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꽃 피어난 서울식물원 산책길 단상 ??
목련꽃 피어나는 완연한 봄날입니다.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곡 서울식물원을 산책했습니다. 주제원엔 만리화, 히어리, 할미꽃, 개나리꽃, 진달래꽃, 산수유, 나팔수선화 꽃이 활짝 피어 봄의 정취를 더해 주고, 깽깽이풀과 동강할미꽃이 모진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예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길섶에는 냉이와 꽃다지, 큰개불알풀, 제비꽃이 피어나고 바위틈엔 돌단풍이 하얀 꽃대를 쑥 내밀었습니다. 귀룽나무가 이른 봄 가장 먼저 연초록 잎눈을 터뜨렸고, 작약과 모란도 꽃보다 아름다운 새싹을 쑥 밀어올리고 있었습니다.
서울식물원의 백미인 주제원 온실에 들어서면 아열대 동남아 국가에 여행 온 느낌이 듭니다. 열대관과 지중해관에 들러 아름답게 피어난 서양란, 안스리움, 칼라, 란타나, 알라만다, 하와이무궁화, 레몬병솔나무꽃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려봅니다.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올리브나무와 어린 왕자 바오밥나무는 보고 또 보아도 늘 새롭고 마음이 맑아집니다. 열대관에는 개량종 바나나의 원조라고 하는 커다란 바나나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사실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고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반송길에는 원예종 식물인 데이지, 금잔화, 프리뮬라, 크리샌서멈, 오스테오스퍼멈이 활짝 피어 방문객을 반겨 주네요. 굳은 흙을 헤치고 뾰족이 얼굴 내민 히아신스의 짙은 보랏빛 꽃이 황홀합니다. 호숫가엔 한강에서 유입된 피라미 떼들이 줄지어 유유히 헤엄치고, 습지 조류인 물탉들이 평화롭게 물위에서 노닐고 있습니다. 잠수성 오리인 비오리들이 풍덩풍덩 자맥질하는 한가로운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즐거움에 빠져봅니다.
햇살 따뜻한 평화로운 봄날 오후, 서울식물원의 호수원 둘레길을 한 바퀴 산책하니 Covid19로 인해 쌓인 우울감과 피로감이 사라집니다. 목련꽃 피어나는 이 멋진 계절에 서울식물원을 찾아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과 움트는 새싹들을 벗삼아 거닐며 어지러운 세상 시름 잠시 잊고 옛 추억에도 잠겨보고 그리운 시절, 보고픈 얼굴도 떠올리며 소소한 행복을 느껴봅니다.
서울식물원은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으로 식물 문화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가끔씩 서울식물원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겸재정선박물관, 궁산양천향교, 허준박물관도 둘러봅니다. 마곡가양 역사문화산책길을 거닐며 미술과 역사, 인간과 과학에 관한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끼고 체험해 봅니다. 언제든 걷고 싶은 멋진 길입니다.
모진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나무와 풀들에게서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얻은 산책길이었습니다.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을 읊으며 집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ㅡ 1968년, 《창작과 비평》
△ 서울식물원(Seoul Botanic Park)은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과 통로로 연결되어 있어 매우 편리하게 찾아오실 수 있습니다.
/ 2021.03.23(화) 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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