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구월' 오세영, '바람 부는 언덕' 김일중, '아파트의 추석 달' 김필규 (2021.09.29)

푸레택 2021. 9. 29. 15:34

◇ 구월 / 오세영 ??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코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구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코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구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 바람 부는 언덕 / 김일중 ??

지금은
어느 낯선 하늘 밑에서
살고 있을까?

실바람이
그리운 꽃망울을 터뜨리면
바람 부는 언덕에 올라가본다

어디서 오는지 모를
수많은 바람 중에

행여 은은한 당신의 음성을
싣고 오는 바람은 없을까?

혹시
따스한 당신의 체온을
안고 오는 바람은 없을까?

어쩌다
포근한 당신의 마음을
담고 오는 바람은 없을까?

실바람이
그리운 꽃망울을 터뜨리면
바람 부는 언덕에 올라가 본다

◇ 아파트의 추석 달 / 김필규 ?? 

'달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떴노
동산 위에 떴지'

그 달이 오늘
몇 백리 밖에 날 보러 왔다
아파트 꼭대기에 서성이며
아파트 창문을 들여다 보곤
백발 주름 영감 하나 앉았으니
알아보지 못하고 가다가
아파트 꼭대기 모서리에 걸렸다

순이야 나야!
너와 한 마을에 살던 삼돌이

/2021.09.29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