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건강] 주장 견해 논쟁 학설

[약초학교]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최진규 약초학자 (2021.01.17)

푸레택 2021. 1. 17. 18:12

 

 

"이처럼 변변치 않아 보이는 것들이 정신과 몸에 가장 이로운 음식이다. 산나물과 채소 같은 소박한 것들이 머리를 총명하게 하고 장부를 튼튼하게 하며 살결을 곱게 하고 천천히 늙게 하며 혈액을 맑게 하고 면역력을 키워 주는데 가장 좋은 음식이다. 이런 것들을 주로 먹으면 병에 걸릴까 염려할 필요가 없다. 불로장생의 묘약은 값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것에 있지 않고 흔하고 값싼 음식 속에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먹는 음식으로 내 몸을 만들어 운영하고, 그 몸에서 정신이 일어나서 생각과 마음이 오고 간다. 그러므로 반듯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식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바른 음식인지 그른 음식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거의 몸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고기 같은 무겁고 탁한 음식을 먹으면 늘 머리가 무겁고, 몸에 기운이 제대로 돌지 않아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온갖 질병에 걸리기 쉽다. 반대로 대장간에서 날마다 망치질을 하는 사람이 채소와 산나물 같은 경청한 음식만 먹는다면 기운이 빠져서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 중에서는 콩나물과 동치미, 시래기, 미나리, 취나물, 도라지 같은 것이 경청한 음식이다. 경청한 음식은 몸과 마음을 가볍고 맑게 만들어 준다. 경청한 음식은 뇌로 올라가 머리를 맑게 하고 정신력을 강하게 한다. 경청한 음식을 먹으면 뇌기능이 좋아진다."

"반대로 고기, 꿀, 설탕, 우유 같은 음식은 중탁한 음식이다. 중탁한 음식은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운동선수들한테 좋다. 그러나 머리가 나쁘면 노동자도 운동선수도 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중탁한 음식을 열심히 먹으면 머리 나쁘고 힘센 바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높은 산에서 저절로 나서 자란 약초는 뇌에 작용하여 머리를 맑게 하고, 사람이 밭에서 재배한 약초는 몸통에 주로 작용하여 몸통을 튼튼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공부하는 아이들의 머리를 좋게 하여 학교 성적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름기와 단백질이 많은 동물성 식품 곧 닭고기, 소고기, 우유, 달걀, 고등어, 꽁치 같은 중탁한 음식을 먹이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 맑고 가벼운 음식 곧 콩나물국, 보리밥, 산도라지, 산잔대, 산나물, 야생열매, 시래기, 잘 숙성된 간장 등 경청한 음식을 주로 먹어야 할 것이다. 조직이 성글고 경청한 음식은 건강한 천재를 만들고, 조직이 치밀하고 농후하며 중탁한 음식은 굼뜬 바보를 만든다."

"근육과 뼈가 튼튼해지려면 섬근질 곧 실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부드러운 음식 곧 입에서 살살 녹는 음식, 모든 음료, 가루로 만든 음식, 씹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섬근질이 별로 없는 음식이다. 달걀, 우유, 아이스크림, 밀가루음식, 과자, 뻥튀기 같은 것들이 섬유질이 없는 음식이다. 반대로 단단하고 질기며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음식들은 대개 섬근질이 많은 음식이다. 늘보리, 콩나물, 질경이, 칡, 무시래기, 김치, 파김치 같은 것들이 훌륭한 섬근질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과잉 섭취한 당분은 몸속에서 에너지로 바꾸어 쓰지 못하고 지방으로 바뀌어 축적되고 그 지방이 쌓여 우리 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문제와 질병을 일으킨다. 단 것을 먹으면 단순하게 살만 찌는 것이 아니다. 간에 쌓인 지방은 지방간이 되었다가 굳어서 간경화가 되고, 내장에 쌓인 지방은 내장비만이 되어 온갖 심장병과 고혈압, 혈관질병의 원인이 된다. 지나치게 많은 당분은 췌장을 쥐어짜서 인슐린으로 많이 소비하여 당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밖에 당분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뼈와 근육을 삭게 하며 온갖 염증을 생기게 하고 성질을 조급하게 하며 우울증, 불면증, 정신병, 치매, 불임증, 암 같은 모든 질병의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원인이 된다. 백 가지 질병 중에서 아흔 가지는 당분이 그 원인이다."

