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봄날풍경] 달맞이섬, 월파정, 화장실문화전시관 / 산수유 마을에 갔습니다 강연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2019.04.28))

푸레택 2019. 4. 28. 22:05

 

 

 

 

 

 

 

 

 

 

 

 

 

 

 

 

 

 

 

 

고양국제꽃박람회 (2019.04.26~05.12) 관람도 하고 호수공원 둘레길도 걸어보아요.

 

● 일산호수공원 화장실문화전시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은 도심 속의 휴식처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 화장실전시관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화장실전시관은 규모도 작고 화장실 바로 옆 지하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화장실전시관에는 재미있는 볼 거리가 많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서양 화장실의 변천사, 화장실 관련 유물, 이색 화장실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화장실 관련 전시물로는 충남 부여군 수리 절터에서 발견된 변기, 조선시대 왕이 사용했던 변기, 경주 불국사의 수세식 변소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똥장군'이나 지게 등 서민들의 화장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물품도 전시돼 있다. 일명 '푸세식 화장실'로 불리며 옛날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재래식 화장실 모형도 눈길을 끈다.

 

외국의 화장실도 흥미롭다. 프랑스 루이 13세가 사용한 의자 모양의 변기 모형, 영국 제임스 2세의 변기, 17세기 유럽인들이 사용한 요강 등을 통해 유럽의 화장실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의 휴대용 변기 수병과 휴지 대신 사용했던 대나무 주걱, 중국의 전통 변소 등도 전시돼 있어 동양의 화장실 문화도 엿볼 수 있다.

 

매년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열리는 곳, MBC가 한 눈에 보이는 곳, 동양 최대의 인공호수. 바로 일산 호수공원이다. 일산호수공원은 약 30만 평의 면적을 자랑하고 있으며 1995년 개장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다.

 

일산호수공원은 잔디광장, 수변광장, 인공섬, 약초섬, 자연학습원, 월파정, 자전거 전용도로, 야외식물원, 다목적 운동장, 인공폭포 등 다양한 시설이 있어 나들이나 데이트 장소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일산 호수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수변을 따라 자전거 길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햇볕이 따뜻한 오후를 지나 황금빛 노을이 지는 오후까지 하루 종일 일산 호수공원에 있더라도 그 어디 하나 버릴 없는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걷기 좋으며 무엇보다 자전거를 대여해 수변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길을 달려보는 것도 좋다. 또한 곳곳에 벤치가 위치하고 있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쉬엄쉬엄 걷는 재미가 있다. 도심 속에서 뉘엿뉘엿 져가는 해를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는 일산 호수공원. 그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Daum News 발췌)

 

● 산수유 마을에 갔습니다 / 강연호

 

지리산 산동마을로 산수유 사러 갔습니다

산동 마을은 바로 산수유 마을이고

그 열매로 차를 끓여 마시면 이명에 좋다던가요

어디서 흘려들은 처방을 핑계 삼았습니다만

사실은 가을빛이 이명처럼 넌출거렸기 때문입니다

이명이란, 미궁 같은 귓바퀴가 소리의 출구를 봉해버린 것이지요

내뱉지 못한 소리들이 한꺼번에 귀로 몰려

일제히 소용돌이치는 것이지요, 이 소리도 아니고 저 소리도 아니면서

이 소리와 저 소리가 한데 뒤섞이는 것이기도 하구요

어쨌거나 이명은 이명이고 산수유는 산수유겠지만

옛날에는 마을의 처녀들이 산수유 열매를 입에 넣어

하나하나 씨앗을 발라냈다던가요

산수유, 하고 입안에서 가만가만 소리를 궁글려보면

이명이란 또한 오래전 미처 못다 한 고백 같은 것이어서

이제라도 산수유 씨앗처럼 간곡하게 뱉어낼 것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붉은 혀와 잇몸 같은 열매가 간절했답니다

어쩌면 이명이 낫는 대신, 지난봄의 노란 꽃잎마냥 눈이 환해지거나

열매처럼 붉은 목젖이 자랄 수도 있었겠지요

마을은 한창 산수유 열매를 따서 널어 말리는 중이었습니다

씨앗을 들어낸 뒤 마당이나 길바닥에 펼쳐놓은 열매들은

넌출거리는 가을빛에 쪼글쪼글해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문득, 장롱에 차곡차곡 개켜 넣은

철 지난 옷가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처럼 서글펐답니다

이제 돌아가면 오래전 쑥뜸 자국 같은 한숨 한번 몰아쉰 뒤

이명보다 깊이 잠들 수 있을는지요

산수유 사러 산수유 마을에 갔습니다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