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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

푸레택 2022. 8. 17. 19:56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 (daum.net)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

젊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특히 서울에선 그렇다. 자녀를 둔 30대 중반 기혼 남성이 흔치 않다. 문화계에선 멸종한 듯하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에는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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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30대 남성 미혼율이 50%를 넘었다. 기혼보다 미혼이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40대부터 20대까지 미혼 남성을 대상으로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원인은 경제력만이 아니었다.

젊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특히 서울에선 그렇다. 자녀를 둔 30대 중반 기혼 남성이 흔치 않다. 문화계에선 멸종한 듯하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에는 30대 초반 아버지에게 원고를 청탁하려다 포기해야 했다. 잡지에 기고하는 1990년대생 글쟁이 중 아버지는 없었다.

이 업계에는 자녀 없는 딩크족이 많지 않냐고? 물론 제법 있다. 하지만 미혼이 압도적으로 많다. 30대 남성 절반 이상은 결혼하지 않는다. 40대 초반 미혼 남성도 많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의 경우 만 33.85세였다. 한국 나이로 35세다. 참고로 유부남이 다시 미혼으로 돌아오는 나이는 만 52.01세. 한국 나이로 53세, 딱 부장님 하기 좋은 나이다. 수치를 바탕으로 서울 남성의 평균적인 삶을 가정하면, 35세에 결혼해 약 18년간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다.

비약이라고?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율은 1천 명당 3.8명이었고, 이혼율은 1천 명당 2.0명이었다. 그렇다. 절반 이상 이혼한다. 통계를 보면 결혼은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종류의 것이 되어가는 듯하다. 차박 캠핑처럼, 방송통신대학원처럼 남들은 좋다지만, 안 해도 아쉽지 않은 것. 미혼 남성에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슬프고 솔직하고 당당한 답변을 들었다. 

마흔셋 +
최소한 삶의 질을 갖춘 다음에

그 많은 미혼들은 비혼주의자인가? 서울 4년제 대졸자에 건실한 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오래 한 평범한 43세 미혼남에게 물었다. 그는 결혼 안 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에게 결혼은 대학이나 직장처럼 반드시 거치는 통과의례 중 하나였다.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떠밀리듯 치르게 되는 것. 하지만 입시나 취업과 달리 결혼은 결심이 서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 학교 다니고, 군대 가듯 나이 먹으면 결혼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벌써 40대 미혼 남성이 되었네요. 제가 내년에는 결혼할까요? 모르겠어요.” 비혼주의자 아니라면, 연애할 때 결혼 생각을 가질 법하다. 그 역시 결혼 생활을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배우자와 원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 재산에 맞춰 작은 집에서 만족하며 사는 것을 배우자는 이기적으로 느낄 수 있다. 여자에게 그런 삶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 누구나 궁색한 삶을 싫어할 것이다. 동시대 여성의 감수성에 공감한다며, 배우자가 원하는 생활 수준은 갖춰야 된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올해도 결혼은 물 건너갔다며, 원인을 경제적인 이유에서 찾았다. “대한민국에서 부부가 바라는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누리기에는 연봉이 턱없이 낮아요. 이런 상황에서 책임지지 못할 짓은 하고 싶지 않네요.” 불혹을 넘겼으니, 중년의 외로움이 불안하진 않을까.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불안은 오히려 줄었어요. 정책은 표심에 끌려다니기에, 늙은이의 표를 잡기 위해 정치권은 앞으로 노인복지를 많이 펼치겠죠. 외로움은 커뮤니티에서 해소할래요.” 그는 함께 있을 때의 고독이 더 큰 외로움이라는 말을 남겼다.


서른여덟 +
매체가 결혼에 부정적인 인식 조장해

결혼 적령기를 지난 30대 후반의 심정은 어떨까? 조급함을 느낄까? 38세 방송 PD 박성택 씨에게 물었다. “많아진 돌싱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결혼 후 끔찍한 인생이 펼쳐질 것 같아요.” 방송인인 그는 자신의 미래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미래를 응원해주는 동반자를 찾는 건 행운이라며, 쉽지 않다는 내색을 비쳤다. 그 역시 20대부터 결혼할 의사가 있었지만, 조급하진 않았다. 화목한 가정을 보면 결혼에 긍정적인 자세를 갖게 되지만, 30년 이상 다른 인생을 살던 사람과 한 집에서 생활하는 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시간을 두고 서로 편해지는 기간이 필수예요. 일정 기간 이상 연애나 동거하는 게 좋죠.” 그는 여전히 결혼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결혼은 인생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하고,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하지만 자신이 안정되어야 배우자에게도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결혼에 대한 아름다운 꿈만 갖기에는 매체를 통해 접한 결혼 생활이 끔찍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고민은 없을까. “경제적인 문제가 크죠. 저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요. 결혼한 선배들은 작게 시작하라고 하지만, 돈 모으는 게 쉽지 않아요.”