사람은 누구나 바른 마음과 건강한 몸을 갖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지금 내 앞에 있는 밥상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내가 먹는 밥이 곧 다른 생명의 목숨이 아니던가. 다른 생명의 목숨이 곧 내 몸에 들어와서 내 목숨이 되고 내 살과 피가 된다. 내 앞에 놓인 밥상이 옳으면 내 정신과 몸이 다 옳은 것이고 밥상이 그르면 내 정신과 몸이 다 그른 것이다.

"사람의 정신과 육신을 위한 가장 큰 도는 밥상에 있다. 밥이 곧 하늘이고 땅이거늘 이에 더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밥상에 무엇을 더 얹을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더 덜어낼 것인가를 생각하라. 가장 소박(素朴)하고 경청(輕淸)하며 허송(虛鬆)한 밥상이 되게 하라. 가장 단출한 밥상이 가장 위대한 밥상이다."

"사람의 길(吉), 흉(凶), 화(禍), 복(福), 선(善)과 악(惡)은 하루 세 끼 먹는 밥이 결정한다. 한 끼 밥상 앞에 우리는 더 경건하고 겸허해야 할 것이다."

■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 최진규 약초학자,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숨쉬듯 날마다 먹는 쌀밥과
즐겨 찾는 싱싱한 야채와 고기
아무 때나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넣는
편리한 인스탄트 식품은
적어도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기에
깨끗하고 생명이 되는 음식이라고
믿고 먹는다
내가 믿고 먹는 음식에 꿈도 없이
농약과 공장폐수와 합성세제가 스며있고
방부제와 방사능이 들어있고
아아 죽음으로 가는 질긴 욕망이 들어있다 해도

농약으로 쌀을 씻지는 않고
공장폐수로 양치질을 하지는 않고
합성세제로 먹이를 버무리지는 않는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사는데

나의 욕망에서 비롯된 온갖 공해는
나의 욕망을 잠시 채워주며 즐겁게는 해주지만
꿈이 없는 만큼
마침내 내가 그것의 공격대상이 되고
그것의 먹이가 되어가고 있음을
나의 생명이 어둠의 슬픈 먹이가 되고 있음을

슬픈 음식/홍관희

음식이나 약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거의 만나는 사람마다 ‘대체 무엇을 먹어야 좋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가?’ 하고 묻는다. 간단한 질문이지만 간단하게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 이치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몇 시간이 걸려도 부족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성급하게 한두 마디로 답을 얻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여기에 간략하게 글로 써서 그 답을 대신하려 한다.

사람의 가장 큰 道는 음식에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먹을거리는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게다가 ‘어디서 무엇을 먹었더니 맛있더라, 몸에 좋다고 하더라.’ 고 하는 식의 온갖 정보와 지식이 세간에 넘쳐난다. 그런 까닭에 올바른 먹을거리를 알고 선택하는 것이 갈수록 더 어렵게 되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보와 지식이 도리어 판단을 헛갈리게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아는 것이 병’이라고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섣부르게 아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더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몸에 좋다고 하는 음식, 맛있다고 하는 음식을 마구잡이로 챙겨 먹어서도 안 될 일이다.

우리 옛날 말에 식도락(食道樂)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단순히 ‘먹는 즐거움’ 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의 본뜻은 ‘먹는 도(食道)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말인데 여기에는 매우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곧 음식을 취사선택(取捨選擇)하는 데에는 반드시 도(道)가 있고, 그 도를 알고 음식을 먹어야 인생의 올바른 즐거움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식도락가(食道樂家)는 맛있는 것을 골라 먹으러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음식을 바르게 먹는 도를 아는 사람이 식도락가이다.

음식을 먹는 데에는 바른 도(道)가 있고 그른 도가 있다. 음식을 바르게 먹으면 총명하고 건강하고 오래 살 것이며 그르게 먹으면 멍청하고 병약하고 빨리 죽을 것이다. 몸과 마음을 바르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음식을 바르게 먹는 법을 알아야 한다. 사람한테 식품과 의약의 도(道), 곧 식약지도(食藥之道)보다 더 크고 중요한 도는 세상에 없다.

