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 원미산 ‘진달래동산’을 찾아서
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2번 출구)→부천종합운동장→부천 원미산진달래동산
오늘은 청명(淸明) 절기에 식목일(植木日), 친구 안정근 대장과 함께 부천 원미산(遠美山) 진달래동산을 찾았다. 눈앞에 펼쳐진 몽환적(夢幻的) 분홍빛 풍광이 그야말로 장관(壯觀)이었다. 군락을 이룬 진달래가 만개하여 원미산 기슭은 온통 분홍빛 꽃 향연을 연출하고 있었다. 원미산 진달래동산엔 어린이도 젊은이도 노인들도 온통 진달래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복사꽃 아니 진달래꽃 만발한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한나절 행복한 봄꿈을 꾸다 나왔다. 코로나로 지친 고단한 몸과 마음이 한껏 위로를 받은 시간이었다.
오늘 원미산 진달래동산 무릉도원에서 봄꿈을 꾸다보니 문득 젊은 시절 강원도에서 군대생활할 때 어느 봄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3년간 군복무한 포병대대는 양구와 인제를 경계 짓는 용늪 대암산(大岩山) 기슭에 위치하고 있었다. 봄이 오면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대암산과 부대 주변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어느 감성 넘치는 한 병사(兵士)가 한아름 꺾어온 진달래꽃은 내무반 전우(戰友)들의 메마른 가슴에 그리운 고향 소식을 듬뿍 안겨주었다.
진달래꽃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날, 전염병에 시달리는 것도 서러운데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전쟁으로 젊은 생명들이 무참히 짓밟히고 죽어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정말 잔인하고 슬픈 봄이다. 전쟁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잔인한 짓이다. 미친 짓이다. 마침 오늘 원미산 꽃 산행길에서 세계 평화를 간구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한 어느 계관시인의 글귀와 마주쳤다. ‘세계 평화의 교향곡’ 중 일부이다. 인상 깊어 옮겨 적어본다. “너른 하늘보다도 큰 것이 있다. 그것은 내 생명이다. 큰 바다보다도 깊은 것이 있다. 그것은 당신의 생명이다. 온 우주의 모든 재보(財寶)보다도 존귀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들의 생명이다.”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천지에 꽃이 가득하다
젊어서 보이지 않던 꽃들이
이제야 폭죽처럼 눈에 보인다
그렇다. 젊은이들 눈에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보다 더 좋은 연인이 옆에 있기 때문이다. 누가 말했던가.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서니 비로소 꽃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외로움을 느낄 나이가 되니 꽃과 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 간혹 나무와 풀꽃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이들을 보면 참 반갑고 기특한 생각이 든다. 지난 주말 오후 홍릉수목원을 찾았을 때,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 연인 한 쌍이 중년의 탐방객 십여 명 속에 섞여 숲해설가의 해설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았다. 나무와 풀꽃에 관심을 갖는 젊은 청춘(靑春)의 모습이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삶이 고단한 친구여, 벗이여! 세상사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