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유의 숲길, 봉제산 둘레길을 걸으며
△ 일시: 2021.08.22 14:00~17:00
△ 장소: 강서구 등촌동 봉제산(鳳啼山)
▲ 오늘 코스
마곡나루역(9호선)~증미역~등서초등학교~봉제산 입구~북카페~숲속놀이터~법성사~장수동산~철쭉동산~산마루공원~봉수대~오리나무쉼터~등촌초(백석중)~영일고~목동깨비시장~등촌역~마곡나루역
◇ 봉황이 알을 품은 봉제산을 오르며
강서구는 개화산과 궁산, 봉제산, 수명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집에서 가까운 개화산과 궁산은 여러 번 다녀왔는데 봉제산은 오늘이 첫 산행이다. 봉제산(鳳啼山)은 117m 높이의 자그마한 산으로, 마치 봉황새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증미역에서 내려 등서초등학교 옆길로 봉제산을 올랐다. 봉제산에는 그리스도대학과 법상사가 자리하고 있고, 철쭉동산과 북카페, 오리나무쉼터, 숲속놀이터가 있고 안심번호표지판과 휴대폰 급속충전기도 설치되어 있다.
◇ 봉제산봉수대(봉수비)와 장수동산
봉제산의 정상인 산마루공원에는 ‘봉제산봉수대’(봉수비)라는 표지석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봉수대 아래쪽에는 널찍한 ‘장수동산’이 있다. 많은 어르신들이 모여앉아 장기를 두고 있다. 여러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와서 커뮤니티의 장(場)이 된 이곳을 ‘봉제산 경로당’이라 부른다고 한다. 봉제산 장기 동호회 회원들은 친목 도모와 함께 주변 청소와 수목 보호 등 봉제산 지킴이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다.
◇ 몸도 마음도 치유되는 숲길
숲길엔 누리장나무 꽃이 피어 있고, 밤나무엔 밤톨이 익어가고 있다. 산마루공원 꽃밭엔 누가 심었는지 상사화가 꽃을 피우고 있고, 꽈리 열매가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한다. 여름철 산행이라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세상 걱정 내려놓고 신록 우거진 숲길을 걸으니 몸도 마음도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꽃이 피어 꽃동산을 만들고, 가을엔 곱게 물든 오리나무 단풍이 숲길을 아름답게 수놓고, 겨울철 눈 쌓인 정취도 멋지다고 하니 계절마다 봉황을 품은 산, 봉제산을 찾아와야겠다.
◇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백석중학교 쪽으로 내려와 등촌역으로 향했다. 목동깨비시장 앞 어느 가게 화단에 과꽃이 피어 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가꾸던 꽃밭에 피어있던 꽃, 과꽃. 「과꽃」 동요 노랫소리와 함께 그리운 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 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봉제산 둘레길 산책 중에 만난 아름다운 시(詩), 이용대의 ‘봉제산’과 김소월의 '산'을 그대로 옮겨 적어 본다.
● 봉제산 / 이용대
오를 때마다 두둥실
봉황이 되고 있음인지
얼굴마다 주름 펴며
가벼운 눈웃음뿐이다
솔방울 충실하면 풍년 든다니 좋고
사계절 신선하여
산새 되어 오고 간다
돌아서면 앞에 와 있어
먼 고향도 가까운데
흰 구름 놀다가는 천혜의 그린랜드
무거운 고갤망정
사뿐 들고 올라서서
산등선 긴 나래를 선 듯 타고 날으면
일상에서 하루쯤 석방되는 사람들
살다가 깊은 정 들어
강서(江西) 품에 안긴다
● 산 / 김소월
산새도 오리나무
우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嶺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리
돌아서서 육십리는 가기도 했소
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년 정분을 못 잊었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우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 2021.08.22 사진 촬영 택
https://blog.daum.net/mulpure/15856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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