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요지마력 일구견인심
(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
먼 길을 가 봐야 그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흘러야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노요(路遥)와 마력(馬力)은 좋은 친구였다. 노요의 부친은 부자였고, 마력의 아버지는 그 집 종이었다. 비록 두 사람은 주종 관계였지만 사이가 좋아 같이 공부하고 놀곤 했는데 어느덧 두 사람은 장성하여 결혼을 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노요는 재산과 세력이 있어 배필 얻는데 아무 걱정이 없었으나 마력은 너무 빈곤하여 낙담하고 있던 차에 색시감을 소개받았지만 예물을 구할 길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마력은 같이 공부한 노요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노요는 돈을 빌려 주는 대신에 신혼방에서 자신이 마력 대신 신부와 사흘 밤을 지내게 해 달라고 하였다.
마력은 화가 나 어쩔 줄 몰랐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응락하고 말았다. 마침내 좋은 날을 택하여 결혼을 올렸고 마력은 고통의 사흘을 보냈다. 나흘째 되는 날, 날이 어두워지자 마력은 신혼방에 들었다. 너무나 고뇌에 차서 베개를 끌어안고 바로 잠자려 하였다.
그런데 신부가 말하기를, “서방님, 어찌하여 처음 사흘은 밤새 앉아서 책만 보시더니 오늘은 홀로 잠드시려 하십니까?” 마력은 그제서야 노요가 한바탕 장난을 친 것을 알고 크게 기뻐하였다.
이후 마력은 친구에게 신세진 것을 갚기 위해 밤을 낮 삼아 공부하여 마침내 도성에 올라가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관직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노요는 사람이 호탕하여 베풀기를 좋아하여 결국은 물려받은 재산을 다 탕진하고 궁핍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하루 연명하기가 힘들어지자 옛적에 도와준 친구 마력을 생각하고는 부인과 의논한 후 도성으로 마력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다. 마력은 노요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한 잔, 또 한 잔을 권하며 노요가 사정 설명을 하여도 듣는 척도 아니하였다.
며칠이 지나자 마력은 “노요형, 형수님 기다리시니 집으로 가야지요.” 하며 노요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노요는 기가 막혔지만 어찌할 도리없이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동네 입구를 들어서는데 자기 집 쪽에서 통곡 소리가 크게 나는 게 아닌가. 부랴부랴 집으로 가니 부인이 관을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노요를 본 가족들은 깜짝 놀라며 기뻐하였다. 사정을 들어보니 마력이 사람을 시켜 관을 보내며 노요가 도성에서 급병을 얻어 약도 못쓰고 죽었다는 것이었다.
가족들은 이 일이 어찌된 까닭인가 하여 관을 열어보았다. 그 관 속에는 금은보화가 가득하였고, 그 위에 편지 한 장이 올려져 있었다.
”노요형이 우리 신혼 사흘을 지켰으니, 나도 형수님을 한바탕 울게 하였소.”
참 아름다운 우정입니다. 한평생을 살면서 이런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훌륭한 인생이겠지요.
/ 2022.02.14 《받은 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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