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에 봄이 드니 / 맹사성(孟思誠)
江湖에 봄이 드니 미친 興이 절로 난다
濁醪 溪邊에 錦鱗魚 按酒 삼고
이몸이 閑暇하옴도 亦 君恩이샷다.
[뜻풀이]
*강호(江湖): 강과 호수가 있는 곳. 자연과 넓은 세상, 또한 벼슬을 하지 않는 자가 숨어서 사는 곳을 가리킨다. 여기에서는 ‘글을 읊을 줄 아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경치좋은 곳’을 의미한다.
*탁료(濁醪): 걸쭉한 막걸리.
*계변(溪邊): 시냇가.
*금린어(錦鱗魚): 본래는 쏘가리를 이른다.비단결같은 고운 비늘이 달린 물고기라는 뜻으로, ‘예쁘장한 물고기’라는 뜻이다. 금린(錦鱗)만으로도 ‘미어(美魚: 아름다운 물고기)’라는 뜻이 된다.
*역(亦): 역시(亦是)의 준말. 또한.
*군은(君恩): 임금의 은혜,은덕,은총을 이른다.
*이샷다: 이시도다. ‘~이샷다’는 ~이도다!’를 높이는 뜻으로 쓰이던 옛말이다.
[풀이]
강호(江湖)에 봄이 찾아드니 참을 수 없는 흥겨움이 솟구친다. 냇가에다가 탁주 동이를 갖다 놓고 예쁘장한 물고기를 잡아 술안주로 삼으니 즐거운 한 때가 아닐 수 없구나. 다 늙은 이몸이 이렇듯 하는 일없이 흥겹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께서 은덕을 베푸심이도다!
■ 강호에 여름이 드니 - 맹사성(孟思誠)
江湖에 여름이 드니 草堂에 일이 없다
有信한 江波는 보내느니 바람이라
이몸이 서늘하옴도 亦 君恩이샷다
[뜻풀이]
*초당(草堂): 안채와 떨어져 있으며, 짚이나 억새 따위로 지붕을 이은 별채를 이른다.
*유신(有信)한: 믿음성이 있는. 믿음직한.
*강파(江波): 강의 물결.
[풀이]
강호(江湖)에 여름이 닥치니 날씨가 더워져서, 초당(草堂)에 있는 이 늙은 몸은 할 일이 별로 없다. 더워하는 줄을 알아 본 듯, 출렁이는 강물에서 줄곧 바람을 보내 주는구나. 다 늙은 이몸이 아렇듯 서늘하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께서 은덕을 베푸심이도다.
■ 강호에 가을이 드니 - 맹사성(孟思誠)
江湖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지거다
小艇에 그물 싣고 홀리띄워 더져 두고
이몸이 消日하옴도 亦 君恩이샷다
[뜻풀이]
*살지거다: ‘~거다’는 ‘~다’를 힘주어 쓰는 옛말이다. 기름지다. 살이 오르다.
*소정(小艇): 길쭉하고 작은 배를 정(艇)이라고 한다. 정(艇)은 ‘돛이 없는 작은 배’인 거룻배이다.
*홀리띄워: 물결에 따라서 흐르게 띄우고.
*더져 두고: ‘던져 두고’, 또는 ‘버려 두고’의 옛말.
*소일(消日): 어떤 일에 재미를 붙여 세월을 보내는 것. 본래는 ‘하는 일없이 세월을 보내거나, 어떤 일에 마음을 붙이어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이른다.
[풀이]
강호(江湖)에 가을이 찾아 드니 물고기들도 살(肉)이 올랐다. 작은 거룻배에 그물을 싣고서, 배는 물결따라 흘러 가게 버려두니 그야말로 한가로운 어부로구나. 다 늙은 이몸이 이렇듯 고기잡이로 세월을 보내는 것도 역시 임금께서 은덕을 베푸심이도다.
■ 강호에 겨울이 드니 - 맹사성(孟思誠)
江湖에 겨울이 드니 눈 깊이 자히 남다
삿갓 비끼 쓰고 누역을 옷을 삼아
이몸이 칩지 아님도 亦 君恩이샷다
[뜻풀이]
*자히: ‘한 자(尺)가’라는 뜻으로, 자(尺)에 주격조사(主格助詞)인 ‘히’가 붙은 옛 말투이다.
*남다: ‘넘다’의 옛말.
*비끼: 비뚜루. 비스듬히.
*누역: 도롱이. 비가 올 때 옷이 젖지 않도록 등에 두르는 옷의 일종이다. 볏짚이나 갈풀을 엮어 만드는데 몸이 닿는 속은 검불이 없이 매끈하게 다듬고 겉은 거칠게 두어 빗물이 속으로 스며들지 않게 한다.
*칩지 아님: ‘춥지 않음’의 옛말이다.
[풀이]
강호에 겨울이 닥치니 쌓인 눈이 한 자(尺)가 넘는다.삿갓을 비스듬히 쓰고 누역을 둘러입어 덧옷을 삼으니 바깥 일 돌보기가 아주 수월하구나. 다 늙은 이몸이 이렇듯 추위를 모르고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께서 은덕을 베푸심이도다.
[지은이]
맹사성(孟思誠: 1360~1431): 자(字)는 성지(誠之), 호(號)는 동포(東浦) 또는 고불(古佛)이라 하였으며, 온양(溫陽)사람이다. 고려조에서 전교부령(全校副令)을 지낸 맹희도(孟希道)의 아들이다. 권근(權近)에게서 글을 배웠으며, 고려 우왕(禑王)때 문과(文科)에 장원(壯元)으로 뽑히어 헌납중서사인(獻納中書舍人)의 벼슬을 지냈다. 이조(李朝)에 들어서는 세종조(世宗朝)에 좌의정(左議政)에 올랐는데, 성품이 청간장중(淸簡壯重)하여 평생에 재산을 다스릴 줄 몰랐으므로, 집은 비좁고 비가 샐 정도였다고 한다. 출입을 할 때에는 매양 소를 타고 다녔는데, 한번은 고향으로 내려 가다가 안성(安城), 진위(振威) 두 고을의 하인배들로부터 지나치게 놀림을 당한 나머지, “나는 온양에 사는 맹고불(孟古佛)이란 늙은이요”라고 뜅겨 주었더니 이 말을 전해들은 두 고을의 군수(郡守)들은 기겁을 하여 가지고 있던 관인(官印)을 그만 연못 속에 빠뜨렸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 연못을 인침연(印沈淵) 이라 일컫는다. 또한 그는 음률(音律)에도 능통하여 날마다 피리를 잡고 즐기었다고 하며, 만년에는 벼슬을 내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한가한 세월을 보냈는데, 그 무렵에 지은 것이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등의 시조이다.
[출처] 《일소일빈》 송영호 Daum Blog
https://blog.daum.net/thddudg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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