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풀이름 외기 / 송수권
봄날에 날풀들 돋아오니 눈물난다
쇠뜨기풀 진드기풀 말똥가리풀 여우각시풀들
이 나라에 참으로 풀들의 이름은 많다
쑥부쟁이 엉겅퀴 달개비 개망초 냉이 족두리꽃
물곶이 앉은뱅이 도둑놈각시풀들
조선총독부 식물도감을 펼치니
구황식(救荒食)의 풀들만도 백오십여 가지다
쌀 일천만 섬을 긁어가도 끄떡 없는 민족이라고
그것이 고려인의 기질이라고
나마무라 이시이가 서문에서 점잖게 게다짝을 끌고 나온다
나는 실제로 어렸을 때 보리 등겨에 토면(土麵)국수를 말아 먹고
북어처럼 배를 내밀고 죽은 늙은이를
마을 앞 당각에 내다버린 것을 본 일이 있었다
햄이나 치이즈 버터나 인스턴트 식품이면
뭐나 줄줄이 외워대는 어린놈에게
어서 방학이나 왔으면 싶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센인바리[천인침(千人針)]*를 받으러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았듯이
나 또한 이 나라 산천을 떠돌며
어린것의 식물 표본을 도와주고 싶다.
쇠똥가리풀 진드기풀 말똥가리풀 여우각시풀들
이 나라에 참으로 풀들의 이름은 많다
쑥부쟁이 엉겅퀴 달개비 개망초 냉이 족두리꽃
물곶이 앉은뱅이 도둑놈각시풀들.
* 센인바리(千人針)) : 일제강점기시대 징병이나 징용으로 끌려갈 때 우리 어머니들이 배조각에 천 사람의 바늘 땀을 놓아 지니고 가면 살아서 돌아 온다는 부적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