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봄꽃산책] 진달래, 유년의 추억.. 고향의 봄 꽃대궐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봄이 오면 (2020.03.30)

푸레택 2020. 3. 30. 09:23

 

 

 

 

 

 

 

 

 

 

 

 

 

 

 

 

 

 

♤ 젊은 날의 추억.. 빛바랜 한 장의 사진

이등병 시절 진달래꽃 피어난 행정실 앞에서

- 30개월 젊음을 보낸 양구군 원당리 <833포병대대>


♤ 젊은 날의 추억.. 833포병 전우의 사진

'시린 겨울 지나면 병사들의 가슴에도 봄은 온다'

- 양구 대암산 <833포병대대전우회카페>에서  








 고향의 봄 /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 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봄이 오면 / 김동환 시 홍난파 곡, 이흥렬 곡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내 마음도 함께 따 가 주


봄이 오면 하늘 위에 종달새 우네

종달새 우는 곳에 내 마음도 울어

나물 캐는 아가씨야 저 소리 듣거든

새만 말고 이 소리도 함께 들어 주


는야 봄이 오면 그대 그리워

종달새 되어서 말 붙인다오

나는야 봄이되면 그대 그리워

진달래꽃 되어서 웃어본다오


● 바위고개 / 이서향 작사 이흥렬 작곡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님이 그리워 눈물납니다

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님

그리워 그리워 눈물납니다

 

바위고개 피인 꽃 진달래꽃은

우리 님이 즐겨즐겨 꺾어주던 꽃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님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

십여년 간 머슴살이 하도 서러워

진달래 꽃 안고서 눈물집니다

 

● 청산에 살리라 / 김연준 작사 김연준 작곡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

이 봄도 산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이

이 봄도 산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 진달래 꽃말: 청렴, 절제, 사랑의 기쁨, 애틋한 사랑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fromThe Waste Land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T. S. Eliot)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 T.S. 엘리엇, <황무지> 중


● 진달래꽃 / 권오범

 

너의 연분홍 미소만 보면

애써 묻어둔 유년의 기억들이

독새풀처럼 돋아나

가슴이 온통 그리움으로 회오리친다

 

걔랑 나랑

뒷동산 너럭바위에 앉아

너의 긴 수염 뽑아

꽃 싸움으로 동강낸 반찬거리들

 

깨소금같이 고소하게 쏟아지던

종다리 노랫소리 듬뿍 넣고

사금파리 밥그릇 비비던

밤 쭉정이 숟가락까지 그리워져

너의 연분홍 미소만 보면

 

● 진달래와 아이들 / 박희진


지금은 없어진 이 땅의 보릿고개

에베레스트 산보다도 높았다는

밑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은

풀뿌리 나무껍질 따위로 연명했죠

 

허기진 아이들은 산에 들에 만발한

진달래 따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다르데요

어제 숲 속의 샘터로 가는데

 

두 아이가 진달래 꽃가지를

흙을 파고 정성껏 심는 것을 보았어요

물론 그들이 꺾은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꺾어서 버린 걸 말예요

나는 집에 돌아와서야 깨닫게 되었지요

그 진달래는 내 가슴속에도 심어졌다는 것을

 

● 봄언덕 진달래꽃 너의 가슴 온통 필 때 /이재창

 

가난이 무슨죄냐, 울먹이던 누이야

봄언덕 진달래꽃 너의 가슴 온통 필 때

서울로 떠난 사람들 아직 세상 모른단다

배추꽃 유채꽃 만발한 뒤뜰을 거닐며

서울 간 분이 생각 부러워서 못 견디겠지

하지만 네온사인 얼룩진 명동도 사람 살 곳 아니단다

봄 지난 여름 장마에 한강은 홍수나고

가을 지난 겨울에는 꽁꽁 언 시베리아 벌판

누이야, 구로공단 여공생활 잊는 것이 편하단다

농부딸이 서울 가서 분칠하고 떠돌아도

서울 귀신 눈이 밝아 배겨내지 못한단다

몇 세상 죽음처럼 넘어진 시골땅이 차라리 아름답단다

 

● 진달래와 어머니 / 설태수

 

진달래 숲길을 걷고 계신 어머니는

배고프던 옛날에 진달래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고

하신다. 진달래 한 송이를 맛보시면서

앞산 진달래를 꺾어 와 부엌 벽 틈마다 꽂아두면,

컴컴하던 부엌이 환했다고 하신다.

