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삶의 지혜

[좋은 글] ‘눈물의 부탁’, ‘녹명(鹿鳴), 사슴의 울음소리’ (2022.02.14)

푸레택 2022. 2. 14. 23:13

■ 눈물의 부탁

서울 근교에 건실한 중소기업이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나이가 드셨는데 직원들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었고 사랑을 베풀어 주었으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젊은 직원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해 주는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어느날 출근한 경리 여직원이 금고에 있던 돈 200만원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한 여직원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수사 끝에 범인을 잡았습니다. 범인은 몇 달 전에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평상시엔 말도 없이 일을 잘하는 직원이었습니다.
     
검찰로 넘겨진 직원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판결이 있는 날 사장님은 피해자 신분으로 증언대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판사의 마지막 말을 하시라는 권유에 사장님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판사님께 마지막으로 부탁을 한가지만 드려도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판사가 고개를 끄떡이자 조용히 부탁을 드렸습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여기 이 젊은이를 구속을 시킨다면 젊은이는 이 사회에서 완전히 낙오자가 되지 않을까요? 돈을 잘 간수하지 못한 저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가 데리고 있으면서 잘 가르치겠습니다. 저와 제 직원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발 부탁을 드립니다.“ 
     
진심을 담아 눈물을 흘리며 간곡하게 부탁을 하는 사장님을 바라본 판사는 잠깐동안 무엇인가 생각을 하더니 조용히 말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일단 나가 계십시오.

얼마후 법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장님의 눈에 멀리서 뛰어오고 있는 직원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판사는 직원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장님도 눈물을 흘리며 부탁하는 점을 정상 참작으로 받아들여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직원을 풀어 주었습니다.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직원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아니다. 젊었을 때는 누구나 실수도 하는 게 아니겠나? 괜찮다. 이제 그만 회사로 가자!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전 직원이 입구에 서서 사장님과 직원을 향해 박수를 치면서 환영을 했습니다.

다음 날 사장님이 퇴근을 하려는데 한 아주머니가 찾아왔습니다. 그 직원의 어머니였습니다 

사장님 제 아들이 잘못을 저질러 정말 죄송합니다. 아버지 없이 저 혼자 키우다 보니 잘못을 깨닫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제 아들을 용서해 주시고 다시 일할 수 있게 해 주시니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사장님은 계속 울고 있는 직원 어머니를 위로하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어머니. 걱정마시고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제가 잘 가르치겠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간 후 사장님의 눈에 탁자에 놓여진 봉투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직원의 어머니가 놓고 200만 원이 들어있는 봉투였습니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힘든 일을 감당하셨을까? 사장님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장님은 그 길로 전 직원을 마트로 데리고 가서 과자를 잔뜩 산 뒤 고아원으로 데려갔습니다. 고아원 원생들은 전부터 사장님을 알고 있었는지 사장님을 보더니 모두 뛰어와 사장님 품에 안겼습니다. 과자를 골고루 다 나눠준 후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어릴 적엔 이곳에서 자랐고 나도 한때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고아원 돈을 몰래 훔치다 걸려서 경찰서로 끌려 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원장님이 경찰서에서 나의 앞날을 위해 용서해 달라고 눈물의 부탁을 해 주신 덕분에 곧장 풀려났고, 그 덕분에 나는 새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라는 고백이었습니다.

그리고 잘못을 저질렀던 직원을 앞으로 나오게 한 후에 어머니가 가져온 봉투를 건네주면서 다음과 같은 부탁을 했습니다.

이것을 어머니께 갖다 드려라. 이것은 어머니의 눈물이니 절대 잊지 말고 평생 효도를 하면서 그 눈물을 닦아드려야 한다.

직원들과 원생들의 등 뒤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햇빛이 노을빛에 반사되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장님의 간곡한 부탁 한 마디가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서 한 젊은이의 꿈을 다시 피울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워줄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도 어려운 사람과 이웃을 위하여 눈물의 부탁을 할 수 있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물의 부탁으로 미래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되찾게 해 준다면 그는 얼마나 행복해 할까요?

서로 믿어주고 배려해 주는 가운데
눈물이 기쁨으로 바뀌어지는, 미래가 밝게 빛나는 세상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녹명(鹿鳴), 사슴이 운다

녹명이란 ‘사슴 록(鹿), 울 명(鳴)’ 즉,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다른 배고픈 사슴들을 부르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입니다. 세상에 이처럼 아름다운 울음소리가 또 있을까요? 수많은 동물 중에서 사슴만이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자고 동료를 부르기 위해 운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울음소리를 당신은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여느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은 숨기기 급급한데, 사슴은 오히려 울음소리를 높여 함께 나눈다는 것입니다. 시경(詩經)에는 이 ‘녹명’을 사슴 무리가 평화롭게 울며 풀을 뜯는 풍경을 어진 신하들과 임금이 함께 어울리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이렇게 ‘녹명’에는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형 카인이 동생 아벨을 쳐 죽이는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이지요. 부모는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 사랑했는데, 그 형제들끼리는 왜 역사 속에서 서로 죽고 죽이며 싸워야만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권력과 돈 앞에서는 왜 형제가 아닌지, 가족이 아닌지 가슴이 먹먹합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아들인 이방원은 자신의 동생들을 잔혹하게 죽입니다. 오늘날 재벌가의 유산 상속 분쟁에서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한정된 재화나 권력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비극적 사실을 자주 보아왔습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는 너를 잡아먹어야 하고, 내가 성공하기 위해 너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현실들이 슬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써서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작가로 유명해진 리처드 도킨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보호하면 그 남이 결국 내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 협력하는 것은 내 몸속의 이기적 유전자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도킨스의 주장은 약육강식으로 이긴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상부상조를
종(種)이 더 우수한 형태로 살아남는다는 게 도킨스의 주장입니다. 결국 이기심보다 이타심, 내가 잘 살기 위해 남을 돕는 것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세상에는 셀 수도 없는 소리들로 넘칩니다. 개도 울고, 닭도 울고, 심지어 하늘과 바람도 운다고 합니다. 사람 역시 좋아도 울고, 슬퍼도 울고, 이별에 울고, 감격에 겨워도 웁니다. 시인 조지훈은 '울음이란 지극한 마음이 터지는 구극의 언어'라고도 했습니다.

혼자만 잘 살고 잘 먹으면 개나 돼지와 다를 게 없습니다. 함께 살고 함께 먹어야지요. 그것을 우리는 자리이타(自利利他)라고 합니다. 자리이타는 남도 이롭게 하면서 자기 자신도 이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로움을 나의 이로움으로 삼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한낱 미물인 사슴도 먹이를 찾으면 녹명으로 무리를 불러 모아 함께 먹는다는데 우리도 따뜻한 말 한 마디에서 우러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지요?
당신의 아름다운 소리는 누군가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고 좀 더 따뜻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요?


/ 2022.02.14 《받은 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