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삶의 지혜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뇌 노폐물 청소시간 폰·TV 없는 '착한 잠' 자야 (2022.04.04)

푸레택 2022. 4. 4. 11:32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뇌 노폐물 청소시간 폰·TV 없는 '착한 잠' 자야 (daum.net)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뇌 노폐물 청소시간 폰·TV 없는 '착한 잠' 자야

전통적인 고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잠을 방해하는 것이다. 사람의 신념을 무너뜨리기 위해 잠까지 빼앗는 것은 그만큼 잠이 소중하다는 뜻이다. 잠을 못 자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공식 기네

news.v.daum.net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뇌 노폐물 청소시간 폰·TV 없는 '착한 잠' 자야

최고의 보약 '잠'


전통적인 고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잠을 방해하는 것이다. 사람의 신념을 무너뜨리기 위해 잠까지 빼앗는 것은 그만큼 잠이 소중하다는 뜻이다.

잠을 못 자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공식 기네스북 기록은 1964년 미국의 고등학생이 세운 11일 1분이다. 하지만 기네스북은 건강상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 부문 기록을 곧 폐지했다. 이듬해 핀란드 사람이 11일 12시간이라는 비공식 기록을 세웠다. 영국의 정원사는 2007년 11일 2시간의 기록을 수립했다. 이들의 기록을 보면 인간이 자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한계는 11일 남짓인 듯하다.

◆ 자는 이유

무방비 상태로 삶의 시간 33%를 자는 데 쓰는 것은 에너지 낭비일 뿐 아니라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도 증가시킨다. 그런데도 동물은 잠을 자야 생존할 수 있다. 잠을 자는 이유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진 않았다. 하지만 학계에 몇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첫째, 잠은 야행성 포식자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1997년 과학자들이 생체시계가 파괴된 다람쥐를 야생에 풀어놓자 정상적인 다람쥐보다 훨씬 일찍 포식자에게 잡아먹혔다.

자는 동안 안전하려면 누군가가 보초를 서야 한다. 2017년 미국과 탄자니아의 공동 연구진이 아프리카 원주민 33명의 수면 패턴을 20일 동안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사람이 함께 잠들어 있던 시간은 18분에 불과했다. 자는 시간의 99.8%에 적어도 한 명 이상 깨어 있던 것이다.

포식자들이 어슬렁거리는 동안 불침번을 세운 집단의 생존 가능성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개인별ㆍ연령별 생체시계가 조금씩 다르게 진화했다. 우리 모두 집단의 파수꾼인 것이다.

둘째, 잠이 손상된 뇌를 수리하거나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것이다. 자는 동안 뇌에 쌓인 노폐물이 청소된다는 것은 최근 밝혀졌다. 그 밖에 잠이 휴식을 위해 진화했다는 설, 낮의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설도 있다.

◆ 내 몸의 생체시계

우리는 24시간 주기로 작동하는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 이를 '일주기(circadian cycle)'라 부른다. 수십억 년 전 출현한 박테리아도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 24시간 주기는 지구의 자전으로 생긴 낮과 밤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태양에 의존해 살아가는 우리도 세 종류의 광수용세포를 갖고 있다. 빛의 세기를 감지하는 막대세포, 빛의 색을 감지하는 원뿔세포, 빛의 변화에 따라 생체리듬을 감지하는 세포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토머스 베어는 1990년대 초반 인간의 수면 패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상태에서 생활하도록 주문했다. 처음 얼마 동안 이들은 하루 12시간씩 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수면 시간은 평균 8시간 정도로 줄었다. 재미있는 것은 4시간 정도씩 두 번으로 나눠 잤다는 사실이다. 이는 포유동물의 전형적인 수면 패턴이다.

우리는 왜 두 번으로 나눠 자는 것일까. 2015년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원주민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본 결과 옛날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두 번으로 나눠 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적도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밤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동짓날 밤의 길이는 14시간이 넘는다. 그러니 중간에 깨지 않고 계속 자기란 어렵다. 두 번으로 나눠 자던 습관은 인류가 불로 어둠을 밝히고 야간 활동을 늘리면서 사라졌다.

