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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똘똘한 한채도 내리막길.. 최악의 '거래한파' 시작됐다

푸레택 2022. 9. 4. 20:46

똘똘한 한채도 내리막길..최악의 '거래한파' 시작됐다 (daum.net)

 

똘똘한 한채도 내리막길..최악의 '거래한파' 시작됐다

“집값이 너무 올라서 매매는 엄두도 못 냈고요. 올해 초 결혼하면서 3억5천만원으로 16평짜리 빌라 전세를 구했어요. 은행 대출 2억원, 신랑이랑 둘이 모은 돈, 부모님께 약간 도움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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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커버스토리

'벼락집값' 어디로?
지난달 거래 서울 주요 아파트 50곳 10년 역추적하니 두어배 올라

전문가들 "상식적이지 않은 수준 집값..떨어지며 정상화할 것" 전망
서울아파트 지난해 같은달 견줘 6.5%만 거래, 각종 지표 '하방' 가리켜

“집값이 너무 올라서 매매는 엄두도 못 냈고요. 올해 초 결혼하면서 3억5천만원으로 16평짜리 빌라 전세를 구했어요. 은행 대출 2억원, 신랑이랑 둘이 모은 돈, 부모님께 약간 도움을 받았어요.”

직장인 ㅈ씨에게 최근 신혼집 마련 과정은 험난함 그 자체였다. 감당하기 어려운 집값이 문제였다. 출근 문제로 서울 안에서도 집값이 비싼 ‘강남 4구’에 집을 구했다고 해도, 상상을 넘는 가격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갓 서른을 넘긴 ㅈ씨 부부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거액의 대출을 끌어당기고도 방 두칸 빌라 전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

ㅈ씨 부부는 맞벌이로 악착같이 모아 한해 최대 4천만원까지 저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이가 태어나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떻게든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 인근 실거주 공간 30평대 브랜드 아파트 호가는 15억원을 훌쩍 넘는다. ㅈ씨는 “한해 4천만원 저축도 꿈같은 얘기지만, 쉰살 넘을 때까지 20년을 그렇게 모아야 직장 근처 집을 살 수 있다는 게 비현실적인 느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요즘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부동산 뉴스를 매일 검색하다시피 한다”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높’이란 말을 뒤집으면 ‘푹’이라면서 집값이 크게 떨어질 거라고 기대하는데, 집값이 상식적인 선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거래 아파트 10년 가격 살펴보니

최근 수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은 지난 대선 최대 이슈의 하나였을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꼽혀왔다. 지난 7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낸 ‘서울 주요아파트 시세변동 분석결과’를 보면, 서울 30평 아파트 평균값은 2013년 1월 4억9100만원이던 게 9년 만에 12억78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을 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8월 아파트 평균값을 ‘100’으로 봤을 때 2013년 8월 당시 평균값이 74.7에 불과했을 만큼 가격이 크게 올라 있는 상황이다. 최근 집값이 주춤한 상태인데도 이 지수는 8월22일 현재 103.5를 기록하며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집값을 가리키고 있다.

통계 수치로만 보던 우리 동네 아파트는 실제로 얼마나 오른 것일까? 8월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전국 집값 풍향계 구실을 해온 서울에서 8월에 거래된 전체 아파트 274건의 최근 10년(같은 달 기준) 가격 변화를 살폈다. 이 가운데 주요 거래 사례로 취급되는 브랜드 아파트, 국민평형 59㎡(25평형)·84㎡(33~34평형), 중개거래(직거래는 제외)로 조사 대상을 좁혀 다시 50건의 값을 추렸다.

실제 사례를 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도 ‘대장주’로 불리는 ㄷ아파트 84㎡형은 지난달 16일 31억5천만원(15층)에 거래됐다. 9년 전인 2013년 10억1200만원 초반(6층)에 거래됐던 것과 견줘 20억원 남짓 차이, 한해 평균 2억원씩 집값이 오른 셈이다. 2019년 8월 거래된 건(21억6천만원·2층)과 견주면 불과 3년 사이 10억원이 폭등했다.

서초구 잠원동 ㅎ아파트는 84㎡형(8층)이 지난달 8일 21억5천만원에 거래됐는데, 2014년만 해도 7억 초반(9층)에 거래되던 곳이다. 8년 새 3배가 올랐다. ‘강남 4구’의 하나인 송파구 ㅇ아파트(84㎡형·14층)처럼 2013년 6억원대 후반(7층)이던 집이 2017년 9억5천만원(14층), 2021년 19억4천만원(14층)까지 널뛰기를 한 경우도 있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16억7천만원으로 하락 거래가 이뤄졌다.

