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소나기' 정세훈, '집' 이삭빛 (2021.07.22)

푸레택 2021. 7. 22. 22:51


■ 소나기 / 정세훈

소나기 한 차례 몰고 간 뒤에
옥수수
한 뼘쯤씩 자라고 있을까

옥수수대 씹어 단물 빨던 나
잡초처럼 커 온
내 고향 월계리

사모님이 된
소꿉친구 여자아이
내 등에 엎히어 수줍이 건너던

홍수 난 시냇물은
옥수수밭 지나 산모퉁이에서
아직도 여전히 흐르고 있을까

■ 집 / 이삭빛

이제는 무조건 내 편인 사람을 만나고 싶다
자로 재듯 따지는 합리적인 사람보다
원래 가슴이 따뜻해서
만날수록 더워지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잘난 사람보다 진실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너무 똑똑해 충고를 잘하는 사람보다
마음을 먼저 다독여주는
촉촉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일등이 아니어도 최고로 살아가는 사람
바다를 다 가진 사람보다
강물 한 줄기로 흐르는
풍경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삶의 테두리에 매여
독선적인 양심으로 우뚝 선 사람보다
풀꽃 같은 눈물 한 방울에도 귀 기울이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어느 곳에서든 온전히 내 편인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다 가지지 않았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밀을 간직한 사람
민들레 홀씨처럼 사랑으로 뛰어나서
어느 곳에서든 꽃이 되게 하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맘 놓고 흉을 봐도
맘 놓고 상처를 드러내도
네 편으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
든든한 산처럼 만날수록 흔들림 없는 사람
이제는 나도 유일한 네 편이 되고 싶다

/ 2021.07.22

내 마음에 울림을 주는, 오늘 읽은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