음식은 입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머리로 따지고 나서 먹어야 한다. 세 치 혀의 감각에 맡겨서는 안 된다. 혀의 미뢰(味蕾)는 맛만 감별할 수 있을 뿐이다. 혓바닥의 미각(味覺)은 달콤한 것만 즐기려고 한다. 혓바닥의 감각에 맡기지 말고 냉철한 이성으로 따져야 한다. 음식에 무슨 성질이 있고 무슨 기능이 있는지, 그것이 내 몸에 들어가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따져보고 나서 먹어야 한다. 하물며 음식을 맛으로만 먹는 것, 혀끝에 고운 음식만 찾는 것, 곧 고량진미(膏粱珍味)를 탐식(貪食)하는 것이 정신과 육신을 망치는 근본임에랴.

膏粱珍味(고량진미)가 萬病의 根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책의 하나인 '황제내경(黃帝內徑)'에는 다음과 같이 적혔다.

오곡(五穀), 곧 쌀, 보리, 콩, 조, 기장은 몸을 보양하고 오과(五果), 곧 복숭아, 오얏, 살구, 밤, 대추는 몸을 도와주며 오축(五畜), 곧 소, 양, 돼지, 개, 닭은 몸을 이롭게 하고 오채(五菜), 곧 아욱(葵), 콩잎(藿), 염교(薤), 파, 부추)는 몸을 충실하게 해 준다. 그러므로 음식의 맛과 기운을 고루 섭취하면 정기를 튼튼하게 할 수 있다.(五穀爲養, 五果爲助 五畜爲益, 五菜爲充, 氣味合而服之 以補益精氣)

현대 영양학에서도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몸에 좋고 편식偏食)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삼과 녹용 같은 온갖 보약, 맛이 좋고 기름지며 영양가가 높은 음식 곧 진수성찬(珍羞盛饌), 고량진미(膏梁珍味)가 몸에 제일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혀에 제일 고운 음식이 몸에는 제일 나쁜 법이다. 기름진 고기와 진귀한 술, 값비싼 차, 희귀한 보약 같은 것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가장 크게 썩고 병들게 한다.

중국 명나라 때의 사상가 홍자성은 '채근담(菜根譚)'에서 ‘맛있는 음식은 창자를 짓무르게 하고 뼈를 썩게 하니 그 반만 먹으면 재앙을 면할 것이오, 마음에 즐거운 일은 몸을 망치고 덕을 잃게 하니 반쯤에서 멈추면 뉘우침이 없을 것이라(爽口之味, 皆爛腸腐骨之藥. 五分便無殃. 快心之事, 悉敗身喪德之媒. 五分便無悔.)’고 하였다. 곧 혀에 짝짝 달라붙는 달콤한 음식은 맛만 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며 온갖 재미있는 놀이도 지나치게 즐기지 말라는 뜻이다. 고량진미(膏粱珍味)를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여기고 즐겨 먹으면 뼈와 내장이 썩어 문드러지게 된다.

중국 송나라 태종이 어느 날 대신 소이간(蘇易簡)을 불러 물었다.
“음식 중에서 무엇이 가장 진귀한가?”
소이간이 대답했다.
“진귀한 음식이라고 정해진 것은 따로 없고 다만 자기 입에 맞으면 진귀한 것입니다.”
소이간은 '문방사보(文房四譜)' 라는 책을 짓기도 한 이름난 문장가이며 충신이다.

태종이 다시 소이간한테 물었다.
“그대한테는 어떤 음식이 가장 진귀한가?”
소이간이 대답했다.
“려곽지품(藜藿之品)입니다.”
명아주 려(藜)에 콩잎 곽(藿)이다. 려곽지품이란 명아주 잎이나 콩잎처럼 가난한 백성들이 먹는 변변치 못한 음식을 일컫는 말이다.

이처럼 변변치 않아 보이는 것들이 정신과 몸에 가장 이로운 음식이다. 산나물과 채소 같은 소박한 것들이 머리를 총명하게 하고 장부를 튼튼하게 하며 살결을 곱게 하고 천천히 늙게 하며 혈액을 맑게 하고 면역력을 키워 주는데 가장 좋은 음식이다. 이런 것들을 주로 먹으면 병에 걸릴까 염려할 필요가 없다. 불로장생의 묘약은 값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것에 있지 않고 흔하고 값싼 음식 속에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먹는 음식으로 내 몸을 만들어 운영하고, 그 몸에서 정신이 일어나서 생각과 마음이 오고 간다. 그러므로 반듯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식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바른 음식인지 그른 음식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노자(老子)의 제 12장에는 다음과 같이 적혔다.
‘온갖 화려한 빛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온갖 아름다운 음악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하며, 온갖 달콤한 맛은 사람의 입을 망하게 하고, 온갖 재미있는 놀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하며, 온갖 진귀한 보물은 사람의 행실을 망가지게 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실속을 중요하게 여기고 눈에 보이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겉으로 나타나는 감각의 즐거움을 버리고 속이 충실한 것을 택하는 것이다.’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田獵 令人心發狂, 難得之貨令人行妨, 是以聖人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노자의 말대로 혀끝의 감각과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버리고 그 속에 감추어진 본질이 얼마나 충실한가를 알아보고 나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음식을 올바르게 먹는 이치를 세 가지로 요약하여 설명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지 않는다

