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기후 위기, 나무가 희망이다①] 내 삶을 파고든 기후 변화

푸레택 2022. 8. 8. 15:37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인위적 온실가스의 배출량 증가가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이라고 선언했다. 탄소 저감이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의 긴급한 과제가 되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나무의 기능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 나무를 활용해 탄소 저감에 나선 곳을 찾았다. 나무가 숲이 되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치와 효용을 6회에 걸쳐 살펴본다.

‘따뜻한 3월과 쌀쌀한 4월’ ‘7월보다 무더운 6월’ ‘54일간 이어진 기록적인 장마’. 최근 2~3년 새 언론을 장식한 우리나라 기상 뉴스의 헤드라인이다. 장마는 길어지고,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늘어나고, 사계절 24절기를 기후 변화가 바꾸고 있다.

올여름 지구 반대편에선 살인적인 폭염이 유럽 전역을 집어삼키고 있다. 여름에도 20℃ 안팎의 선선한 날씨를 유지하는 영국이 4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9일 영국 기상청은 이날 오후 12시50분 런던 히스로 지역의 기온이 40.2℃로 영국 역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40℃가 넘은 것은 영국이 기상관측을 시작한 1659년 이래 365년 만이다. 이례적인 폭염으로 루턴공항 활주로 일부 구간이 부풀어 올라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남부지방에선 선로에 불길이 튄 후 화염에 휩싸이는 등 무더위 속에 수십 곳에서 자연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영국은 18일 사상 첫 4단계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포르투갈에서도 기온이 47℃까지 치솟았다. 프랑스 남서부와 스페인에선 폭염이 대규모 산불로 이어져 수천 명이 대피하는 등 최근 서유럽에선 이 같은 폭염으로 1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서유럽에서 맹위를 떨친 폭염이 동진하면서 20일에는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기온이 40.3℃까지 올라 일부 지역에서 전기 케이블 외피가 녹아내려 1만 가구가 정전됐다.

과학자들은 서유럽을 강타한 불볕더위가 제트기류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제트기류가 차단되면서 서부에 강한 저기압이 만들어졌고, 이 저기압이 남쪽의 더운 공기를 스페인과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에 뿌린 결과라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대기와 바다의 순환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더워지고 있다. 2015~2019년 지구의 평균 기온은 1850~1900년보다 1.1℃ 상승했고, 우리나라는 최근 30년 평균 기온이 20세기 초(1912~1941)보다 1.4℃ 상승했다. 2020년 여름 우리나라 중부지방에는 54일간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지면서 35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됐다. 당시 장마가 이례적인 특성을 보인 원인을 두고 ‘기후 변화에 따른 북극 이상 고온 현상 때문이다’ ‘매년 겪는 대기 내부 불안정성에 따른 자연 강수 변동이다’ 등 여러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진들조차도 지표면 평균 기온이 1℃ 올라갈 때 한국의 여름철 평균 강수량이 2~4% 증가한다는 슈퍼컴퓨터의 분석 결과를 외면하지 못한다. 공기는 뜨거워질수록 수증기를 품는 양이 늘어난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습해진 공기가 폭우 구름을 쉽게 발달시킨다. 과학자들은 지금처럼 기온이 3~5℃ 오르면 2100년에는 한반도의 여름 강수량이 지금보다 최대 15%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기후 변화가 우리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극지방의 동물들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6월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뜨거웠다. 전국 평균 기온은 22.4℃ 평년보다 1℃가 높았을 뿐인데 기상 관측이 전국에서 실시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등 곳곳에서 처음으로 ‘6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서울은 25년 만에, 인천은 117년 만이다. 제주지방도 1923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6월 중 가장 많은 폭염과 열대야 일수(각 5일)를 기록했다.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식중독과 온열질환자 발생 빈도가 크게 늘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 현황을 보면 5월 20일부터 7월 24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85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1명보다 1.3배 많다. 6월 한 달 간 발생한 식중독 건수도 53건(1198명)으로, 2007년 6월(56건)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은 발생 건수를 나타냈다.

기후 위기의 그림자는 일상 곳곳을 파고든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여성환경연대가 기후 재난이 일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지난 5년 간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로 거주 공간에 피해를 보았다’고 답한 사람이 총 응답자 1263명 중 절반(54.5%)을 넘었다. 비가 많이 오면서 곰팡이 번식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전체 30.4%로 가장 많았고, 건물 누수(18.4%), 건물 침수(4.9%) 등이 뒤를 이었다.

더위나 습기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가전제품의 종류도 많아졌다. 사람들은 에어컨, 제습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고가의 제품에 돈을 지출하고, 늘어난 가전제품만큼 전력 사용량도 증가한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두 달 만에 전세계적으로 식용유 공급난이 발생해 우리나라 마트의 식용유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19일 제주도내 한 마트에 공급난을 알리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7월 현재 국내 일반 가정에서 사 먹는 식용유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27.7%나 상승했다. 문정임 기자

가장 우려스러운 부문은 식량이다. 기상 이변은 농산물 생산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세계 각국은 더 비싸게 식료품을 수입해야 한다. 올해 가뭄과 폭염으로 대두 원료 생산이 줄자 전세계에 ‘식용유 쇼크’가 찾아왔다. 뉴스를 접한 지 오래지 않아 한국의 동네 마트에도 식용유가 동이 나고 가격은 30%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 여러 변수에 의해 나타나고 있지만, 불안정한 날씨는 앞으로 다른 형태의 식량 부족과 식량 안보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중요한 문제로 거론된다.

문정임 기자ㅣ국민일보 2022.07.24

/ 2022.08.08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