진달래 맛이 옛맛 그대로라고 하신다

얼핏 어머니의 눈빛을 살펴보니

어머니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계셨다

처녀 적 땋아 내린 긴 머리 여기저기에

진달래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빨간 풍선처럼 이 산 저 산을 마구 떠다니시는 듯했다

- 어머니, 너무 멀리 가지 마셔요

하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산에 피는 꽃이나 사람꽃이나 사람 홀리긴

매한가지라시며,

춘천을 오갈 때는 기차를 타라고 하신다

일주일에 내가 이틀씩 다니는 경춘가도의

꽃길이, 마음에 걸리신 모양이다

어머니 말씀이 제겐 詩로 들리네요

하니깐, 진달래 숲길에서 어머닌

진달래꽃 같은 웃음을 지으신다

 

● 진달래 능선에서 / 이계윤

 

진달래 한 송이 지게에 달고

꽃 같은 마음이라야 하느니라 하시던

아버지 그 말씀

 

아버지 생전에

지게발통 작대기 장단에

한을 노래 삼아 콧노래 부르시더니

 

저승 가시는 길에

가난의 한을 씻기라도 하시듯

배움의 한을 씻기라도 하시듯

허리 굽은 능선에 빨갛게

꽃으로 서 계시는 당신

 

오늘도

진달래 불타는 산 허리춤에

꽃가슴 활짝 열고 계시군요

생시처럼

 

아버지!

당신 계시는 음택(陰宅)

진달래 타는 불꽃에

가슴이 아려

꽃잎에 이슬이 내립니다


[들꽃이야기] 진달래


진달래 피었구나 눈 녹은 산에

분홍꽃 여기저기 반가이 웃네

겨우내 눈 속에서 기다리던 봄

가자가자 손잡고 봄맞이 가자


진달래는 다른 나무보다 화려한 꽃을 피워 봄소식을 알린다. 이른 봄 먼저 산을 분홍으로 물들인다. 진달래는 진달래과의 낙엽관목으로 산지의 볕이 잘 드는 곳에 살고 있다. 높이는 2~3m이고 줄기 윗 부분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지며, 작은가지는 연한 갈색이고 비늘조각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 모양이며 양끝이 좁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 표면에는 비늘 조각이 약간 있고, 뒷면에는 비늘 조각이 빽빽이 있으며 털이 없다.


꽃은 3월 하순에서 4월에 잎보다 먼저 피고 가지 끝 부분의 곁눈에서 1개씩 나오지만 2~5개가 모여 달리기도 한다. 화관은 벌어진 깔때기 모양이고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 또는 연한 붉은 색이고 겉에 털이 있으며 끝이 5개로 갈라진다. 수술은 10개이고 수술대 밑 부분에 흰색 털이 있으며, 암술은 1개이고 수술보다 훨씬 길다. 꽃은 이른봄에 화전을 만들어 먹거나 진달래술(두견주)을 담그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꽃을 약재로 쓰는데, 해수·기관지염·감기로 인한 두통에 효과가 있다.


진달래는 우리 땅 어디든지 자라지 않는 곳이 없다.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폭넓은 서식지를 갖고 있는 우리의 자생식물이다. 북한의 경우 함박꽃나무(木蘭)로 바꾸기 전까지는 상징화로 아낌을 받았던 나무이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다. 그래서 진짜 꽃이라는 뜻으로 참꽃이라 부른다. 참꽃에 대해 못 먹는 철쭉은 개꽃이라 부른다. 진달래의 한자 이름은 두견화(杜鵑花)이다. 두견새가 슬피 울다가 피를 토하여 진달래와 철쭉에는 지금도 붉은 피가 점점이 묻어 있다고 한다. 옛날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던 진달래에 관한 노래가 진달래가 피면 생각이 난다.


