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꽃박람회] (1) 2019 고양국제꽃박람회 야외 정원 풍경 / 우리나라 풀이름 외기 송수권 (2019.04.28)

푸레택 2019. 4. 28. 23:23

 

 

 

 

 

 

 

 

 

 

 

 

 

 

 

 

 

 

 

 

● 우리나라 풀이름 외기 / 송수권              

 

봄날에 날풀들 돋아오니 눈물난다

쇠뜨기풀 진드기풀 말똥가리풀 여우각시풀들

이 나라에 참으로 풀들의 이름은 많다

쑥부쟁이 엉겅퀴 달개비 개망초 냉이 족두리꽃

물곶이 앉은뱅이 도둑놈각시풀들

조선총독부 식물도감을 펼치니

구황식(救荒食)의 풀들만도 백오십여 가지다

쌀 일천만 섬을 긁어가도 끄떡 없는 민족이라고

그것이 고려인의 기질이라고

나마무라 이시이가 서문에서 점잖게 게다짝을 끌고 나온다

나는 실제로 어렸을 때 보리 등겨에 토면(土麵)국수를 말아 먹고

북어처럼 배를 내밀고 죽은 늙은이를

마을 앞 당각에 내다버린 것을 본 일이 있었다

햄이나 치이즈 버터나 인스턴트 식품이면

뭐나 줄줄이 외워대는 어린놈에게

어서 방학이나 왔으면 싶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센인바리[천인침(千人針)]*를 받으러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았듯이

나 또한 이 나라 산천을 떠돌며

어린것의 식물 표본을 도와주고 싶다.

쇠똥가리풀 진드기풀 말똥가리풀 여우각시풀들

이 나라에 참으로 풀들의 이름은 많다

쑥부쟁이 엉겅퀴 달개비 개망초 냉이 족두리꽃

물곶이 앉은뱅이 도둑놈각시풀들.

 

* 센인바리(千人針)) : 일제강점기시대 징병이나 징용으로 끌려갈 때 우리 어머니들이 배조각에 천 사람의 바늘 땀을 놓아 지니고 가면 살아서 돌아 온다는 부적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