천문학에서는 이 세상이 어둠과 추위에서 세상이 생겨났다고 한다. 곧 암흑과 극한의 추위가 소용돌이치며 모이고 응축하였다가 더 이상 응축할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러 ‘빅뱅’이라고 부르는 엄청나게 큰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로 인해 물질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아 땅을 이루었고 가벼운 것은 위로 떠올라서 하늘이 되었다.

무엇이든지 가볍고 맑은 것은 위로 가는 성질이 있고, 무겁고 탁한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이 있다. 우리 몸에도 반드시 하늘이 있고 땅이 있으니 정신은 하늘과 같고 육신은 땅과 같다. 정신은 머릿골 속에 있으므로 머리통은 하늘과 같고, 육신은 오장육부가 그 중심이므로 몸통은 땅과 같다. 그래서 사람의 몸을 일러 작은 우주[小宇宙]라고 한다. 이 우주를 만드는 기본 재료는 음식이다.

음식도 이와 같아서 가볍고 맑은 것은 머리로 올라가서 정신에 작용하고 무겁고 탁한 것은 내려가서 몸통과 팔다리에 작용한다. 만물은 같은 성질을 지닌 것끼리 서로 모이고 통한다.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위로 떠오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이치가 다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므로 경중(輕重)과 청탁(淸濁)을 가려서 음식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끊임없이 정신을 집중해야 하고 머리를 많이 쓰는 학생들이나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은 경청(輕淸)한 음식을 더 많이 먹어야 할 것이다.그러나 몸통과 팔다리를 주로 쓰는 사람, 곧 운동선수나 힘든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중탁(重濁)한 음식을 조금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경청한 것이고 어떤 음식이 중탁한 것인가? 이를테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은 채소와 과일은 경청한 음식이고,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고기와 달걀 우유 같은 것은 중탁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거의 몸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고기 같은 무겁고 탁한 음식을 먹으면 늘 머리가 무겁고, 몸에 기운이 제대로 돌지 않아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온갖 질병에 걸리기 쉽다. 반대로 대장간에서 날마다 망치질을 하는 사람이 채소와 산나물 같은 경청한 음식만 먹는다면 기운이 빠져서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 중에서는 콩나물과 동치미, 시래기, 미나리, 취나물, 도라지 같은 것이 경청한 음식이다. 경청한 음식은 몸과 마음을 가볍고 맑게 만들어 준다. 경청한 음식은 뇌로 올라가 머리를 맑게 하고 정신력을 강하게 한다. 경청한 음식을 먹으면 뇌기능이 좋아진다. 반대로 고기, 꿀, 설탕, 우유 같은 음식은 중탁한 음식이다. 중탁한 음식은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운동선수들한테 좋다. 그러나 머리가 나쁘면 노동자도 운동선수도 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중탁한 음식을 열심히 먹으면 머리 나쁘고 힘센 바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콩은 곡식 중에서 중탁한 편이다. 콩에 들어있는 영양소는 너무 무거워서 몸에 잘 흡수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중탁한 콩을 발효시켜 몸에 잘 흡수되도록 만들었다. 그것이 장(醬)이다. 콩을 원료로 하여 만든 장(醬)이라고 할지라도 콩 속의 가벼운 성분이 우러나온 간장은 경청한 것이고, 콩의 무거운 성분이 가라앉아서 만들어진 된장은 중탁한 것이다. 그러므로 간장은 위로 올라가서 머리에 작용하고, 된장은 아래로 내려가서 몸통에 작용하는 공식이 성립된다. 간장 중에서도 알맹이가 굵고 단백질과 지방질이 많은 누런 콩으로 만든 간장은 중탁하고, 알맹이가 작고 조직이 성글며 단백질과 지방질이 적은 쥐눈이콩으로 만든 간장은 경청하다.

