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봄꽃산책]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사월의 노래, 이루지 못한 사랑 백목련 (2020.03.23)

푸레택 2020. 3. 30. 08:09

 

 

 

 

 

 

 

 

 

 

 

 

 

 

 

 

 

 

 


♤ 사월의 노래 / 박목월 작시, 김순애 작곡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바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 백목련 (Magnolia denudata, 白木蓮)

 

중국 원산의 낙엽성 큰키나무로 높이 15m에 이른다. 줄기껍질은 회백색이며, 어린 가지와 겨울눈에 털이 많다. 3~4월에 향기가 짙은 종 모양의 흰꽃이 가지 끝에서 잎보다 먼저 핀다. 꽃받침과 꽃잎은 서로 구분되지 않으며, 좁은 도란형으로 퍼져서 벌어지지 않는다.

 

양성화이며 수술은 많고 나선상으로 배열한다. 조경용으로 심는 것은 대부분 백목련이고 목련(M. kobus DC.)은 드물다. 꽃의 지름은 12~15cm이고 다른 목련류처럼 꽃잎이 6장이지만 바깥 꽃받침 조각 3장이 흡사 꽃잎 같아 9장으로 보인다. 꽃잎은 모양이 서로 비슷하며 거꿀달걀꼴에 가깝고 약간 육질이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목련은 대부분 우리나라 원산의 목련(M. kobus)이 아닌 백목련이다. 우리나라 목련에 비해 꽃의 크기가 크고 꽃덮이 조각도 9장이다. 또한 우리나라 목련은 꽃잎 안쪽이 붉은색을 띠는 반면, 백목련은 전체적으로 흰색이다. 이 밖에도 꽃잎 안쪽은 흰색, 바깥쪽은 자주색인 자주목련과 안쪽과 바깥쪽이 모두 자주색인 자목련이 있다.

 

잎은 넓은 도란형이고 잎자루는 길이 1-2cm이다. 목련(M. kobus DC.)과 달리 꽃잎과 꽃받침이 구분되지 않고, 보다 크며, 옆으로 퍼져서 벌어지지 않는다. 조경용으로 심는 것은 대부분 백목련이고 목련(M. kobus DC.)은 드물다. 꽃말은 이루지 못한 사랑이다.

 

● 목련 (Magnolia kobus, 木蓮)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시인 박목월이 가사를 쓰고 김순애 씨가 작곡한 〈4월의 노래〉다. 1960년대 이후 한때 학생들에게 널리 불리던 가곡이다. 활짝 핀 목련꽃 아래서 연애소설의 백미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던 그 순수함이 정겹다.

 

목련(木蓮)은 ‘연꽃처럼 생긴 아름다운 꽃이 나무에 달린다’라는 뜻이다. 목련은 봄기운이 살짝 대지에 퍼져나갈 즈음인 3월 중하순경, 잎이 나오기 전의 메말라 보이는 가지에 눈부시게 새하얗고 커다란 꽃을 피운다. 좁고 기다란 여섯 장의 꽃잎이 뒤로 젖혀질 만큼 활짝 핀다. 꽃의 가운데에는 많은 수술과 각각 따로 떨어져 있는 여러 개의 암술이 있다. 이런 모습을 두고 식물학자들은 원시적인 꽃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원시식물이라고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1억 4천만 년 전, 넓은잎나무들이 지구상에 첫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때 나타났으니 원시란 접두어가 붙을 만하다. 가지 꼭대기에 한 개씩 커다란 꽃을 피우는 고고함으로나 순백의 색깔로나 높은 품격이 돋보이는 꽃이다.

 

꽃을 피우기 위한 목련의 겨울 준비는 남다르다. 마치 붓 모양 같은 꽃눈은 목련만의 특별한 모습이다. 꽃눈은 두 개의 턱잎과 잎자루가 서로 합쳐져 변형된 것이고, 겉에는 갈색의 긴 털이 촘촘히 덮여 있어서 겨울의 추위를 견뎌내도록 설계를 해두었다. 《사가시집(四家時集)》주에 실린 〈목필화(木筆花)〉라는 시에는 “이른 봄 목련꽃이 활짝 피는데/꽃봉오리 모습은 흡사 붓과 꼭 같구나/먹을 적시려 해도 끝내 할 수가 없고/글씨를 쓰기에도 적합하지 않네”라고 했다. 목련을 두고 목필화라는 다른 이름을 붙인 이유를 설명한 셈이다.

 

겨울날 붓 모양의 꽃눈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끝이 거의 북쪽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옛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을 비롯한 몇몇 문헌에 나오는 ‘북향화(北向花)’란 목련의 이런 특징을 잘 나타낸 말이다.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북쪽을 향하는 꽃봉오리가 더 많은 것 같다. 꽃봉오리의 아랫부분에 남쪽의 따뜻한 햇볕이 먼저 닿으면서 세포분열이 반대편보다 더 빨리 이루어져 자연스럽게 끝이 북쪽을 향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동의보감》에는 목련을 신이(辛夷), 우리말로 붇곳(붓꽃)이라 하여 꽃이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따서 약재로 사용했다. 목련은 “풍으로 속골이 아픈 것을 낫게 하며,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고 코가 메는 것, 콧물이 흐르는 것 등을 낫게 한다. 얼굴이 부은 것을 내리게 하며 치통을 멎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수염과 머리털을 나게 한다. 얼굴에 바르는 기름을 만들면 광택이 난다”라고 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목련에 관한 기록이 처음 나온다. 김수로왕 7년(서기48)에 신하들이 장가들 것을 권했지만, 하늘의 뜻이 곧 있을 것이라면서 점잖게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바다 서쪽에서 붉은 돛을 단 배가 북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왕은 기뻐하며 사람을 보내 목련으로 만든 키를 바로잡고[整蘭橈], 계수나무로 만든 노를 저어 그들을 맞아들였다. 배 안에 타고 있던 아리따운 공주는 인도의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으로 훗날 김수로왕의 왕비가 된다. 이처럼 목련은 꽃뿐만 아니라 나무로서의 쓰임새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목련은 한라산이 고향이며 오늘날 자생지는 거의 파괴되었으나, 이창복 교수가 쓴 1970년대 논문에는 성판악에서 백록담 쪽으로 30분쯤 올라가면 자연산 목련이 군데군데 보인다고 했다. 전남 진도에 있는 석교초등학교에는 키 12미터, 줄기 밑 둘레 280센티미터의 약 100년생 목련이 자라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만나는 목련은 실제 백목련인 경우가 많다. 토종 제주도 목련은 잘 심지 않고, 중국 원산인 백목련이 오히려 더 널리 보급된 탓이다. 재래종 목련은 꽃잎이 좁고, 완전히 젖혀져서 활짝 피는 반면 백목련은 꽃잎이 넓고 완전히 피어도 반쯤 벌어진 상태로 있다.

 

이외에도 보라색 꽃의 자목련이 있다. 또 백목련과 자목련을 교배하여 만든 자주목련은 꽃잎의 안쪽이 하얗고 바깥쪽은 보라색이다. 또 꽃잎이 10개가 넘는 중국 원산의 별목련도 있으며, 5월 말쯤 숲속에서 잎이 난 다음에 꽃이 피는 함박꽃나무(산목련) 역시 목련과 가까운 형제나무다. 북한에서는 함박꽃나무를 목란(木蘭)이라 하며 북한 국화로 알려져 있다.

 

/ 박상진 교수의 《우리 나무의 세계 1》발췌 (2020.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