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엄마 꽁무니만 졸졸"..'껌딱지' 귀요미들 (daum.net)
ㅣ강릉 경포습지 흰뺨검둥오리 육추 중.. 맹금류 등 위험 요소 많아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엄마 꽁무니만 졸졸∼.
요즘 강이나 도랑, 하천 등에서 흰뺨검둥오리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다. 강원 강릉시 경포습지 일원의 논과 도랑에는 새끼를 데리고 육아 중인 흰뺨검둥오리 몇 가족이 있다. 인근 풀숲 등에서 부화에 성공한 뒤 물가로 데리고 나온 것인데 엄마를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에 귀여움이 넘쳐난다. 흰뺨검둥오리는 워낙 흔해 평소에는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어미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껌딱지'처럼 붙어서 졸졸 쫓아다니는 새끼들의 모습은 귀엽다 못해 앙증맞을 정도다. 어미가 속도를 내 멀찍이 달아나면 종종거리는 모습으로 쫓아가 어미 품으로 달려든다. 그러다가도 인기척이 있거나 위험을 감지하면 어미를 따라 갈대숲으로 잽싸게 숨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 가끔 새끼 1∼2마리가 위험을 모르고 형제와 떨어져 어미 품을 벗어나기도 하지만 어미가 바로 따라 나와 이끌고 들어가 위험을 피한다.
새끼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때도 어미는 고개를 들고 주변을 감시하고 새끼를 돌보느라 잠시 쉬지도 못한다. 다른 흰뺨검둥오리 가족은 새끼 일부가 도랑에서 높은 턱 때문에 논으로 올라오지 못하자 어미가 이리저리 부산하게 날아다니며 새끼들이 올라올 길을 찾는 등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산책하는 사람이 논둑을 걸어가자 갑자기 어미가 새끼에게서 떨어진 곳으로 가 갑자기 꽥꽥 울고 다친 것처럼 날개를 퍼덕거리는 등 의태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는 관심을 자기에게 돌려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다.
얼마 후 이 흰뺨검둥오리 가족은 무사히 한 곳에 모였고, 모든 형제가 도랑에서 함께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원앙도 새끼를 데리고 육아 중이다. 그러나 어미 원앙은 새끼가 어느 정도 커서인지 새끼들을 놔두고 이따금 멀리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등 자기 볼일을 보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경포습지에는 황조롱이 한 쌍이 계속 하늘에서 맴돌고 고양이, 수달, 삵 등 포식자들도 있어 이들 가족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도랑 둑을 걷는 사람들도 많아 위험은 상존한다.
경포천에서는 어느 정도 큰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흰뺨검둥오리 가족이 있는데 처음 7마리였던 새끼가 이틀 뒤 6마리가 됐다. 흰뺨검둥오리가 한배에 10∼12개의 알을 낳은 것으로 보아 꽤 많은 가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 새끼 10마리를 데리고 다니던 다른 흰뺨검둥오리 가족은 다음날 새끼 9마리만 보였다. 또 인근의 남대천에서는 어미 흰뺨검둥오리가 겨우 새끼 2마리만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곳 남대천 양쪽 둔치에서는 최근 천년 축제 강릉단오제의 최대 볼거리인 난장과 공연 등이 떠들썩하게 열렸던 곳이다. 흰뺨검둥오리 새끼들이 가족과 떨어졌거나 삵이나 고양이 등에게 변을 당해 많은 가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어미나 새끼에게나 녹록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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