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 이야기 /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흰 쌀밥, 빵, 국수 등과 같은 탄수화물 식품이 건강의 ‘적(敵)’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다이어트에 지방을 적게 먹는 것보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몸의 필수 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이 무조건 다이어트에 나쁜 것이 아니다.
콜레스테롤이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나쁜’ 콜레스테롤(LDH)로 구분(천지일보 2017. 12. 17, ‘오피니언’ 칼럼 참조)되는 것처럼 탄수화물도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로 구분이 된다. 좋은 탄수화물은 적당량 섭취하면 혈당을 천천히 올려주고, 운동의 에너지원으로 이용돼 근육이 줄어드는 것을 막아준다. 그에 반해 나쁜 탄수화물은 혈당량을 빠르게 상승시키기 때문에 빨리 배고픔이 느껴지게 하며, 그 맛에 쉽게 중독될 수도 있다.
탄수화물 분자들은 구조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좋은 탄수화물은 당(糖) 분자가 3개 이상 결합돼 있는 복합당(複合糖)으로 현미나 통밀처럼 정제되지 않은 곡류와 녹색 채소 등에 많이 들어 있다. 그에 비해 나쁜 탄수화물은 당 분자가 2개 이하 결합된 단순당(單純糖)으로 백미나 밀가루와 같은 정제된 곡류나 설탕이나 과당(果糖)에 많이 들어 있으며, 과자나 초콜릿 그리고 콜라나 사이다와 같은 탄산음료에도 많이 들어 있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소장(작은창자)에서 흡수돼 혈액을 통해 온 몸의 세포로 운반돼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이때 필요량보다 많이 운반되는 포도당은 이자(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insulin)의 작용으로 간이나 근육세포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됐다가 필요 시 글루카곤(glucagon)에 의해 포도당으로 다시 분해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은 소화와 흡수 그리고 체내 저장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좋은 탄수화물은 소장에서 소화와 흡수가 느리게 진행되고, 혈액 내에서 당 증가 속도도 낮게 유지되며 인슐린의 작용으로 혈액 내에서 혈당량이 정상(100㎎/100㎖)으로 유지된다. 그에 비해 나쁜 탄수화물은 소화와 흡수가 빠르게 진행돼 혈당량을 급속하게 높여주며 생겨나는 과잉 포도당이 인슐린에 의해 간이나 근육세포에 제대로 저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지방으로 전환돼 내장세포에 축적되는 비만이나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는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나쁜 탄수화물 식품으로 ‘쓰레기’란 의미의 ‘정크(junk)’란 말을 붙인 정크 푸드(junk food)가 지목되고 있다. 라면, 피자, 햄버거, 감자튀김, 팝콘, 콜라, 아이스크림 등 이름만 들어도 식욕이 당기는 이런 음식들이 패스트푸드(fast food)라고도 불리는 정크 푸드이다. 정크 푸드의 공통점은 열량은 높지만 영양가가 낮고, 인공첨가물과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정크 푸드는 빠르게 포도당으로 소화돼 혈액으로 이동해 혈액 내에의 혈당이 빠르게 증가되기 때문에 인슐린이 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글리코겐으로 저장되지 못하는 과잉 포도당이 생겨난다. 이런 과잉 포도당이 지방으로 바뀌어 세포에 저장되며 나타나는 징후가 비만이다.
일상에서 하루에 요구되는 탄수화물의 양은 개인의 생활 방식에 따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량은 신체 활동량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그 실례로 자가용을 타고 출근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사무를 보고, 집에 와서 다시 TV와 컴퓨터만 대하는 사람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며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탄수화물의 양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건강과 다이어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면 탄수화물의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올바른 식습관이 필요하며, 이는 바로 자신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식생활에서 입맛이 당기고 빠른 시간에 접할 수 있는 정크 푸드의 유혹에서 벗어나, 좋은 탄수화물 식품인 현미로 지은 밥이나 통밀로 만든 빵과 함께 채소, 과일 등 자연식품을 골고루 먹는 습관을 길들여보자.
글=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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