의 책’을 뽑았다. 만화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만화 분야를 추가하여 만화《원미동 사람들》이 부천시민이 뽑은 올해의 만화책으로 선정됐다. 이렇게 《원미동 사람들》의 배경이 된 원미산진달래축제는 해마다 4월에 열린다. 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 2번 출구로 나가서 걸어가면 된다. (2022년 올해는 코로나19로 원미산진달래축제가 열리지 않는다.)

- 부천 생생포털 《생생부천》에서 옮겨 적음

[사진] 부천 원미산 진달래동산에서 촬영

/ 2022.04.05(화)

https://youtu.be/Ozfd9AOL0fw


https://youtu.be/sernXSfOUhc

https://youtu.be/gHZFvkgnUF4

https://youtu.be/LsbHU6fztUE

https://youtu.be/yvvJHkOrbtc

https://youtu.be/T6Ey4jmtJ9I

https://youtu.be/sWuqrapYlYg

https://youtu.be/QEmgrzaQbt8

https://youtu.be/loN_3fsMnX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