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좋은 글] '우리의 선택은 전염성이 강하다' 수전 데이비드 (2021.05.14)

푸레택 2021. 5. 14. 10:33

■ 우리의 선택은 전염성이 강하다 / 수전 데이비드

자기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어 이것에 의존해서 행동하기란 언제나 쉽지 않다. 무엇이 자기에게 중요하고 무엇이 자기를 가치 있게 만드는지 설명하는 온갖 메시지들이 사람들에게 쏟아진다.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주체는 문화, 광고업자, 부모, 종교 기관, 가족, 친구, 동료 등 다양하다.

우리는 모두 주위에서 문화적 압박을 받는다. 예컨대 옆집 사람이 멋진 신형 자동차를 샀을 수 있고 집에서 인스턴트 커피가 아니라 5달러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더 멋진 곳으로 휴가를 갈 수도 있고 가사도우미를 더 많이 고용할 수도 있다.

혹은 자기 직업에 더 만족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결혼 생활을 더 행복하게 보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며 더 유능하거나 능숙하게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비교를 하는 행위는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자기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고 줄기차게 생각했지만 결국 나중에는 그게 실제로는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님을 깨닫듯이 우리는 모두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안내나 지침이 필요할 때는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고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생의 만족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 예를 들면 대학교에 진학한다거나 집을 사거나 아이를 낳는다거나 하는 것들을 별 생각 없이 따라서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다 맞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기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기보다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편이 더 빠르고 쉽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동과 선택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모든 영역에서 훨씬 더 크다. 이런 놀라운 현상을 이른바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어떤 바이러스가 무작위인 것처럼 보이는 접촉을 통해서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간다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용어가 뜻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특정한 사회적 행동은 감기나 독감과 거의 같아서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이 된다. 비만인 사람들을 자주 만나면 당신도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당신은 이혼이 매우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이 속한 집안에서 다른 부부들이 이혼을 많이 하면 당신 부부가 이혼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또 있다. 행동의 전염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이 되는 전염병과 다르게 전염된다. 즉 당신이 단 한 번도 접촉한 적이 없는 사람의 행동이 당신에게 전염될 수 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부부의 이혼 확률은 이들의 친구 부부가 이혼할 때 뿐만 아니라 이들의 친구의 친구 부부가 이혼할 때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 우리의 개인적인 삶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사소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서도 그렇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마케팅 교수가 15만 명이 넘는 비행기 승객을 추적해서 조사한 끝에,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비행 중에 기내 판매용 상품을 살 때 덩달아서 충동적으로 구매에 나설 확률이 30%나 높아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비행기라는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이 30%라는 수치가 말하는 것은 온갖 불필요한 영화며 과자들을, 즉 없어도 얼마든지 불편하지 않게 여행할 수 있는 상품들을 의식하지 않고 구매한다는 뜻이다.

이런 종류의 선택들은 별 생각이 없는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식의 의사결정 방식에는 충동과 행동 사이에, 즉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 사이에 아무런 공간도 없으며 집단의 한 사람이 되어 행동이나 의견을 그 집단의 표준에 맞추고 싶다는 군중심리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할 뿐이다.

때로는 이런 행동이 나쁘지 않다. 사실 비행기 여행을 하면서 영화 한 편을 더 본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니니까 밀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유익하기도 하다. 당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면 당신이 소파에서 빈둥거리는 시간은 더 줄어들 테니 말이다.

그러나 별 생각 없는 이런 자동적인 의사결정을 지나치게 많이 하다 보면 결국 자신의 인생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인생, 즉 당신이 동의하지도 않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구성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냥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기는 당신의 일과 생활에서 목적의식을 사라지게 하며, 개인적인 차원의 인간관계와 직업적인 차원의 인간관계를 보잘 것 없고 불확실하게 만들게 하며, 당신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게끔 만든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만 하다가는 자기가 진정으로 성취하고 싶은 것을 성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자기가 살고 싶은 인생에 걸맞은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인생의 표지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것들과 꾸준하게 접촉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가치들을 지금까지 한 번도 곰곰이 행각하며 정리해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모든 것을 늘 즉흥적으로 취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즉 인터넷 서핑을 하고 텔레비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멍하게 지켜보면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충족된 상태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목적의식이 있는 명확한 의도가 결여된 이런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부터 휴가지 결정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하는 선택에서 너무도 쉽게 나타난다.

자기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모를 때만 자동적인 의사결정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깊이 생각해서 계획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지만 이 선택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서 긴 출퇴근 시간이 당신이 진정으로 소중하다고 믿는 가족끼리의 시간을 크게 잘라먹을 것이 당연한데도, 이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로 직장에서 두 시간 거리나 멀리 떨어진 집을 구입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이런 유형의 비생산적인 의사결정에 많은 에너지를 쓴다. 자신이 설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쓰이면 훨씬 좋을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말이다.

자기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거나 인간관계의 여러가지 일들을 처리하는 것은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다.

날마다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혼란스러운 일이기도 하며 자기 감정들이 올바른 모습이라고 자기가 판단하는 것과 일치해 보이도록 그 감정들을 새롭게 정비해야 하는 불편하고 성가신 일이기도 하다.

[출처] 《감정이라는 무기》 (수전 데이비드, 2017, 북하우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