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
언제였던가 나는 기차 여행을 하고 있었다. 우연하게도 내가 탄 칸막이 안에는 나 외에 다른 승객이 꼭 한 사람밖에 없었다. 자연히 그는 내게 말을 걸려 했고, 나와 얘기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나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뭔가 물어올 때면 난 간단히 “예","아니오”라고만 대답했다. 나는 그의 물음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가 먹을 것을 내밀었고, 난 그저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담배를 권했고, 난 그저 "안 피웁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술을 권했고-그는 의사였다.
난 "안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당신과 친해질 수 있겠소? 우린 앞으로 이틀 내내 이 칸막이 안에서 같이 지내야 될 거요. 그런데 우리 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가교도 없는 것 같군요."
나는 그저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그런 것 같군요."
그리고나서 나는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는 점점 더 초조해지면서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는 여행 가방을 열었다 닫았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옷을 괜히 매만져 보며 신문을 계속 반복해 읽곤 하였다.
그리곤 간간히 나를 쳐다보면서 마치 내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요?"
하고 묻는 표정을 짓곤 하였다. 나는 그저 묵묵히 앉아서 그의 안절부절 못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 두 시간쯤 지나자 그가 마침내 차장을 불렀다.
"다른 칸으로 옮겼으면 하오."
차장이 뭐가 잘못된 게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잘못된 건 없습니다만, 이 양반이 너무 말이 없어서 정말 죽겠습니다. 이 양반의 침묵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단 말입니다. 이 양반이 참 지독하게도 꼼짝도 않고 침묵만 지킨단 말이요."
☆ 그대, 침묵을 지켜보라. 다른 사람들이 그대와 함께 있기를 얼마나 불편해 하는지 알 게 될 것이다. 그대의 침묵은 완전히 다른 세계, 즉 그들에게 아주 낮선 세계를 가져올 것이다. 그 침묵은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들려줄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 방식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그대는 이상한 사람이 될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들 속에 있는 자연스러운 그대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될 것이다. 스스로 편안하지 못한 사람들 속에 있는 스스로 편안한 그대는 이상한 사람이 될 것이다.
● 가짜와 진짜
한 젊은이가 할머니를 모시고 걸작 미술 전시회를 구경갔다. 거기서 생전 처음으로 빈센트 반 고호의 진짜 그림을 본 할머니는 그림을 보는 순간 웃음을 떠뜨렸다.
젊은이가 물었다.
"왜 웃으세요, 할머니? 그림이 마음에 드세요?"
"웃기지 않니? 이 복사판 그림 좀 봐라. 내가 이십 년 동안이나 갖고 있어 온 달력 그림을 똑같이 베꼈지 뭐니?"
사실은 그 달력이 이 그림을 베낀 것이고 이것이 진짜 그림인데 할머니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그림의 진짜는 내 방에 이십 년 동안이나 걸려 있었단다."
☆ 가짜에 감염될 때 그대, 진짜를 놓치고 만다. 그대의 눈이 가짜로 가득 차 있으면 진짜와 만났을 때 그 진짜를 알아보지 못하지 않겠는가.
[출처]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 中에서
♤ 침묵도 때론 상황에 따라 자유가 될 수도 있고 죄가 돌 수도 있다. 위 상황이라면 당연히 침묵의 자유가 우선이다. 어떤 일에도 나서고 말 많은 사람, 관종인 사람은 상대방이 피곤하다. 그가 정의롭지 못한 주장을 할 때는 분노마저 일으킨다. 가짜가 범람하는 세상,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혜안을 가진 사람들이 주류를 이룰 때 그 사회는 그래도 희망은 있다.
/ 2020.08.04 편집 택..
'[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시감상] 그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는 고맙고 행복하나니, 그대는 나의 가장 소중한 별, 내 삶의 이유 있음을 김소엽 (2020.08.08) (0) | 2020.08.08 |
---|---|
[명시감상] 그래 가끔 들꽃을 보자.. 강아지풀과 함께 최종국, 말숨편지 (2020.08.04) (0) | 2020.08.04 |
[우화읽기] 술, 구혼 버나드 쇼..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 (2020.08.04) (0) | 2020.08.04 |
[우화읽기] 고정관념,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 (2020.08.04) (0) | 2020.08.04 |
[우화읽기] 짖지 않는 개,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 (2020.08.03) (0) | 2020.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