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월에는 / 반기룡 ??
풀벌레 울음 소리에
고향집의 애달픈 향수
밀려오는 진한 그리움
돌아서 가던 길 멈추고
저미는 쪽빛 하늘 아래
서 있는 코스모스
닮은 여린 미소
높고 푸른 하늘을 향한
환한 모습으로
향기로 가득 채운 가을사랑
초록빛 조금씩
퇴색 되어가고
무성했던 들녁도 황금빛으로
가을을 익힌다
무르익은 희망
풍성한 꿈으로 가는
가을의 길목
뜨락에 나가
가슴을 열어
구월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 고향 / 이기철 ??
신발을 벗지 않으면 건널 수 없는 내를 건너야
비로소 만나게 되는
불과 열 집 안팎의 촌락은 봄이면 화사했다
복숭아꽃이 바람에 떨어져도
아무도 알은 체를 안 했다
아쉽다든지 안타깝다든지
양달에는 작년처럼, 너무도 작년처럼
삭은 가랑잎을 뚫고 씀바귀 잎새가 새로 돋고
두엄더미엔 자루가 부러진 쇠스랑 하나가
버려진 듯 꽂혀 있다
발을 닦으며 바라보면
모래는 모래대로 송아지는 송아지대로
모두 제 생각에만 골돌했다
바람도 그랬다
◇ 바람 부는 날의 시 / 김기택 ??
바람이 분다
바람에 감전된 나뭇잎들이 온몸을 떨자
나무 가득 쏴아 쏴아아
파도 흐르는 소리가 난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 보자고
바람의 무늬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 보자고
작고 여린 이파리들이
굵고 튼튼한 나뭇가지를 잡아당긴다
실처럼 가는 나뭇잎 줄기에 끌려
아름드리 나무 거대한 기둥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힌다
/ 2021.09.29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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