부동산 신흥 강세 지역인 ‘마용성’에서도 상황이 비슷했다. 마포구 염리동의 ㅁ, 성동구의 ㄷ아파트는 2013년만 해도 3억원대이던 59㎡형이 지난달 각각 10억2천만원, 10억3천만원에 팔렸다. 집값 크기가 다를 뿐, 구로구 ㅎ아파트가 2013년 2억6800만원(16층) → 2017년 3억8500만원(12층) → 2022년 7억6천만원(16층)으로 오른 것을 비롯해 금천구 시흥동 ㄴ아파트(4억7800만원 → 5억5천만원 → 10억3천만원), 강북구 미아동 ㅇ아파트(2억6300만원 → 3억4900만원 → 6억2천만원) 등의 집값이 지난 10년간 두어배씩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이정용 선임기자

이에 대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집값이 가계소득을 기준으로 구매 가능한 선에서 형성돼야 하는데, 연봉 6천만원 소득자가 한푼도 안 쓰고 20년씩 모아야 집 한채를 살 수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터무니없는 호가 매물이 일부 거래로 이어진 뒤 언론 등을 통해 부풀려지면서 부동산 불안심리로 확산했고, 여기에 이른바 ‘영끌족’들이 가세하면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춘 감정평가연수원 연구자문교수(법학 박사)도 “낮은 금리와 코로나19 이후 풍부해진 현금 유동성, 일부 언론의 부동산값 부추기기 등이 일시에 결합해 엉터리 집값이 형성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비정상적인 가격은 결국 정상화하는 쪽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9년 영업 중 최악의 거래 한파”

끝 모르고 오를 것 같던 집값은 최근 잇단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 수치들이 이런 징후들을 보여준다. 당장 집이 사고팔리지 않으면서 ‘거래 절벽’을 넘어 ‘거래 빙하기’, ‘거래 멸종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8월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8월 한달 서울아파트 거래 건수는 274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달 4206건과 견줘 6.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국 기준으로 봐도 8월 거래량은 1만7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6418건) 대비 20% 수준이다.

지난해 2030세대는 “집값이 계속 올라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영 못 살 것 같다”며 이른바 ‘패닉바잉’을 이끌었다. 최근 이들의 기세도 완연히 꺾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 2014건 중 2030세대(20대 이하 포함)의 매입 비중은 24.8%(499건)로 집계됐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자, ‘패닉바잉’이 뜨거웠던 지난해 7월 44.8%와 견주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7월 85.0까지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2019년 7월1일(80.3) 이후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른바 집부자들이 선호한다는 ‘똘똘한 한채’도 내리막길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비(KB)부동산의 ‘8월 선도아파트 50 지수 증감률’은 -0.72%로 집계됐다. ‘전체 부동산 시장 축소판’으로 불리는 이 지수는 전국에서 가장 값비싼 아파트 단지 50곳(시가총액 기준, 집값×가구수)의 변동을 보여주는데, 이 역시 역주행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현장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서울 마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한겨레>에 “집값이 수억씩 떨어지고 있는데도 거래 자체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며 “현재 영업 중인 자리에서만 9년째 중개업무를 하는데, 이런 정도의 거래 한파는 처음이라고 할 만큼 최악”이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거래가 크게 위축된 분위기가 한동안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며 “‘영끌족’ 가운데도 실수요자들이 꽤 있어 (집값 하락을) 당분간 버티는 부분이 있겠지만, 무리하게 빚을 냈던 물량이 내년 본격 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집값 변화, 날씨 바뀌듯 받아들여야”

믿을 만한 정부·금융 관계자나 기관들 역시 부동산값 하락 전환을 넘어 집값 경착륙에 대한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날씨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듯, 부동산 거래 위축이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향하는 것은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주택가격이 10억원으로 올랐는데 2억~3억원 떨어진다고 해서 금융 충격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지난달 18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앞서 7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집 사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묻는 질문에 “이미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다. 금리를 올리게 되면 당연히 가격은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이슈노트’에서 “주택가격이 하락 전환한 가운데 주택거래가 부진하고 기대심리도 약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가격 고평가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금리 상승,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차입 여건이 악화되며 하방 압력이 점차 강화될 것”이라고 주택시장 리스크를 평가했다. 국토연구원 역시 지난달 연구보고서에서 “현재와 같은 금리 영향력을 고려하면 금리인상시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케이비(KB)금융 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은 ‘부동산시장 리뷰’에서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거래절벽은 지속되고 있으며, 높은 주택가격에 대한 부담과 최근 금리인상으로 인한 매수세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지난 6월엔 한국금융연구원이 “부동산 정체 또는 침체 국면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부동산금융 관련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모니터링과 사전관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는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이 6%대를 돌파하면서 이러한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주택을 담보로 3억원을 빌릴 경우, 30년 원리금균등상환 때 매달 200만원 안팎 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평범한 직장인 월급 상당 부분을 은행빚 갚는 데 쓰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내년 초 4%로 올릴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연준을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현재 2.5%)를 올리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16일엔 윤석열 정부가 5년간 270만가구 주택 공급 계획도 내놨다.

‘이자 푸어 인생’은 어쩌나

“사는 게 정말 팍팍해집니다. 이자 푸어 인생.” 최근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이른바 ‘영끌 대출’로 집을 산 끝에 월급 상당 부분을 이자 갚는 데 쓰고 있다는 푸념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집값 경착륙’ 가능성에 대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집값이 이미 고점에 왔다는 피로감, 기준금리와 함께 대출금리가 급등한 영향으로 집값이 하락 전환한 건 맞는 것 같다”며 “부동산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위기를 겪을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할 대책도 사전에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ㅣ한겨레 2022.09.03

/ 2022.09.04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