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봄꽃산책] (2) 얼레지, 현호색, 깽깽이풀, 복수초, 미치광이풀.. 홍릉수목원 (2022.04.02)

푸레택 2022. 4. 2. 19:47

얼레지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원추리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동의나물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미치광이풀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미치광이풀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미치광이풀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박새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금낭화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산마늘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복수초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백작약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깽깽이풀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현호색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현호색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현호색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제비꽃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국립산림과학관(홍릉수목원) 정문앞 2022.04.02 촬영

[봄꽃산책] 얼레지, 현호색, 깽깽이풀, 복수초, 미치광이풀, 제비꽃

2022.04.02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 점봉산 얼레지 / 최두석

진동리 설피밭에서
얼레지 나물로 밥 먹고
점봉산에 올라
얼레지가 두 손 벌려
꽃을 받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움이 튼 지 오년 넘게
혼신의 힘을 모아야 피는 꽃 한 포기가
한 젓가락의 반찬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식욕을 슬퍼하며
마치 외면하듯
고개를 돌리고 핀 꽃에
머리를 박고 입을 맞춘다
흔히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 말하지만
한갓 장난이나 장식으로
함부로 꽃을 꺾는 이가
꽃보다 아름답기는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 얼레지 / 김선우

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이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 한 꽃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 금산 잔설이 남아 있던 둔덕에
딴딴한 흙을 뚫고 여린 꽃대 피워내던
얼레지꽃 생각이 났습니다
꽃대에 깃드는 햇살의 감촉
해토머리 습기가 잔뿌리 간질이는
오랜 그리움이 내 젖망울 돋아나게 했습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이래
바람이 꽃대를 흔드는 줄 아니?
대궁 속의 격정이 바람을 만들어
봐, 두 다리가 풀잎처럼 눕잖니
쓰러뜨려 눕힐 상대 없이도
얼레지는 얼레지
참숯처럼 뜨거워집니다

■ 그 곱던 얼레지꽃 - 어느 정신대 할머니에 부쳐 / 박남준

다 보여 주겠다는 듯, 어디 한번 내 속을 아예 들여다보라는 듯
낱낱의 꽃잎을 한껏 뒤로 젖혀 열어 보이는 꽃이 있다
차마 눈을 뜨고 수군거리는 세상 볼 수 있을까
꽃잎을 치마처럼 뒤집어 쓰고 피어나는 꽃이있다
아직은 이름 봄빛, 이 악물며 끌어모아 밀어올린 새 잎에
눈물자위로 얼룩이 졌다 피멍이 들었다
얼래꼴래 얼레지꽃 그 수모 어찌 다 견뎠을까
처녀로 끌려가던 연분홍 얼굴에
얼룩얼룩 얼레지꽃 검버섯이 피었다
이고 선 매운 봄 하늘이 힘겹다 참 고운 얼레지꽃

- 시집 『적막』 (창비, 2005)

[감상]

얼레지는 잎의 얼룩이 마치 피부에 나는 어루러기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재가 앞발을 치켜들고 벌떡 일어선 모습과 비슷하다하여 가재무릇이라고도 불린다. 이와 비슷하게 발음되는 엘레지(elegy)는 본디 ‘슬픔의 시’ 혹은 ‘죽은 이에 대한 애도의 시’를 뜻하는데, 18세기 슬픔을 노래한 악곡의 표제로 널리 쓰였다. 엘레지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비가(悲歌) 쯤 되겠는데, 과거 이미자에게 ‘엘레지의 여왕’이란 수식이 늘 따라붙곤 했다. 그리고 숭하게도 순우리말 ‘엘레지’는 ’구신(狗腎)’ 즉 개의 음경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백합과에 속하는 꽃들의 형상이 대개 그렇듯이 ‘다 보여 주겠다는 듯, 어디 한번 내 속을 아예 들여다보라는 듯’ ‘낱낱의 꽃잎을 한껏 뒤로 젖혀 열어 보이’고 있다. 그래서 향기를 머금지 못해 향기 없는 꽃이 되었다. 시인은 ‘정신대 할머니’를 이 얼레지에다 비유했다. 할머니들이 겪었던 수모와 그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두고 ‘꽃잎을 치마처럼 뒤집어쓰고 피어나는 꽃’이라 했다. 그 험악한 세월의 기억들을 어찌 가슴에 안고 맨 정신으로 살아올 수 있었을까. 그래서 많은 할머니들은 서둘러 생명줄을 내려놓거나 정신줄을 놓아버렸으리라.

