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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 저만치 근심도 흘러가네.. 괴산 여름 계곡의 초대, 장마 물러가면 찾아볼 비대면 여행지로 인기

푸레택 2022. 2. 3. 08:00

[조용준의 여행만리]저만치, 근심도 흘러가네~ (daum.net)

 

[조용준의 여행만리]저만치, 근심도 흘러가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역대 최장 장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장마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가를 포기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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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 있는 갈론구곡은 사람의 발길이 뜸해 코로나19시대 한적하게 비대면으로 여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최근에는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뽑히기도 했으며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이기도 하다.
 

선유구곡


ㅣ괴산 여름 계곡의 초대, 장마 물러가면 찾아볼 비대면 여행지로 인기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역대 최장 장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장마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가를 포기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마가 끝나고 나면 반짝 무더위가 몰려 오겠지요. 잠시 도심을 떠나 피서를 즐겨 보는 것 도 재충전을 위한 방법입니다. 피서객이 몰리는 해변보다는 인적 드문 계곡이나 숲으로 찾아 가는것을 권해봅니다. 울창한 숲속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에 앉아 탁족을 하거나 하늘을 이불 삼아 누우면 신선이 부럽지 않습니다. 도처에 계곡이 많기로 유명한 충북 괴산으로 갑니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이 그 절경에 반해 계곡 곳곳마다 이름을 붙이고 머물렀다는 화양계곡과 선유계곡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산막이 옛길에서 괴산호 건너편 갈론구곡은 수정 같은 맑은 물빛이 장관입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된 비대면(언택트) 계곡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쌍곡계곡은 소금강의 절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사감계곡, 연하구곡, 풍계구곡에다가 괴강 줄기를 따라 이름 붙여진 고산구곡도 있습니다. 괴산에서 가장 유명한 산막이 옛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괴산의 많은 계곡 중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갈론구곡이다. 흔히 갈은구곡이라고도 불리는데 갈은(葛隱)이란 한자 뜻 그대로 '칡뿌리를 캐먹으며 숨어 지내는 곳'이란 이름이다. 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 있는 계곡이다. 최근 비대면 관광지로 뽑힌 갈론구곡은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이기도 하다. 갈론구곡의 구곡은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를 비롯해 갈은동문, 갈천정, 옥류벽, 금병, 구암, 고송유수재, 칠학동천, 선국암이 구곡을 형성하고 있다.


칠성면에서 괴산수력발전소를 지나 12㎞ 정도 들어가면 갈론마을 표지석이 나온다. '골골이 새긴 명시 갈은구곡'이라 적혀있다. 구곡에 들면 우선 쪽빛 같은 물색에 반하고 만다. 어찌 이리 물빛이 맑은지 바닥의 잔돌이 또렷하다. 발을 담가 보면 머리카락 끝까지 전해지는 짜릿한 차가움에 화들짝 놀란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금세 사라지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발을 빼고 만다.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물은 차고 맑다.

계곡 한 쪽에서 물놀이 나온 가족이 돗자리를 펴고 호젓하게 놀고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드물어 계곡을 통째로 대여한 듯 전세피서를 즐기고 있다.
제1곡의 바위에서 시작해 계곡을 타고 오르면 오를수록 장관이다. 바위를 유유자적 흐르는 맑은 물에는 푸른 하늘과 구름이 담겨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로 찌든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갈론구곡


계곡은 옥류벽, 칠학동천을 지나 9곡 선국암으로 이어진다. 선국암은 네 분의 동갑내기 노인들이 바둑을 두던 자리라는 뜻이다. 바둑판바위 네 귀퉁이에 '四老同庚(사노동경)'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갈론구곡이 깊고 숨겨진 느낌이라면 화양계곡과 선유계곡은 이름난 곳이다.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특히 화양구곡은 국가 명승(제110호)으로 지정돼 있다. 조선 중기에 송시열 선생이 산수를 사랑해 이곳에 은거했다고 전해진다. 중국의 무이구곡을 본받아 화양동에 9곡으로 이름 지었다 한다.

