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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기의 걷는 자의 기쁨] 월류봉 둘레길, '시름'을 밟다 (2022.03.19)

푸레택 2022. 3. 19. 19:54

[박성기의 걷는 자의 기쁨] 월류봉 둘레길, '시름'을 밟다 (daum.net)

 

[박성기의 걷는 자의 기쁨] 월류봉 둘레길, '시름'을 밟다

물소리 바람소리 들려오는 곳달도 사람도 머물다 간 곳, 걱정도 훠이~훠이~ 초강천과 석천 합수지점.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경상북도 상주에서 출발한 석천(石川)이 황간에서 초강천(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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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천과 석천 합수지점.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박성기의 걷는 자의 기쁨] 월류봉 둘레길, '시름'을 밟다

 

물소리 바람소리 들려오는 곳
달도 사람도 머물다 간 곳, 걱정도 훠이~훠이~

 

경상북도 상주에서 출발한 석천(石川)이 황간에서 초강천(草江川)과 어우러진다. 달이 머물다 간 월류봉(月留峰)을 휘돌아 금강으로 내달린다. 입하(立夏)가 막 지난 더위에도 눈을 가득 채우는 경치에 마음은 상쾌하다.

돌다리를 건너는 등산객.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달이 머물다 간 월류봉

월류봉 맞은편 광장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벽으로 마주한 우뚝 솟은 월류봉은 오른쪽으로 낙타 등처럼 다섯 봉우리가 연달아 잇따른다. 월류봉 산자락 끝 절벽에 공중에 떠있는 듯 보기에도 수려한 월류정(月留亭)이 있다. 굽이치는 초강천은 절벽을 휘돌아나간다. 옥천을 지나온 나그네가 추풍령을 넘기 전 월류봉 아래에서 고단한 몸을 잠시나마 달에 견주며 머물렀으리라. 첩첩한 산중을 지나 물목을 교역하려 봇짐을 졌던 보부상과 과객이 같은 맘으로 이곳에 들러 시름을 달랬겠다.
월류봉 광장을 지나니 송시열 선생의 한천정사(寒泉精舍)와 송우암유허비(宋尤庵遺墟碑)가 눈앞에 나타났다. 송시열이 한청정사를 짓고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월류봉 일대의 경치에 반해서란다. 이곳은 본디 냉천팔경(冷泉八景)이라 불렀는데 시간이 흘러 한천정사의 한(寒)을 따서 한천팔경(寒泉八景)으로 바꿔 불렀다 한다.

반야사 일주문.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석천과 초강천

송우암유허비를 지나 도착한 곳은 원촌교 다리 앞이다. 이곳은 경북 상주에서 내려오는 석천과 영동의 물한계곡에서 흘러온 초강천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합류한 강은 월류봉을 지나 30여킬로를 달려 금강으로 흘러간다. 원촌교 다리를 건너면 석천이다. 사군봉에서 내려온 산자락은 석천과 맞닿았다. 강을 따라 내내 물소리를 벗 삼아 걸었다.
길섶엔 민들레 홀씨가 군락을 이뤘다. 살살 부는 바람에도 홀씨는 이리저리 흩날린다. 한 송이 입에 대고 훅 부니 풀풀 홀씨가 날리고 이내 보송보송하던 홀씨는 다 날아가고 꽃대만 남았다. 봄의 마지막을 장식하듯 길가를 장식한 붓꽃이며 진보라의 수레국화와 지천을 노랗게 물들인 씀바귀가 길손을 반긴다. 꽃구경에 해찰하면서 걷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반야사 대웅전.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반야사 호수

두번째 다리인 완정교를 지나 세번째 다리인 백화교를 가로질렀다. 백화마을을 지나 2킬로쯤 걷다보니 석천을 건너는 돌다리가 보였다. 반야교다. 반야교를 건너가는 길이 있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직진하여 반야사 호수로 향했다.
충북 영동군 황간과 경북 상주시 동면 경계를 이루는 백화산 계곡을 따라 상주에서 흘러 내려오는 깨끗한 석천이 태극문양으로 산허리를 감아 돌면서 안쪽 깊은 곳에 반야사를 이뤘다. 반야사 숲길은 온통 연록으로 물들었다. 종무소를 지나 대웅전으로 향했다. 스님의 목탁소리와 바람에 이는 풍경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대웅전 앞마당엔 수많은 연등이 각자의 염원을 담고 걸려있다. 조용하다. 경건한 마음들이 모여 차분해진 탓이리라. 극락전 앞 베롱나무(목백합나무)는 천수보살의 손마냥 가지를 뻗었고 산굽이를 돌아 흐르는 맑은 석천의 물 위로 비친 나뭇가지에 꽃 한송이가 얹혀있었다.

보물1371호 반야사3층석탑.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월류봉(月留峯) - 홍여하(洪汝河·1621∼1678)

해 저문 빈 강에 저녁 안개 자욱하고
찬 달이 고요히 떠올라 더욱 어여뻐라
동쪽 봉우리는 삼천 길 옥처럼 서서
맑은 달빛 잡아놓아 밤마다 밝네

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ㅣ머니S 2019.05.31

/ 2022.03.19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