서른다섯 +
번듯한 집과 차를 마련하지 못해서

결혼을 많이 하는 30대 중반은 결혼을 어떻게 바라볼까. 광고기획사에 다니는 35세 장원 씨는 20대부터 결혼을 생각했다고 한다. 깊게 고민하진 않았지만 안 하거나, 못하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때가 되면 알아서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결혼, 33세를 기점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35세인 현재 조급함을 느끼지만 스트레스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제 형편에 맞춰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됩니다. 번듯한 집도 차도 없는 저를 여자친구가 결혼 상대로 볼까요? 혼자 사는 생활의 만족감이 흔들릴까 걱정도 됩니다. 여자친구가 제 생활 속으로 들어왔을 때의 답답함이요.” 그는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선택지가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경제적 요인 외에도 30대 남자가 결혼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선, 더 좋은 사람을 찾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인터넷의 결혼 후기가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그에게 4050 총각들은 어떻게 보일까? “제 미래는 아니겠죠? 그들을 존중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진 않아요.”


서른 +
굳이? 혼자 사는 게 편안해

과거에는 직업을 갖고 사회에서 자리 잡으면, 다음 단계는 결혼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게임 개발자 30세 김도균 씨는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결혼을 동경했다고 한다. 형제와 부모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가족 형태에서 자랐기에 어른이 되면 그런 가정을 꾸리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생각의 변화가 일어난 것은 서른 즈음이다. “경제적 독립을 하고 1인 가구로 생활하면서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혼자 지내는 하루하루가 익숙하고, 관성이 붙으니 굳이 삶에 변화를 줘야 할까? 생각하게 돼요.” 그의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결혼 앞에 ‘굳이?’라는 의문이 붙는다. 안 할 이유도 없지만 꼭 할 필요도 없다. 결혼 적령기를 지난 세대는 결혼 부담을 경제 능력에서 꼽았다. 남자가 집을 마련해야만 하는 세대였다. 30세의 김도균 씨 생각은 달랐다. “남자라서가 아니에요. 결혼하려면 누구나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해요. 서로 행복하게 함께 살자고 결혼하는 거 아닌가요? 상대에 대한 책임감이 필요해요. 금전적인 것보다 상대방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을 빌리면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상황이나 개인의 성취 등 다양한 이유에서 찾아야 된다. 개인의 판단은 의식적 그리고 무의식적 계산에 의해 내려진다. 다양한 이유에서 청년이 결혼하지 않는 건 결혼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혼은 물 흐르듯 살아가다 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인생의 옵션 중 하나다. 때문에 다른 옵션을 선택한 이들을 동경할 때도 있다. “비혼을 선택한 형들이 많아요. 함께 어울려도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자유로워 보여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도 결혼하지 않으면 온전히 나를 위해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스물여덟 +
인생의 우선순위가 더 중요해

아직 결혼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20대는 결혼을 어떻게 관망할까? 20대 후반의 대학원생 정우재 씨는 결혼이란 자신과 배우자, 주변인까지 모두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앞서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결혼에 긍정적이었다. 언젠가는 결혼하리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혼자 있는 것보다 타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타고난 성향이 결혼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겠다. 결혼에 앞서 남성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태도는 기성세대와 달랐다. 남성이 지는 짐과 여성이 지는 짐이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 “결혼의 필요조건은 자신감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요. 두 가지가 결여된 사람은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고, 배우자와 가족 등 외부 시련을 견뎌내지 못할 거예요.” 결혼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자신감과 책임만으로 버틸 수 있는 세상인가? 결혼은 혼자만의 결정도, 두 사람만이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청년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결혼이 우선순위가 아닌 것, 경제적인 독립이 어려운 상황, 원하는 사람을 못 만난 것, 결혼에 확신이 없는 것. 틀린 말은 없다.


Editor : 조진혁 | Illustration : 이주승ㅣ서울문화사 2022.08.02

/ 2022.08.17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