화양구곡의 시작점인 경천벽에서부터 마지막 파천까지 걸어가는 계곡 산책길은 어느 문장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문장가의 글처럼, 허투루 넘어갈 경치가 없을 정도다. 너럭바위와 절벽, 그리고 푸른 소(沼)로 이어진 화양계곡의 구곡, 그러니까 아홉 군데 명소는 흐려진 곳 하나 없이 뚜렷하다. '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운 물가'란 뜻의 운영담(雲影潭)이며 청학이 바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는 학소대(鶴巢臺), 큰 바위가 첩첩이 쌓여 그 위에서 별을 볼 수 있다는 첨성대(瞻星臺)…. 물줄기와 지형이 바뀌고도 남을 300여 년의 시간에도, 거의 완벽하게 본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하나하나 이름에 새긴 뜻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넓게 펼쳐진 반석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의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룬다. 효종의 사망소식에 송시열이 매일 통곡했다는 읍궁암은 반석위 작은 굴곡이 원인되어 급류가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구멍이 뚫려있어 이채롭다.

화양구곡


화양구곡의 최고 경관은 마지막 9곡 파천에 있다. 송시열이 죽은 지 50여 년 뒤에 발간된 지리책 '화양지(華陽誌)'는 파천을 '화양계곡에서 첫째가는 절경'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9곡까지 가는 이들은 많지 않다. 1곡부터 7곡까지는 금방인데, 8곡과 9곡은 상대적으로 간격이 멀다. 하지만 가서 보면 왜 최고의 경관이라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화양구곡이 선이 굵고 직선적인 남성의 풍채 같다면 선유구곡은 선이 고운 여성의 아름다움을 간직했다. 선유구곡 입구에 도착하면 커다란 바위 4∼5개를 신선이 탑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 기묘한 바위덩어리가 시선을 잡아끈다. 1곡 선유동문을 시작으로 연단로, 와룡폭, 기국암, 구암을 지나 9곡인 은선암으로 이어진다. 깎아지른 절벽처럼 바위가 쌓여 올라간 경천벽 아래에 시원한 물이 그득하다.

선유구곡을 나와 소금강 휴게소로 간다. 쌍곡구곡의 2곡 소금강이 바로 휴게소 앞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쌍곡구곡 중 으뜸으로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해서 소금강이다. 517번 지방도 옆에 있어 승용차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시원한 커피 한잔을 들고 편안하게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쌍곡구곡은 칠성면 쌍곡마을로부터 제수리재까지 10.5㎞에 걸쳐 호롱소, 소금강, 병암(떡바위), 문수암, 쌍곡폭포, 장암(마당바위)이 펼쳐 놓았다. 보배산, 칠보산, 군자산, 비학산 등 웅장한 산세와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기암절벽과 노송이 울창한 숲을 이룬다.

산막이옛길


계곡에 들면 맑고 투명한 물이 먼저 반긴다. 계곡물은 낙차 큰 바위를 따라 흘러 넓은 용소로 모이는데 물이 깊어 수영금지다. 대신 용소 위쪽 너럭바위에 앉아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물에 발을 담그면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신다. 괴산호에서 달래강 상류로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서 만나는 공림사 아래 사담계곡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넓은 계곡이다. 피서객들이 화양계곡이나 선유계곡으로 몰리는 피서시즌에도 이쪽은 덜 붐빈다. 유원지 아래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곳곳에 호젓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어디나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펴고 한나절쯤은 더위를 잊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괴산=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 여행메모

△ 가는길=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여주분기점까지 가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괴산나들목으로 나온다. 19번 국도를 따라 괴산읍내 쪽으로 가다, 괴강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34번 국도로 갈론구곡, 산막이 옛길 등으로 간다.

△ 볼거리=괴산에서 가장 유명한곳은 괴산호를 끼고 있는 산막이옛길이다. 산허리춤의 벼랑길을 다듬어 만든 걷기 길이다. 장연면 오가리 우령마을의 느티나무 세그루도 유명하다. 각연사, 국민여가캠핑장, 산막이 옛길 건너편에 괴산호를 끼고 도는 수변오솔길은 속리산 둘레길과 충청도 양반길의 일부다.

△ 먹거리=민물새우로 얼큰하게 끓인 새뱅이 매운탕(사진)을 먹어볼만하다. 충청도 토속음식으로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괴강삼거리 괴강교 부근에는 매운탕을 내놓는 집들이 여럿있다. 또 괴산의 이름난 먹을거리로는 단연 올갱이해장국이다. 괴강에서 잡은 다슬기(올갱이)로 끓여낸 해장국인데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맛집들이 몰려 있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 아시아경제 2020.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