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커스 / 잭 캔필드ㆍ마크 빅터 한센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중에서)
내가 십대였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나는 아버지와 함께 서커스를 구경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었다. 표를 산 사람들이 차례로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가고, 마침내 매표소와 우리 사이에는 한 가족만이 남았다. 그 가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열두살 이하의 아이들이 무려 여덟명이나 되는 대식구였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결코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비싸진 않아도 깨끗했고, 아이들의 행동에는 기품이 있었다. 아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부모 뒤에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아이들은 그날 밤 구경하게 될 어릿광대와 코끼리, 그리고 온갖 곡예들에 대해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전에는 한번도 서커스를 구경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날 밤은 그들의 어린 시절에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랑스런 얼굴로 맨 앞줄에 서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자랑스럽게 남편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당신은 정말 멋진 가장이에요."
남편도 미소를 보내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 역시 훌륭한 여성이오."
이때 매표소의 여직원이 남자에게 몇 장의 표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자랑하듯이 말했다.
"우리 온 가족이 서커스 구경을 할 수 있도록 어린이표 여덟 장과 어른 표 두 장을 주시오."
여직원이 입장료를 말했다. 그 순간 아이들의 어머니는 잡고 있던 남편의 손을 놓고 고개를 떨구었다. 남자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남자는 매표소 창구에 몸을 숙이고 다시 물었다.
"방금 얼마라고 했소?
매표소 여직원이 다시 금액을 말했다. 남자는 그만큼의 돈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말할 것인가. 한껏 기대에 부푼 아이들에게 이제 와서 서커스를 구경할 돈이 모자란다고 말할 순 없는 일이었다.
이때였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의 아버지가 말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20달러 짜리 지폐를 꺼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런 다음 아버지는 몸을 굽혀 그것을 다시 주워 들더니 앞에서 있는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보시오, 선생. 방금 당신의 호주머니에서 이것이 떨어졌소."
남자는 무슨 영문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그는 결코 남의 적선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절망적이고 당혹스런 그 상황에서 아버지가 내밀어 준 도움의 손길은 실로 큰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남자는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2O달러 지폐를 꼭 움켜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소, 선생. 이것은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로 큰 선물이 될 것이오."
남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들은 곧 표를 사 가지고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 아버지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 당시 우리 집 역시 전혀 부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날 밤 서커스 구경을 못 했지만 마음은 결코 허전하지 않았다.
● 한스가 구조한 사람 / 댄 클라크
몇 해 전 네덜란드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소년이 헌신적인 자기 희생을 통해 그것이 가져다주는 큰 보상에 대해 세상을 일깨운 사건이 있었다.
그 마을은 주민 모두가 물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잇고 있었기 때문에 긴급 상황에 대비한 자원 구조대가 필요했다.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구름이 밀려오더니 곧이어 사나운 폭풍이 고기잡이배 한 척을 에워쌌다. 위험에 처한 선원들은 급히 구조 신호를 타전했다.
구조대 대장이 경보 신호를 울리자 주민 모두가 바닷가 마을 광장에 모였다. 구조대가 노를 저어 거센 파도와 싸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주민들은 랜턴으로 바다를 비추며 해변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한 시간 뒤, 안개를 헤치고 구조 대원들의 배가 돌아왔다. 주민들은 환성을 지르며 그들에게로 달려갔다. 지친 구조 대원들은 모래사장에 쓰러지며 주민들에게 보고했다
인원이 넘쳐 더 이상 구조선에 태울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남자를 뒤에 남겨 둬야 했다는 것이었다. 한 명을 더 태우면 구조선까지 파도에 휩쓸려 모두 생명을 잃고 말았으리라는 것이었다.
구조대 대장은 애가 타서 그 외로운 생존자를 구하기 위한 다른 자원 봉사자를 찾았다. 이 때 열여섯 살 먹은 한스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한스의 어머니는 한스의 팔을 잡으려 애원했다.
"제발 가지 마라. 네 아버지도 10년 전에 배가 난파되어 죽었지 않니? 네 형 파울도 며칠 전에 바다에서 실종이 됐구. 내게 남은 것은 한스 너뿐이다."
한스가 말했다.
"어머니, 전 가야만 해요. 모두가 '난 갈 수 없어 다른 사람이 이 일을 해야만 해.' 하고 말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어머니, 이번에는 제가 나서야 해요.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는 부름이 왔을 때는 누구든지 그렇게 해야만 해요."
한스는 어머니를 포옹하고 나서 구조대에 합류했다. 그리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한 시간이 지났다. 한스의 어머니에게는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마침내 구조원들이 탄 배가 다시 안개를 뚫고 돌아왔다.
뱃머리에는 한스가 서 있었다. 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이 소리쳐 물었다.
"실종자를 구조했나?"
지친 몸을 가누면서 한스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구조했어요. 저의 엄마에게 말씀해 주세요. 실종자가 바로 우리 형 파울이었다구요!"
[출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 2020.06.12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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