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꽃박람회] (5) 일산호수공원, 2019 고양국제꽃박람회 첫날 풍경 Flower Peace / 봄꽃을 보니 김시천, 살구꽃 문신 (2019.04.26)

푸레택 2019. 4. 26. 20:01

 

 

 

 

 

 

 

 

 

 

 

 

 

 

 

 

 

 

 

 

● 일산 호수공원 '2019 고양국제꽃박람회' (International Horticulture Goyang Korea 2019) 첫날 풍경

 

● 박람회 개요

행 사 명 : 2019고양국제꽃박람회 International Horticulture Goyang Korea 2019

기 간 : 2019.04.26(금)~05.12(일) 17일간

운영시간 : 평일 10시~19시, 주말·공휴일 09시~19시

장 소 :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참가규모 : 30개국 350개 기관·단체

행사규모 : 호수교~장미원 입구 (150,000㎡)

 

● 봄꽃을 보니 / 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더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듯 어색한 미소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었다 지고 싶습니다

 

● 살구꽃 / 문신

 

해마다 4월이면 쌀 떨어진 집부터 살구꽃이 피었다

살구꽃은 간지럽게 한 송이씩 차례대로 피는 것이 아니라 튀밥처럼, 겨우내 살구나무 몸통을 오르내리며 뜨겁게 제 몸을 달군 것들이 동시에 펑, 하고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살구꽃은 검은 눈망울을 단 아이들이 맨발로 흙밭을 뒹구는 한낮에 피는 것이 아니었다

살구꽃은 낮은 지붕의 처마 밑으로 어둠이 고이고, 그 어둠이 꾸벅꾸벅 조는 한밤중에 손님처럼 가만히 피어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새벽이 오면 오갈 데 없는 별들의 따뜻한 거처가 되어주기도 하는 것이었다

 

살구꽃이 핀 아침이면 마을 여기저기에서 쌀독 긁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바닥의 깊이를 아는 사람들은 서둘러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굴뚝의 깊이만큼 허기진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살구꽃은 안쓰럽게 몇 개의 잎을 떨구어주곤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살구꽃이 함부로 제 몸을 털어내는 것은 아니었다

살구꽃은 뜰에 나와 앉은 노인들처럼 하루종일 햇살로 아랫배를 채우며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었다

살구꽃은 제 몸의 모든 기운을 한곳으로 모아 열매를 맺고 난 뒤, 열매가 단단하게 가지 끝에 매달린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타깝게 지는 것이었다

 

살구꽃은 살구나무 아래에서 흙장난을 하며 놀던 아이들의 얼굴 위로 지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풋살구를 털 때까지 얼굴 가득 버짐 같은 살구꽃을 달고 잠이 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