곡식 중에서는 쌀이나 찹쌀, 콩, 밀, 율무 같은 것은 무겁고 탁하며, 보리와 귀리, 호밀, 조, 염주쌀 같은 것은 가볍고 맑다. 그러므로 쌀과 찹쌀은 몸에 힘을 나게 하는 작용이 더 세고 보리쌀은 머리를 맑게 하는 작용이 더 센 것이다. 약초나 산나물을 놓고 보면 높은 산에서 오랜 기간 동안 자란 산삼이나 산도라지는 가볍고 조직이 허송(虛鬆)하므로 경청하고, 야산이나 밭에서 거름을 많이 주어서 키운 인삼이나 도라지는 무겁고 조직이 치밀하며 영양물질이 많으므로 중탁한 것이 되는 것이다.

높은 산에서 저절로 나서 자란 약초는 뇌에 작용하여 머리를 맑게 하고, 사람이 밭에서 재배한 약초는 몸통에 주로 작용하여 몸통을 튼튼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공부하는 아이들의 머리를 좋게 하여 학교 성적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름기와 단백질이 많은 동물성 식품 곧 닭고기, 소고기, 우유, 달걀, 고등어, 꽁치 같은 중탁한 음식을 먹이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 맑고 가벼운 음식 곧 콩나물국, 보리밥, 산도라지, 산잔대, 산나물, 야생열매, 시래기, 잘 숙성된 간장 등 경청한 음식을 주로 먹어야 할 것이다. 조직이 성글고 경청한 음식은 건강한 천재를 만들고, 조직이 치밀하고 농후하며 중탁한 음식은 굼뜬 바보를 만든다.

둘째, 섬유소를 많이 먹는다

고기를 적게 먹고 야채를 많이 먹어야 기운이 나고 몸이 튼튼해진다고 힘주어 말하면, 그래도 고기를 한 점이라도 더 먹어야 힘이 나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을 흔히 받는다. 그러면 농담 삼아 ‘소는 고기를 먹고 힘을 쓰는가?’ 하고 반문하며 쓴웃음을 짓는 수밖에 없다. 정말 고기를 먹어야 기운이 나는가?

소는 힘이 세다. 사람보다 덩치가 열 배가 커지는 않지만 힘은 열 배가 더 세다. 소의 힘은 질기고 튼튼한 근육에서 나온다. 소가 힘이 센 이유는 섬근질(纖筋質)이 풍부한 식물, 곧 질긴 풀을 먹기 때문이다.

소한테 섬근질이 별로 없는 옥수수사료 같은 곡물을 먹이면 살만 찌고 온갖 병이 생기며 힘을 전혀 쓸 수 없게 된다. 요즘 소들이 다 그렇다. 살만 찌고 힘이 없어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여물을 먹이지 않은 소는 밭갈이를 하지 못한다. 온 세상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광우병도 소한테 고기와 뼛가루 같은 것을 먹여서 뇌에 섬근질이 공급되지 않아서 구멍이 숭숭 뚫려서 생긴 병이 아니던가.

그러나 요즘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고기를 안 먹으려고 애를 써도 안 먹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세상 살림살이가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밖에 나와서 음식 한 끼를 먹으려고 밥집을 열심히 찾아다녀 보아도 고기를 빼고 음식을 먹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들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급식을 학교에서 주는 대로 받아먹을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으니 제대로 음식을 골라 먹게 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아이들의 영양 상태는 옛날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체력이나 정신력은 옛날보다 더 허약해지지 않았는가? 키는 커졌고 몸무게는 늘어났는데 힘은 반대로 더 약해진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늘어났다고 하는데 암, 당뇨병, 치매, 고혈압 같은 만성질병은 어째서 갈수록 기하급수로 늘어나는가? 근무력증이나 파킨슨 병 같은 옛날에 없던 희귀병이나 난치병은 왜 갈수록 더 많이 생겨나는가?

공해로 인해 환경이 나빠진 것이나 일이나 공부에 매달려 몸을 돌볼 시간이 없는 것,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도 그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은 섬근질이 별로 없거나 불량한 섬유소가 들어 있는 음식을 주로 먹는 것에 있다. 섬근질이 부족한 음식이 온갖 난치병과 희귀병을 만든다.

