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 듀오 / 김영진
목욕탕 다녀오시나, 두 분 할머니
껍질 벗긴 삶은 계란마냥 하얗고
말간 얼굴로 도란도란 걷는다
동생, 이제 집에 가면 뭐 할랑가?
뭐하긴요, 시장에나 갈라요.
장에는 뭐 하러 갈라고 그란가?
영감 팔러 갈라 그라요
엥, 얼마에 팔라는디?
오천만 원만 주면 팔라고 그라요
오메야, 팔릴랑가 모르것네
그란디 그 돈 받으면 어디다 쓸라고?
천만 원 짜리 영감 있음 바꿀라고 그라요
목욕 바구니 든 두 분 할머니
구부러진 등 위로 햇살이 깔깔깔 빛난다
/ 2021.09.21 마곡나루역(9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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