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을 위한 시 / 마종하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 안 싸온 아이가 누군지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라고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라고
- 마종하 作 '딸을 위한 시'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다. 그러면서 한편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시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살펴보는 것,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 시가 알려준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또 다른 생명체들은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는지. 그것들을 살피는 일이 궁극의 선(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부터라도 옆을 살피며 살아야겠다. 생전 술자리에서 만나면 늘 “살아 있는 시를 쓰자”고 하던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문득 오늘 그가 생각난다. (글=허연 시인)
‘시인은 왜 착한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했을까?’ 이 시를 보자마자 아이들에게 할 질문부터 떠올랐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선생 눈에는 수업자료, 아이들에게 던질 질문거리만 보인다. 그런 점에선 나는 천상 초등학교 선생이다.
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남의 마음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그것이 공부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아닌가? 안목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 살면서 관찰한 것, 관찰하여 발견한 것, 보고 감동한 것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친구 아닐까? 내가 본 것을 보여주고, 친구가 본 것을 보아주고, 그러며 소감을 나누고.
오랜만에 그런 모임을 가졌다. 미사리 일식집에서 정식을 먹었는데 회가 어찌나 맛있던지. 생각해 보니 회 먹어본 것이 2년도 훨씬 더 되었다. 회는 집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니까.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먹는 거, 사는 재미 중 빼놓기 어려운 재미다.
나는 마종하란 시인과 안면이 없다. 나보다 두 살 연상인데 벌써 세상을 떠난 분이니 그럴 수밖에. 더하여 나는 마종하란 시인의 작품을 별로 읽어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 작품 한 편으로 내가 완전히 굴복하고 말았다. 시의 내용이나 수사가 그다지 화려하거나 대단하지도 않다. 다만 평범하다. 그러나 그 평범 속에 원대한 진리를 담고 있다. 자식을 가르치고 세상을 대하는 시인의 매우 특별하고도 사려 깊은 안목과 생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큰길로 가는데 시인만은 그렇게 가지 않는다. 로버트 프로스트식으로 말한다면 ‘가지 않은 길’이다.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이 그들의 딸을 이렇게 가르쳐주기만 한다면 세상의 평화는 이미 실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글=나태주 시인)
/ 2022.01.05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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