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꽃박람회] (4) 2019 고양국제꽃박람회 야외정원 풍경 / 창밖은 오월인데 피천득, 감나무 있는 동네 이오덕 (2019.04.28)

푸레택 2019. 4. 28. 23:49

 

 

 

 

 

 

 

 

 

 

 

 

 

 

 

 

 

 

 

 

● 창밖은 오월인데 / 피천득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탈 같은 미(美)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마리도 너도 고행의 딸

 

● 감나무 있는 동네 / 이오덕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연두빛 잎사귀 눈부신 뜰마다 햇빛이

샘물처럼 고여 넘치면

철쭉꽃 지는 언덕

진종일 뻐꾹이 소리 들려오고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 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짙푸른 그늘에서 땀을 닦고

싱싱한 열매를 쳐다보며 살아갈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