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산호수공원에 피어난 봄꽃 ??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를 2주간 연장한다고 한다. 여럿이 모일 수 없는 요즈음은 ‘나홀로 산책’이 제격이다. 오늘은 초미세먼지 ‘나쁨’이지만 날씨는 무척 포근하다. 모처럼 일산호수공원을 찾아 봄꽃을 카메라에 담고 ‘선인장식물원’에 들러 다육이를 한 포기 구입했다.
정발산역에서 내려 일산호수공원 쪽으로 들어서니 고양독립운동기념탑에 걸려있는 102주년 3.1절 ‘삼일절을 맞아 민족혼을 살리자!’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일산문화공원엔 ‘평화의 소녀상’이 있어 일제강점기 때의 아픔을 되새기게 된다.
호수공원 호숫가엔 정지용 시인의 시 ‘얼굴’이 새겨진 돌 조형물이 있다. 그곳을 지날 때면 꼭 읽어보게 된다. 짧막한 시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월파정으로 들어가는 돌다리 아래엔 잉어떼들이 노닐고 있고, 호숫가 축축 늘어진 능수버들 나뭇가지엔 노란빛 새싹이 움트고 있다. 짙은 꽃향기 내뿜는 매화나무도, 노란꽃 매단 산수유도 따뜻한 봄날의 오후를 즐기고 있다. 풀밭엔 노량저고리 서양민들레가 활짝 피어나 웃고 있다. 자연학습원 뜰에는 복수초가 황금빛 꽃을 피우고 있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평화롭기 그지 없는 아름다운 봄 풍경이다. 이제 곧 봄맞이꽃과 큰개불알풀, 냉이와 꽃다지, 꽃마리, 씀바귀, 고들빼기, 제비꽃, 할미꽃 같은 풀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날 것이다. 살갈퀴와 광대나물, 괭이눈, 돌단풍, 영춘화도 피어날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나무꽃들은 또 어떠한가.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어나고 백목련과 말발도리도 피어나겠지. 왕벚나무가 큼지막한 꽃을 피워올리면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봄을 만끽할 것이다. 봄꽃들 피어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호수공원 둘레길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한국소설문학대계 심훈의 ‘상록수’를 구입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국어교과서에 실린 ‘뽕나무와 아이들’이란 제목의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바로 심훈의 농촌계몽소설 ‘상록수’의 한 부분이다. 지금 다시 읽어 보아도 감동이 밀려오는 구절이 있다.
《창밖을 내다보던 영신은 다시금 콧마루가 시큰해졌다. 예배당을 에두른 야트막한 담에는 쫓겨 나간 아이들이 머리만 내밀고 조옥 매달려서 담 안을 넘겨다보고 있지 않은가. 고목이 된 뽕나무 가지에 닥지닥지 열린 것은 틀림없는 사람의 열매다. 그중에도 키가 작은 계집애들은 나무에도 기어오르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홀짝거리고 울기만 한다.
영신은 창문을 말끔 열어젖혔다. 그리고 청년들과 함께 칠판을 떼어 담 밖에서도 볼 수 있는 창 앞턱에다가 버티어 놓고 아래와 같이 커다랗게 썼다.
‘누구든지 학교로 오너라’
‘배우고야 무슨 일이든지 한다’
나무에 오르고 담장에 매어 달린 아이들은 일제히 입을 열어 목구멍이 찢어져라고 그 독본의 구절을 바라다 보고 읽는다. 바락바락 지르는 그 소리는 글을 외는 것이 아니라 어찌 들으면 누구에게 발악을 하는 것 같다.》 ㅡ 심훈의 ‘상록수’에서
심훈은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조국 광복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은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을 읊어 본다.
◆ 그날이 오면 / 심훈(1901~1936)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鍾路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恨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들쳐메고는
여러분의 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심훈 (1901~1936): 서울 출생, 시인이며 소설가, 독립운동가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1919년 경성 제1고보 4학년 때 3.1운동에 참여하였다가 체포되어 8개월 동안 투옥되었다. 이 사건으로 학교에서 퇴학당함. 1926년 6.10 만세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한 시 ‘통곡 속에서’와 일제강점기 대표적 저항시인 ‘그날이 오면’ 등을 지어 민중저항을 노래했다. 1935년 ‘상록수’가 소설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 2021.03.14 사진과 글 - 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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