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를 다스리는 지혜 이야기 /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삶을 살아가며 정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누구나 노여움으로 생겨나는 화(火)를 겪으며 지내기 마련이다. 화의 대상이나 원인은 집안에서 부부나 자녀와의 의견 충돌, 직장에서는 윗사람이나 동료와 소통 과정에서 생기는 불협화음, 친구와 오해로 생기는 스트레스, 매스컴에서 접하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불만 등 무척 다양하다.
코로나19로 ‘집콕’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평소 사소한 것으로 대했던 일들이 못마땅하거나 언짢게 여겨지며 화라는 감정이 솟아오를 때가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생겨나는 화가 그때그때 제대로 해소되지 못해 마음속에 쌓이게 되면 우울증, 불안감, 두통, 피로, 소화불량 등이 유발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야기하는 화병(火病)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스트레스가 신경을 피로하게 만들고,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쉽게 고갈시키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트레스로 생긴 화를 풀지 않고 잠자리에 들면 잠이 잘 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마음속에 화가 쌓이면 그 감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격화될 수 있기 때문에 그날 생긴 화는 그날 바로 풀어주는 것이 좋다. 화를 푸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우리 일상에서 화로 인해 가슴에 쌓여가는 분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혜롭게 다스려나가야 할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화가 날 때는 우선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자신이 화를 내도 괜찮은 것인지 그리고 화를 대하는 상대방이 그 화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내가 지금 화를 내도 괜찮은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그 질문에 대해 ‘그래!’라는 확신이 서면 화를 밖으로 표출해도 좋을 수 있다. 이는 화가 발생할 때 그 원인을 생각하며 빠르게 풀어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화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웃음요법이 제안되고 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는 말에서처럼 실제로 행복하기 때문에 웃을 수 있는 경우보다 웃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웃음은 인생이라는 토스트에 바른 잼이다’라는 말도 있다. 이 말에는 토스트를 먹을 때 잼을 발라 먹으면 맛을 좋게 해줄 뿐만 아니라 빵을 부드럽게 해주면서 삼킬 때 부담도 덜어주는 것처럼 웃음이 우리 삶에 빵에 발라먹는 잼과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약은 ‘웃음과 사랑’이라는 말도 있다. 웃음이란 약은 부작용이 없는 만병통치약으로 평생 꾸준히 복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화가 날 때는 웃음이란 약을 더 많이 복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 약은 서로 나누면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효과도 있다. 화병을 예방하려면 ‘사랑’이란 상비약을 마련해 놓고 화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복용하는 것도 화 다스리기의 지혜이다.
식이요법도 화 다스리는 방법 중 하나로 제안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화가 날 때 차를 마시는 것인데, 녹차나 허브차를 마시면 마음이 안정돼 화가 누그러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화병으로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화를 더욱 쌓이게 할 수 있는 음식인 설탕이나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피하고, 신경 안정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과 무기염류(미네랄)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화 다스리기에 도움을 준다.
화를 다스리는 눈물요법도 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면 신경세포에서 카테콜라민이라는 호르몬이 대량 분비돼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낮아질 수 있는데, 이 호르몬은 눈물로 배출된다. 그래서 화가 많이 나거나 화로 인해 슬픈 마음이 들어 눈물이 나면 참지 말고 마음껏 울어 카테콜라민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화 다스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화나는 일이 생길 때 주변을 산책하며 화를 가라앉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산책할 때 화나는 일만 생각하며 막연하게 걷지 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면서 걷는 발자국 수를 하나 둘 큰 소리로 세며 걸으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차례로 자극돼 몸과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도 생겨날 수 있다. 걷다가 화가 누그러지는 감정이 느껴지면 산책길의 벤치에 차분하게 앉아 잠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보면 화를 가라앉히는 데 더욱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화 다스리기’는 사람에 따라 유전적으로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서 화로 생겨나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서 발생하는 화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다스려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지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거리두기로 일상 행동의 범위가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화로 발생하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코로나 이전의 방식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코로나19 이후 새로 열릴 사회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화 다스리기’ 지혜를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보자.
글=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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