글쓴이는 어려서 중학교를 다닐 적에 고향 산골마을에서 중학교가 있는 면소재지까지 30리가 넘는 길을 날마다 걸어서 오고 갔다. 빨리 걸으면 한 시간 만에 30리를 걸어 학교까지 갈 수가 있었는데 그 때 먹은 음식은 주로 보리밥과 감자, 김치, 동치미, 된장국, 시래기, 콩나물 같은 것이었고 고기는 일 년에 한 번도 먹기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먹은 음식들이 모두 섬근질이 풍부한 음식들이었고 이 음식들이 힘을 나게 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데 가장 좋은 음식이었다. 그 때보다 훨씬 많이 먹고 잘 먹는 요즘 아이들한테 날마다 60리를 걸어서 학교에 다니도록 한다면 그럴 수 있는 체력을 지닌 아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섬유소에 대해서 장 속에서 찌꺼기와 독소를 흡착하여 통변을 좋게 하는 물질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섬유소는 우리 몸의 뼈와 근육의 주된 구성요소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과 뼈를 찬찬히 살펴보면 섬유질 모양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치 실을 꼬아서 천을 짓듯이 가느다란 실처럼 생긴 세포 가닥들이 새끼 꼬듯 꼬여서 근육 다발을 이루고 있다.

근육과 뼈의 근본 물질은 실이다. 이 실을 섬근질, 또는 섬유소라고 한다. 이 섬근질이 근육과 뼈를 만든다. 근육이 질긴 사람은 힘이 세고 근육이 무른 사람은 힘이 없다. 힘은 근육과 뼈에서 나온다. 근육의 힘은 단순히 팔과 다리로 걷거나 뛰거나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것과 같은 외부의 힘을 쓰는 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위장, 소장과 대장, 심장과 허파, 혈관과 같은 몸속의 조직과 장기를 움직이는 데에도 질기고 튼튼한 근육이 필요하다.

근육과 뼈가 튼튼해지려면 섬근질 곧 실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부드러운 음식 곧 입에서 살살 녹는 음식, 모든 음료, 가루로 만든 음식, 씹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섬근질이 별로 없는 음식이다. 달걀, 우유, 아이스크림, 밀가루음식, 과자, 뻥튀기 같은 것들이 섬유질이 없는 음식이다. 반대로 단단하고 질기며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음식들은 대개 섬근질이 많은 음식이다. 늘보리, 콩나물, 질경이, 칡, 무시래기, 김치, 파김치 같은 것들이 훌륭한 섬근질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을 이루고 있는 바탕인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섬근질이 많은 음식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그리고 근육과 뼈를 구성하고 있는 섬근질, 곧 실[絲]이 산화되어 녹슬거나 삭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근육과 뼈를 산화시켜 녹이는 것은 산성 음식이다. 그러므로 산성식품을 피하고 알칼리성 음식을 먹어서 그 실타래를 잘 보호해야 한다.

혀에 맛이 인생의 맛이네
혀는 5미를 구분하고
5미는 신체 부위를 부르네

단맛은 위장에, 신맛은 간장에 좋고
짠맛은 신장에, 쓴맛은 심장에,
매운맛은 대장에 좋은 신호를 보내네

5미가 하나에 집중하면 해롭고
골고루 조화를 이루면 이롭네
조화를 이룬 음식이 맛나네

인생살이도 음식의 맛을 닮아서
행복 같은 단맛이 있는가 하면
실패 같은 쓴맛도 있고 고통 같은 짠맛도 있네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신맛도 매운맛도 있네

5가지 맛을 헤아린 자는 성공한 인생이고
그렇지 아니한 자는 승리하지 못하네
이들 5미는 우주의 5행을 닮았고 相生하고 相剋하네
늙으면 입맛이 하나씩 사라지고 쓴맛만 남는다네.

인생의 맛/차영섭

셋째, 단것을 많이 먹지 않는다

모든 음식에는 고유의 맛이 있다. 달고[甘], 짜고[鹹], 맵고[辛], 시고[酸], 쓴[苦] 다섯 가지의 맛이다. 이 맛을 균형 있게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음식이 지닌 기운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주로 먹는 음식들은 대개 맛이 한 곳으로만 치우쳐 있다. 그것은 바로 단맛이다. 요즘 음식은 어디 가서 무엇을 먹든지 음식이 너무 달다. 우리나라의 설탕 소비량은 40년 전에는 한 사람이 한 해에 평균 50그램이었으나 지금은 20킬로그램이 넘는다. 40년 전에 1년 걸려서 먹던 설탕을 요즘에는 한 끼에 다 먹어치운다. 흔히 단맛이라고 하면 설탕이나 꿀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요즘은 거의 모든 음식에 당분이 넘쳐난다.

