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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물 흐르듯 구름 흘러가듯 작은 인연의 아름다움 (2019.08.20)

푸레택 2019. 8. 20. 06:14

 

 

 

 

 

 

 

 

 

 

 

 

 

 

 

 

 

 

 

 

 

 

 

 

 

 

 

 

● 작은 인연(因緣)들로 아름다운 인생(人生)

토요일 저녁, 부산에서 올라온 고교 친구 이진표 교수와 함께 대학로에 있는 유니플렉스에서 이충주 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연극 '어나더 컨트리'를 관람했다. 나의 친구 이진표 교수는 이 연극에서 주인공 토미 저드역으로 나오는 뮤지컬 배우 이충주의 이버지다. 이충주는 재작년 jtbc '팬텀싱어' 시즌2에 출연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이충주 팬이다. '팬텀싱'어 시즌2를 보면서 가족 모두 이충주를 응원했고,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잠실 롯데콘서트홀을 찾아 이충주를 비롯한 팬텀싱어 가수들이 나오는 공연 'Feliz Navidad 펠리스 나비다'를 관람하기도 했다. 오늘은 이충주가 주연으로 나오는 연극 '어나더 컨트리'를 주인공의 아버지와 함께 관람한다.

큰 딸이 내게 이충주 배우를 만나면 사인을 받아오라 했다고 말하니 진표가 아들에게 전화를 한다. 아들이 공연이 끝나면 펜사인회가 있어서 그땐 너무 기다리셔야 하니 지금 바로 배우 대기실이 있는 지하 5층으로 내려오라고 했단다. 멋진 배우 충주를 만나 사인도 받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공연 시작 시간이 20분도 채 남지 않아 공연 준비에 바쁠 텐데 이렇게 만나 사진도 함께 찍고 사인도 해 주니 참으로 고맙다.

서둘러 지하 4층 관객석 1층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규모가 큰 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넓은 관람석이 거의 꽉 채워졌다. 관객의 90% 이상이 여성들이다. 이 연극의 출연진들이 모두 남자 배우들이고 또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유명 남성 배우들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신인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이들은 수백대 일의 치열한 오디션 경쟁을 뚫고 발탁되었다고 한다.

재작년 5월엔 이곳 대학로를 찾아 인권운동가 고상만 씨가 직접 대본을 쓰고 배우 맹봉학 씨가 연출을 맡은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보았다. '이등병의 엄마'는 군의문사를 주제로 한 매우 뜻깊은 연극으로 군에서 아들을 잃은 엄마들의 애끓는 호소를 담고 있다. 군의문사를 당한 군인들의 어머니들이 연극에 직접 출연하여 더욱 아픈 마음으로 연극을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인터미션도 없이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어나더 컨트리'는 주제가 무거운 연극이었다. 이 작품은 파시즘과 대공황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였던 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상류층 자제들만 모인 명문 사립학교 청년들의 이상과 꿈, 좌절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 연극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관람한 나로서는 연극이 한참 진행되어서야 줄거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도 연극의 작품성도 아닌 관객들의 태도였다. 재미있고 웃음보 터지는 요소가 없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연극인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한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집중하여 관람하는 것이 놀라웠다. 연극 매니아들이라 그런 것인지 출연 배우의 광팬이라 그런 것인지 연극에 문외한(門外漢)인 나로서는 이점이 참 궁금하다.

연극은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진표는 오늘 부산으로 내려갈 10시 20분 ktx 열차를 예매해 놓았다고 했다. 아들이 아버지가 오늘 내려가신다니 한 번 더 뵙고 싶다고 해서 연극 시작 전에 만났던 지하 5층 배우 대기실로 다시 내려갔다. 충주와 몇몇 출연 배우들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모두 멋진 모습들이다.

진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부산에서 가장 큰 교회인 수영로교회에 출석한다. 언젠가 진표는 내게 아들이 주님께 충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충주'라고 지었노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충주는 믿음 좋은 청년으로 자랐고 서울의 큰 교회에서 특송도 많이 불렀다. 나는 가끔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에는 유튜브에서 찬양곡을 찾아 듣는다. 이충주가 부른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참으로 은혜롭다.

