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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당뇨병, 이젠 한국 '국민병' 될까? ② 우리나라 당뇨 환자 300만 명 넘어섰다 (2021.06.04)

푸레택 2021. 6. 4. 06:45

■ 일본 '국민병', 이젠 한국 '국민병' 될까?

[이재은의 그 나라, 일본 그리고 국민병 ②] 일본, 국가적·민간적 노력 통해 당뇨 인구 감소.. 한국, 당뇨 환자 지난해 처음으로 300만명 돌파

일본 열도가 변화에 힘쓰고 있다. '국민병'으로 불릴 만큼 열도 전체가 당뇨병(일본인 당뇨병 환자의 약 95%는 2형 당뇨병)으로 신음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에 나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당뇨병 극복을 위해 각종 상품을 내놓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는 당뇨병이 일본의 국민병으로 발전한 데 따른 것이다.(☞옆 나라 일본의 '국민병' [이재은의 그 나라, 일본 그리고 국민병 ①] 참고)일본 후생노동성이 전국 2만418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인구는 전체의 12.1%인 1000만여명으로, 1997년 690만명 이후 꾸준히 증가 중이다. 여기에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거나 이미 당뇨병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는 '예비군' 역시 1000만명으로, 당뇨병을 앓는 것으로 보이는 인구가 총 2000만명으로 거듭났다.

당뇨 인구가 계속 느는 데다가, 당뇨 환자로 인한 국가 전체의 의료비가 증가하자 당국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본 후생노동성과 각 현은 당뇨병이 비만과 과식, 운동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평소의 생활 습관에 기인하고, 또 사전에 당뇨병을 진단해야 당뇨병으로 발전하기 전 손을 쓸 수 있다며 '국민병 탈출'을 목표로 사업을 시행중이다.

특히 후생노동성은 당뇨병이 자각증상 없이 중증화된다는 데 큰 우려를 나타내며 중증화 예방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서 중증화란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돼 눈, 신장 등 모세혈관이 손상되면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을 이른다.

2016년엔 후생노동성과 일본의사회, 당뇨병대책추진회의가 국가 차원의 대책인 '당뇨병 중증화 예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에는 △의료기관 미검진자 및 진료 중단자에 대한 진찰 권장, 보건 지도 △통원 환자 중에서 중증화 위험이 높은 환자를 의사가 판단, 개별 보건지도 등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후생노동성은 △각 현의 의사회와 협력해 중증화 예방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과 환자 상황 등을 공유하고, △중증화 예방대책이나 관련 건강진단진찰율이 늘어날 경우엔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각 현도 당뇨병 환자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모범적인 예시는 히로시마현 쿠레시다. 쿠레시는 당뇨병 중증화의 위험을 가장 선도적으로 인식, 2008년부터 의료비 청구서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당뇨병 중증환자 중 투석 직전 단계에 있는 환자에게 통원하는 의료기관과 협력해 개별 보건지도를 제공한다. 개별 보건지도에는 간호사가 직접 연락해 생활 습관 등을 점검하거나, 단백질 위주의 저염식 메뉴 요리 수업을 제공하고, 관련 문서 자료를 배포하는 일 등이 포함된다.

'우동현' 별명의 카가와현도 '당뇨병 유병률 3위의 현'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 중이다. 카가와현은 매년 초등학교 4학년생 전원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와 '소아 생활 습관병 예방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생활 습관병의 실태를 파악하고, 향후 개선 방안 및 예방 조치를 검토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외에도 나가노현 마츠모토시, 사이타마현, 도쿄도 아다치구 등도 시내 건강보험과 지역의사회, 약사회, 영양사 등이 연초 마다 모여 '환자 증감 검토회'를 연다. 이들은 다 직종간 긴밀한 정보 공유를 통해 당뇨 환자 수와 환자의 상황을 감시하면서 당뇨병 환자 관리에 힘을 기울인다.

국가나 지방단체가 당뇨병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리고, 적극적으로 예방·해결 대책에 나선 배경에는 국민이 있었다. 일본 국민은 국가가 행동에 나서기 전 한발짝 먼저 당뇨병 위험성을 인지하고 당질제한식 등으로 식이습관과 생활습관 변화에 나섰다.

