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한여름 밤, 빛나는 궁, 설레는 맘 (daum.net)
ㅣ달빛 아래 누리는 수원 화성행궁의 정취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어둠이 내려앉은 풍경은 낮과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밤이 주는 특별한 감성에 화려한 조명이 더해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특히 궁궐 곳곳에 조명이 켜지면 동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가 피어납니다. 달빛 아래 고궁을 거니는 정취는 이루말할수없는 즐거움과 낭만이 있습니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감미로운 수원 화성행궁으로 갑니다. 화성은 밤이면 화려하게 변신을 합니다. 도심을 감싸는 5.5km 성곽에 조명이 들어와 더 웅장하고 황홀합니다. 화성행궁 근처에는 공방거리, 나혜석생가터 등 둘러볼 곳도 많습니다. 수원통닭거리도 빠뜨리면 안되겠죠. 매향통닭, 용성통닭, 진미통닭, 남문통닭 등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통닭 가게에서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온다. 이럴땐 낮보다 밤이 반갑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특별한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수원 화성행궁(사적 478호)으로 떠나자.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는 은은한 조명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달빛 아래 고즈넉한 궁궐을 걷다 보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살아나고, 사랑하는 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이 새록새록 쌓인다.
화성행궁은 친구나 연인,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골고루 사랑받는 야경 명소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관광 100선'에 들기도 했다. 지난해 야간 개장 인기에 입소문이 퍼져 관심도 높아졌다. 올해는 조명과 음향 효과를 한층 세심하게 구성해, 더 운치 있는 야경을 준비했다.
행궁은 임금이 머문 임시 궁궐로, 평소에는 관아로 사용하기도 했다. 화성행궁은 고상하고 기품 있는 건축물 덕분에 '왕의 남자' '대장금' '이산' 등 영화와 드라마에도 여러 번 등장했다.
화성행궁의 색다른 매력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부터 볼 수 있다. 궁궐 곳곳에 조명이 켜지면 동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가 피어난다. 화성행궁 밤 산책은 '국왕의 새로운 고향'이라는 뜻이 있는 신풍루(新豊樓)에서 출발한다. 궁궐로 들어가면 '달빛 정담'이라는 글자 옆에 달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눈에 띈다.
단아하게 빛나는 초롱을 따라가면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를 연 봉수당(奉壽堂)이다. 화성행궁의 중심 건물로, 지난해와 달리 실내에 부드러운 조명을 설치해 신비로움을 더했다. 몽환적인 봉수당의 아름다움에 걸음을 멈춘다. 방에서 누군가 나올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봉수당에서 정담을 나눈 혜경궁 홍씨와 정조를 상상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봉수당 옆에는 정조가 노년을 보내기 위해 지었다는 노래당(老來堂)이 있다. 이름도 '늙음이 찾아오다'라는 뜻이다. 어둠이 내리면 11~14분짜리 영상을 상영한다. 수원 화성과 정조대왕 능행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노래당 옆은 낙남헌(洛南軒)이다. 화성행궁이 철거된 일제강점기에 훼손당하지 않은 건물로, 특별 과거와 군사들의 회식 등 각종 행사를 치렀다. 낙남헌 앞에는 '달토끼 쉼터'라는 포토 존이 있다. 여기도 보름달 조명이 설치되어 기념사진을 찍으며 고궁의 밤을 즐기기 좋다.
낙남헌부터는 청사초롱이 어둠을 밝힌다. 숲속에 들어앉은 미로한정(未老閒亭)을 향해 계단을 오르면, 가지런한 궁궐 지붕과 현란한 도시 불빛이 어우러진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상쾌하고, 풀벌레 소리에 마음이 차분하다. 바닥에는 나비 모양이 어른거린다. 아련한 분위기에 젖어 걷다 보면 화성행궁 전경과 수원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미로한정이 나타난다. 한여름 밤의 낭만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잠시 정자에 앉아 여유를 누려보자. 마음에 시나브로 작은 틈이 생기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들를 곳은 화령전(華寧殿, 사적 115호)이다. 정조의 어진이 있는 건물로 단순하지만 견고하다. 화령전의 운한각(雲漢閣)과 복도각(複道閣), 이안청(移安廳)은 지난해 보물 2035호로 지정됐다. 검소하지만 격조 있는 건물을 부각하기 위해 건물 밖 조명에 공을 들였다. 화성행궁에 흐르는 국악과 달리, 화령전에는 처연한 대금 독주가 나온다. 대금 선율과 함께 화령전을 돌아보면 생각이 한없이 깊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때문에 비대면 관람 형태로 운영한다. 지난해와 달리 내부 체험 행사는 운영하지 않는다.
수원 화성(사적 3호)도 밤이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도심을 감싸는 5.5km 성곽에 조명이 들어와 더 웅장하다. 특히 화서문(華西門)에서 장안문(長安門) 구간은 경사가 거의 없어, 성곽 야경을 보며 가볍게 걷기 좋다. 장안문과 팔달문(八達門) 등 사대문도 조명을 받아 더 장엄하다.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 보물 1709호)과 용연(龍淵) 주변은 밤마실 명소다. 소곤소곤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평화롭다. 7월부터 화홍문(華虹門)과 방화수류정 일원에서 영상 조명 프로젝트 '빛의 산책로'를 운영하고 있다.
성곽 야경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계류식 헬륨 기구 '플라잉수원'을 타보자. 150m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수원의 밤은 감탄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황홀하다. 하늘에서 보면 굽이치는 성곽이 더 인상적이다. 짜릿한 스릴은 덤. 날씨에 따라 운행을 결정하기 때문에 미리 확인이 필요하다.
화성행궁 근처에는 둘러볼 곳이 많다. 화성행궁을 등지고 서면 오른쪽에 아기자기한 공방거리가, 왼쪽에 나혜석생가터가 있다. 공방거리에서는 민화와 자수, 도자, 목공예 등 다양한 작품을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다. 공방거리를 돌아보고 나혜석생가터로 향한다. 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서양화가다. 꽃으로 장식한 생가 터와 벽에 나혜석 작품을 그린 골목을 구경한다. 나혜석생가터 주변에는 성곽이 보이는 루프톱 카페와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 등이 모여 있어, 데이트 장소로 인기다.
화성행궁 건너편 수원통닭거리도 빠뜨리면 안 된다. 매향통닭, 용성통닭, 진미통닭, 남문통닭 등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통닭 가게에서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영화 '극한 직업' 덕분에 왕갈비통닭이 관심을 끌었지만, 여전한 인기는 바삭한 프라이드치킨이다. 막 튀긴 통닭 한 조각 맛보면 수원통닭거리가 왜 유명한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 여행메모
△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동수원IC를 나와 창룡대로, 정조로를 지나면 화성행궁광장이 나온다. 대중교통은 서울역-수원역, KTXㆍ새마을호ㆍ무궁화호 수시(05:56~22:55) 운행, 약 30분 소요. 수원역 4번 출구 정류장에서 11번ㆍ13번ㆍ35번 일반버스 이용, 화성행궁 정류장 하차. 화성행궁까지 도보 약 500m.
△ 볼거리=화성행궁 야간 개장은 10월 30일까지 오후 6시~9시 30분에 운영하며(월ㆍ화요일 휴장), 화성행궁 입장료(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로 관람할 수 있다.
당일코스는 수원 화성→나혜석생가터→공방거리→수원 화성행궁→수원통닭거리, 1박 2일 코스는 공방거리→나혜석생가터→수원 화성행궁, 수원 화성(창룡문-방화수류정-장안문-화서문)→수원통닭거리순이 좋다. 문의 수원시청 관광과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아시아경제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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