한 가지 재미난 것은 우리 가족이 삼십 년 가까이 출석하고 있는 노원창일교회의 사모님 동생분이 부산 수영로교회 집사님인데 충주 아버지인 내 고교 친구 진표와 서로 잘 아는 사이라는 점이다. 10여 년 전 우리 노원창일교회에서 선교센터가 있는 태국 치앙라이에 의료 봉사를 갈 때 조 집사님이 선교팀에 참여하셨다. 그때 우리 집 큰 딸이 약사로 의료 선교팀에 참여하여 의사 선생님인 조 집사님과 함께 산족마을 주민들을 위해 의료 봉사를 한 적이 있다.

재작년 1월 나는 치앙라이 '해피시티'에서 주관한 은퇴 힐링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2주간 그곳에 머무르는 중에 교회 단기선교팀이 왔는데 조 집사님이 부산에서 의료 봉사를 하려고 오셨다. 조 집사님이 아카족 산족마을 '바마이하교회'에서 의료 봉사를 하실 때 그 모습이 아름다워 내가 짤막하게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었다.

나는 그분을 알지만 그분은 나를 모르신다. 부산에 내려간 진표가 다음 날인 주일 날 교회에서 조 집사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조 집사님이 주 안에서 은혜 충만하시기 바란다는 말씀을 내게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치앙라이에서 조 집사님의 의료 봉사 활동하시는 모습을 담은 내 유튜브 영상을 함께 보며 덕담도 나누었다고 한다.

이렇듯 세상은 크고 작은 인연들로 얽혀 있다. 작은 인연도 매우 소중하다. 지난 삶을 돌아보니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작은 인연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왔다. '인생은 당신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누구를 만나느냐는 대부분 운(運)이다. 그리고 그 인연(因緣)을 이어가는 것은 노력이다'라는 말이 있다. 만남이 인연이라면 그 또한 운명(運命)일 수밖에 없다. 나는 그저 물 흐르듯 구름 흘러가듯 인연도 그렇게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다.

/ 2019.08.20(화) 김영택 씀

● 연극 '어나더 컨트리' 호평 속 성료…'신인 등용문' 자리매김

연극 '어나더 컨트리'(연출 김태한, 제작 PAGE1)가 3개월 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어나더 컨트리'는 1930년대 영국의 명문 공립학교를 배경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가이 베넷과 마르크스를 신봉하는 이단아 토미 저드 이 두 청년의 이상과 꿈, 좌절을 그린 이야기다.

작품은 파격적인 주조연 공개오디션 진행을 통해 13명의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해 개막 전부터 '신인 등용문'으로 화제를 모았다. 750:1의 치열한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예배우들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작품 속 캐릭터로 변신했다. 신인배우들과 베테랑 배우들의 신선한 조합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중소극장의 공간감을 최대한으로 살려 토미 저드의 작업 공간이자 등장 인물들이 가장 많이 만나는 장소인 도서관을 비롯해 위계질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체벌 장면 등의 상황을 적절한 구도로 그려내 장소의 제약을 최소화 했다. 국내 초연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원작 초연 이후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시대에도 깊은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작품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가이 베넷 역에는 이동하, 박은석, 연준석, 토미 저드 역에는 이충주, 문유강, 바클레이 역에는 이지현, 데비니쉬 역에는 강영석, 배훈이 무대에 올랐다. 이와 더불어 멘지스 역에는 이태빈, 파울러 역에는 이주빈, 최정우, 델러헤이 역에는 김의담, 샌더슨 역에는 김기택, 황순종, 하코트 역에는 이건희, 워튼 역에는 채진, 전변현, 그리고 Mr.커닝햄 역에는 김태한, 윤석원 배우가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 [출처] 뉴스컬처(2019.08.20) 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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