그분들의 삶은 하나같이 억울하고 원통하였으나, 아픔을 딛고 꿋꿋하게 일어서신 할머니들도 적지 않다. 그 기운데 인권과 평화를 위해 큰 발자취를 남겨주신 김복동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아름답고 용기 있는 삶을 말씀과 행동으로 보여주신 대표적인 분이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뿐 아니라 무력분쟁 중에 만연하게 자행되는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평화 나비가 되어 평화운동을 이끌어 오셨다. 매주 수요일마다 거리로 나가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 모두가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며 오랜 기간 호소해 왔다.

오래전 명절날 아버지보다 가방끈이 조금 긴 작은아버지께서 차례를 지낸 뒤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6.25동란 피난길, 여인네의 흰 무명치맛자락에서 남자의 정액으로 얼룩진 자국을 숱하게 보았다는. 행위지가 적군만이 아니라는. 역사나 우리 전쟁소설에서 정직하게 그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는. 전쟁나면 가장 불쌍한 게 여자와 어린애라는. 아무려면 여자애를 정신대로 끌고 간 일본만 했겠냐는 김복동 할머니와 비슷한 연배인 어머니의 말씀도. 그게 다 전쟁의 비극 아니겠냐며 살아계시면 올해 꼭 만 100세가 되실 아버지의 탄식도 생생하다.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에서 오는 활동가들을 향해서도 힘내라고 격려하며,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향해서 전쟁이 없고, 다시는 성폭력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호소해 왔다. “나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이지만, 그래서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서 우리에게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라고 싸우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지금 세계 각지에서 우리처럼 전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들을 돕고 싶습니다.”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한국 국민으로서 사죄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열심히 나비기금을 모아서 지원하겠습니다. 앞으로 커가는 후손들과 어린애들은 절대로 전쟁을 겪어선 안 되니, 모든 나라에서 전쟁이 없도록 힘써주면 좋겠습니다.” 5년 전 베트남 전쟁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사죄하며 하신 말씀이다. 콩고와 우간다 등 세계 무력분쟁지역의 성폭력피해자들은 할머니를 향해 당신은 우리의 영웅, 우리의 마마, 우리의 희망이라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일본군위안부 생존자들의 운동이 전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더 강한 목소리로, 더 넓게 확산시켜가는 그 중심에 김복동 할머니가 계셨다. 국경을 초월한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초국가적인 연대는 이 세상을 평화로 만들고, 전시 성폭력 피해의 재발을 막는데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할머니는 일본대지진 당시 피해자 돕기 모금을 제안하고 맨 먼저 성금을 기부한 휴머니스트였다. 마지막 순간에도 재일조선학교 어린이들을 보살펴달라시며, 그 어린이들과 아프리카 내전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셨다. 김복동 할머니는 단순한 일본군성위안부 생존자 가운데 한분이 아니셨다.

죽기 전에 좋은 세상을 보고 하루라도 다리 쭉 뻗고 살다가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게 소원이라요. 할머니의 소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유훈대로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아내야겠다. 이승에서의 평화의 날개 짓을 멈추고 훨훨 저 세상으로 날아가셨으나, 피멍든 역사를 밝혀낸 할머니의 용기와 세계평화를 위한 운동의 맨 앞줄에 당당히 서신 강단은 우리들의 양심을 뒤흔들어 깨웠다. ‘검버섯’ ‘얼룩얼룩’했으나 모진 삶을 승화시킨 누구보다 아름답고 ‘참 고운 얼레지꽃’이었다. 할머니의 명복을 빈다.

글=권순진 시인ㅣ대구일보 2019.01.31

/ 2022.04.02(토) 옮겨 적음


[봄꽃산책] (3) 진달래, 개나리, 히어리.. 홍릉수목원 (2022.04.02) (daum.net)

 

[봄꽃산책] (3) 진달래, 개나리, 히어리.. 홍릉수목원 (2022.04.02)

[봄꽃산책] 진달래, 개나리, 히어리 / 2022.04.02(토) 홍릉수목원에서 촬영 ■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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