곡물에는 탄수화물이 많다. 탄수화물은 몸속에 들어가서 당분이 되어 대사활동에 필요한 연료가 된다. 연료로 쓰고 남는 당분은 지방으로 바꾸어 몸속에 저장한다. 쌀, 찹쌀, 율무, 수수 같은 곡식에는 탄수화물이 아주 많다. 술을 만들고 식혜를 만들 수 있는 곡물과 뿌리채소에는 다 당분이 많다. 곡식 중에서는 보리와 귀리, 호밀 같은 것이 당분이 적은 편이다. 감자와 고구마에도 전분이 많다. 전분이 많은 음식 곧 쌀밥, 떡 같은 것을 먹는 것은 설탕을 퍼서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일 또한 품종개량과 비료와 농약 덕분에 수십 년 전보다는 당도가 몇 배 높아져서 애써 고르지 않아도 달지 않은 과일이 없다. 모든 과일이 달기가 꿀과 같다. 수박이 그렇고 사과가 그렇고 포도가 그렇고 키위가 그렇고 배가 그렇다. 사이다, 콜라, 과일주스 같은 모든 음료도 단맛이 넘친다. 무가당 주스라고 하는 것도 설탕을 넣지 않았다고 하지만 몹시 달다. 갖가지 음료, 후식, 과자. 빵 같은 것이 모두 꿀처럼 달다. 단맛이 오늘날 사람들의 혀와 입맛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요즘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단맛에 중독되어 있다. 단맛 중독은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 못지않게 사람의 몸과 정신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과잉 섭취한 당분은 몸속에서 에너지로 바꾸어 쓰지 못하고 지방으로 바뀌어 축적되고 그 지방이 쌓여 우리 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문제와 질병을 일으킨다. 단 것을 먹으면 단순하게 살만 찌는 것이 아니다. 간에 쌓인 지방은 지방간이 되었다가 굳어서 간경화가 되고, 내장에 쌓인 지방은 내장비만이 되어 온갖 심장병과 고혈압, 혈관질병의 원인이 된다. 지나치게 많은 당분은 췌장을 쥐어짜서 인슐린으로 많이 소비하여 당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밖에 당분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뼈와 근육을 삭게 하며 온갖 염증을 생기게 하고 성질을 조급하게 하며 우울증, 불면증, 정신병, 치매, 불임증, 암 같은 모든 질병의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원인이 된다. 백 가지 질병 중에서 아흔 가지는 당분이 그 원인이다.

음식은 그 재료가 지닌 본래의 영양과 맛을 잘 살려서 먹어야 한다. 신 것은 시게 먹고, 쓴 것은 쓰게 먹으며, 매운 것은 맵게 먹고, 짠 것은 짜게 먹어야 한다. 어느 한쪽 맛에만 치우치지 말고 갖가지 맛을 골고루 먹어야 몸과 마음이 다 고르게 발달하고 건강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바른 마음과 건강한 몸을 갖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지금 내 앞에 있는 밥상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내가 먹는 밥이 곧 다른 생명의 목숨이 아니던가. 다른 생명의 목숨이 곧 내 몸에 들어와서 내 목숨이 되고 내 살과 피가 된다. 내 앞에 놓인 밥상이 옳으면 내 정신과 몸이 다 옳은 것이고 밥상이 그르면 내 정신과 몸이 다 그른 것이다.

사람의 정신과 육신을 위한 가장 큰 도는 밥상에 있다. 밥이 곧 하늘이고 땅이거늘 이에 더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밥상에 무엇을 더 얹을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더 덜어낼 것인가를 생각하라. 가장 소박(素朴)하고 경청(輕淸)하며 허송(虛鬆)한 밥상이 되게 하라. 가장 단출한 밥상이 가장 위대한 밥상이다.

사람의 길(吉), 흉(凶), 화(禍), 복(福), 선(善)과 악(惡)은 하루 세 끼 먹는 밥이 결정한다. 한 끼 밥상 앞에 우리는 더 경건하고 겸허해야 할 것이다.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밥 먹는 법/정호승

[출처] '최진규 약초학교' (2015-11-13)

/ 2021 01.17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