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구월' 나태주, '가을이 왔다' 오규원, '흰 구름' 헤르만 헤세 (2021.10.01)

푸레택 2021. 10. 1. 20:01

 

 

◇ 구월 / 나태주 ??

구름이라도 구월의 흰구름은
미루나무의 강 언덕에
노래의 궁전을 짓는 흰 구름이다

강물이라도 구월의 강물은
햇볕에 눈물 반짝여
슬픔의 길을 만드는 강물이다

바라보라
구월의 흰 구름과 강물을
이미 그대는
사랑의 힘겨움과 삶의 그늘을
많이 알아버린 사람

햇볕이 엷어졌고
바람이 서늘어졌다 해서

서둘 것도 섭섭할 것도 없는 일

천천히 이마를 들어
구름의 궁전을 맞이하세나
고요히 눈을 열어
비늘의 강물을 떠나보내세

◇ 가을이 왔다 / 오규원 ??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
돌과 돌 사이로 왔다
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다
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
내 손바닥 위에까지 가을이 왔다

◇ 흰 구름 / 헤르만 헤세 ??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
고요한 가락처럼
다시금 푸른 하늘 떠도는
저 흰 구름 보아라!

기나긴 방랑의 길 위
온갖 슬픔과 기쁨
맛본 나그네 아니고서야
저 구름의 마음 알 수 없으리.

태양과 바다와 바람 더불어
나 떠도는 저 구름 사랑하노니
그것은 고향 잃은
누나이고 천사이기 때문...

/2021.10.01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