2005년 일본 당질제한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베 코우지 의사가 최초로 당질제한식이를 다룬 서적 '주식을 빼면 당뇨병은 좋아진다:당질 제한 다이어트'를 출간했고, 이후에도 관련 서적이 연달아 출간됐다.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당질(糖質) 제한 다이어트' '당뇨병 피하는 조리법' 등은 모두 일본에서 먼저 나와 인기를 끈 서적이다.

당질제한식이란 당질을 적게 섭취하고, 지방과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해 혈당을 낮추는 식단이다. '당질'이란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를 제외한 전분과 단맛이 나는 성분(당류)으로 주로 밀가루, 빵, 떡 등의 가공 식품과 곡물류를 뜻하는데 이런 당질을 줄인다면 당뇨의 위험성도 함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질제한식을 하는 이들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체질을 지방분해가 잘 되는 체질로 바꿀 수 있다고 본다.

당질제한식을 장려하는 일본 사단법인 '로카보'에 따르면 일본인은 하루 평균 300g정도의 당질을 섭취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이를 줄여야한다. 로카보협회는 한끼에 당 질량을 20~40g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통 일본인은 한끼 식사에서 주먹밥 2개와 야채주스 1잔을 마시는데, 이 경우 100g 정도의 당질이 한번에 섭취된다. 당질이 과다한 상태다.

꾸준히 '국민병' 당뇨병을 앓는 이들이 늘고 관련 인식이 높아지면서, 일본에서는 당질제한식이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브랜드에서도 당질제한식을 발매했다. 카레 전문점 코코이치방야는 지난해 12월 당질 제한 카레라이스를 발매했다. 기존 카레라이스 보다 당질이 절반에 불과한 메뉴다. 나가사키짬뽕체인점 링거하트(リンガーハット)는 당질이 30% 적은 컵라면을 발매했다.

패밀리레스토랑 로얄호스트는 저당질 빵을 제공하고 있으며, 가스토(ガスト)와 죠나단(ジョナサン)도 당질 제한 메뉴를 도입했다. 햄버거 체인점 프레쉬니스 버거(フレッシュネスバーガー) 역시 당질 제한 번(빵)을 개발, 모든 햄버거를 당질제한 버거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편의점 업계도 저당질 식단 도입에 열성적이다. 2013년 세븐일레븐이 '샐러드 치킨' 메뉴를 선보여 웰빙족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은 후, 패밀리마트도 피트니스 회사 RIZAP(라이잡)과 콜라보해 '패마에서 라이잡'이라는 슬로건으로 여러 저당질 식품을 출시했다. 망고 푸딩, 샐러드 치킨바, 초코칩 스콘, 초코칩 케이크 등 제품군도 다양하다.

제일 돋보이는 건 일본 편의점 브랜드 로손이다. 로손은 '탄수화물 제한'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며 로카보 협회와 콜라보했다. 로카보 마크가 달려있으면 당질제한식에 부합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저당질 빵, 간편식 뿐만 아니라 일반 도시락, 국수 요리 메뉴에도 당질 제한식을 도입, 전국 로손 점포에 출시했다.

이처럼 일본의 당뇨병에 대한 관심은 국가적이고, 전국민적이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다행히 당뇨 관련 인구는 그래도 감소 추세에 들어섰다. 당뇨병 환자수 자체는 1997년 690만명에서 2016년 1000만여명으로 꾸준히 증가중이지만,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거나 이미 당뇨병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는 '예비군'은 2007년 1320만명을 정점으로 2012년 1100만명, 2016년 1000만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일본이 이렇게 당뇨병 측면에서 앞서가는 사이, 한국은 어떠할까? 한국은 상대적으로 당뇨병 문제를 큰 문제로 보지 않고 있는 듯 하다. 탄수화물 중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도 하다. (☞기사 '떡볶이+핫도그 토핑' 죽이는 맛, 몸은 죽을 맛 참고)

그 사이 한국의 당뇨 인구는 늘어만 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당뇨병 환자는 302만8128명이었다. 처음으로 당뇨병 환자가 3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일본이 1990년대부터 당뇨병 문제를 인식하고 2000년대부터 국가적 차원의 변화에 나섰듯, 우리도 변화를 꾀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당뇨병은 우리 '국민병'으로 거듭날지도 모르겠다.

[출처] 머니투데이 2019.05.06

/ 2021.06.04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