할아버지 지고 가는 나무지게에

활짝 핀 진달래가 꽂혔습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노랑나비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따라갑니다


 / 노양주 울산들꽃학습원 연구사, 경상일보 발췌


진달래 / Rhododendron mucronulatum

(Korean Rosebay, 杜鵑花)

 

진달래꽃은 산 넘어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을 완연히 느낄 때 즈음에 피기 시작한다. 동네 앞산은 물론 높은 산꼭대기까지 온 산을 물들이는 꽃이다. 진분홍 꽃이 잎보다 먼저 가지마다 무리 지어 피는 모습은 고향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잠시 유년의 추억으로 되돌아가게 해준다.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고 노래했다. 꽃 대궐의 울타리는 산 능선을 이어 달리듯 펼쳐진 자그마한 키의 아기 진달래 꽃밭으로 만들어진다. 더 예쁘게 만들기 위하여 육종이란 이름의 성형수술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자연 미인이다.

 

진달래는 비옥하고 아늑한 좋은 땅은 우악스런 경쟁자들에게 모두 빼앗기고 생존의 극한 상황인 산꼭대기로 쫓겨난 나무나라의 가난한 백성이다. 바위가 부스러져 갓 흙이 된 척박하고 건조한 땅, 소나무마저 이사 가고 내버린 땅을 찾아 산꼭대기로 올라왔다. 잎파랑이란 공장을 돌리는 데 꼭 필요한 수분이 부족하고 대부분의 식물들이 싫어하는 산성토양에 적응하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가난하지만 이웃과 사이좋게 오순도순 모여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었다.

 

이런 땅에는 경쟁자가 많지 않다. 형제간인 철쭉이나 산철쭉이 경쟁자이나 서로 뒤엉켜 이전투구를 벌이지는 않는다. 적당히 영역을 나누어 살아간다. 다만 진달래 꽃밭이 엉뚱한 이유로 차츰 없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산림보호 정책의 성공으로 숲이 우거지면서 진달래가 터전을 마련할 양지바른 땅이 자꾸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부지방에서는 진달래보다 참꽃나무란 이름에 더 친숙하다. 가난하던 시절에는 진달래가 필 즈음이면 대체로 먹을 양식이 떨어져 배고픔이 일상일 때이다. 굶주린 아이들은 진달래꽃을 따먹으며 허기를 달랬으므로 진짜 꽃이란 의미로 참꽃이란 이름을 자연스럽게 붙였다. 식물도감에 보면 제주도에 참꽃나무가 있다고 나와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참꽃’은 진달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진달래란 말의 어원은 달래에 접두어 진(眞)이 붙은 형태로 짐작하고 있다. 달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봄나물뿐만 아니라, 달래란 이름이 흔하듯이 꽃을 나타내는 다른 뜻도 있었던 것 같다.

 

같은 진달래도 토양산도와 유전형질에 따라 빛깔이 조금씩 달라진다. 빛깔에 따라 꽃잎 색이 연한 연(軟)달래, 표준색깔의 진(眞)달래, 아주 진한 난(蘭)달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어린 소녀 시절부터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하는 젖꼭지 빛깔을 비유한 말이기도 하다.

 

우리의 옛 문헌에 나오는 진달래는 모두 두견화(杜鵑花)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중국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중국의 촉나라 망제(望帝) 두우는 손수 위기에서 구해준 벌령이란 신하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국외로 추방당한다. 억울하고 원통함을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죽어서 두견이가 되어 촉나라 땅을 돌아다니며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울어댔는데, 그 피가 떨어져 진달래꽃이 되었다는 것이다. 두견이의 울음소리가 중국 사람들에게는 그네들 발음으로 돌아감만 못하다는 뜻의 ‘부루구이(不如歸)’라고 들리는 듯하여 이런 전설이 생겼다는 것이다.


진달래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며 키가 3미터 정도이고 밑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와 자란다. 우리나라 산의 큰 나무로 소나무와 참나무가 대표라면 작은 나무의 대표는 진달래다. 이처럼 진달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으로 모두가 좋아하는 대표 꽃이다. 선비들의 시가 속에 수없이 등장하며 꽃잎을 따다 두견주를 담아 마시고 꽃전을 부쳐서 나누어 먹으며 봄날의 하루를 즐기기도 했다.

 

/ 박상진 교수의《우리 나무의 세계 1》에서 발췌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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