정상적인 수면 시간은 하루 7~9시간이다. 그러나 인공 조명의 발달과 야간 노동의 증가로 현대인의 수면 시간은 점차 줄고 있다. 우리는 100년 전 살던 세대보다 1시간 이상 덜 잔다. 그 결과 현대인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생체리듬의 혼란을 겪고 있다.

현대인의 수면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사회적 시차(social jet lag)'다. 사회적 시차는 교대근무하는 사람이나 밤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거나 주말에 잠을 몰아 자는 사람들에게서도 수면 패턴의 교란이 일어난다.

나이가 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기고 사소한 자극에도 잠에서 쉽게 깨어난다. 중년 이후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청년 시절에는 별 영향이 없지만 나이가 들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조금만 높아져도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아진다.

조명 발달로 100년 전보다 수면시간 1시간 줄어
현대인 야간근무·교대근무로 수면 패턴 교란
수면 결핍은 우울증·기억력·판단 능력 영향
6개월 이상 야간근무 女 유방암 발생률 1.5배
4~5시간 잔 사람 교통사고 발생률 4배나 늘어
푹 자려면 외부 자극으로부터 완전히 격리해야

만성적 수면 결핍은 삶을 파괴한다. 수면 결핍은 판단 능력 및 반응 속도, 우울증과 불안, 면역 기능, 암, 신경퇴행성 질환, 비만과 당뇨, 심혈관계 질환 및 뇌출혈, 집중력 및 기억력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는 수면이 생존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수면 결핍은 현대인에게 재앙이다.

잠이 부족하면 술을 마신 사람처럼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36시간이나 못 잔 젊은이의 뇌는 60대 노인의 뇌와 같다. 잠이 부족할 때 멍청해지는 것은 뇌가 수면 부족을 비상사태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잠이 부족하면 뇌는 심장과 근육에 포도당을 공급하고 생존 모드로 돌입한다. 생존 외에 아무것에도 신경 쓸 틈이 없을 때 우리는 이성적으로 판단할 여력을 잃는다.

6개월 이상 야간에 근무한 여성은 유방암 발생률이 1.5배 높다. 하루 6시간도 못 자는 사람은 조기 사망률이 높다. 4~5시간밖에 못 잔 사람의 교통사고 발생률은 4배 정도 높다. 일터에서 사고당할 확률도 2.7배 높다. 못 자면 결국 목숨을 잃는 것이다.

◆ 잘 자는 법

수면은 얕은 잠에서 깊은 잠을 오가며 90분 주기로 반복된다. 7시간30분 동안 잤다면 주기는 다섯 번 반복된 것이다. 한번 잠에서 깨어나면 아무리 애써도 90분 안에 다시 잠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럴 때는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 다른 일을 하다가 피곤해지면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그렇다면 빨리 잠드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자기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다. 체온이 낮아야 쉽게 잠들 수 있다. 잠자리에 들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손발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손발이 따뜻해지는 만큼 체온은 내려간다. 반대로 지나치게 따뜻한 잠자리는 잠을 방해한다. 자기 전 격렬한 노동이나 운동은 체온을 높이니 삼가야 한다.

둘째,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다. 취침 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체온이 상승한다. 야식은 건강에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수면까지 방해한다. 특히 매운 안주에 술을 마시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매운 음식은 체온을 상승시켜 자주 깨게 한다. 카페인 음료가 수면을 방해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대신 따끈한 우유를 마시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셋째,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파란 빛을 피하는 것이다. 생체리듬 감지 시각세포는 외부에서 오는 파란 빛 감지로 생체시계를 조절한다. 밤에는 스마트폰·TV·컴퓨터 같은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파란 빛을 접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독서나 음악 감상을 하는 게 낫다.

넷째, 수면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엎드려 자거나 공포 영화를 본다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악몽에 시달릴 수 있다. 좌우로 흔들리는 침대에서 자면 빨리, 깊이 잠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더운 여름밤, 잠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지그시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뇌를 쉬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나 TV를 보며 쉬는 것은 효과가 없다. 푹 자려면 외부 자극으로부터 뇌를 완전히 격리해야 한다.

이용범 소설가ㅣ아시아경제 2019.08.12

/ 2022.04.04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