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강렬한 끌림'..토종의 아름다움 '불거지' (daum.net)
ㅣ번식기에만 화려한 색 수컷 피라미.. 어떤 외래종 관상어에도 밀리지 않아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요즘 최고의 물고기 사냥꾼 검은댕기해오라기의 역동적인 사냥 장면을 취재하다 흔하디흔한 사냥감인 피라미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번식에 들어간 피라미들은 요즘 유속이 빠른 강릉시 한복판을 흐르는 남대천 물결을 헤치고 여울을 거슬러 올라온다. 피라미들 가운데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혼인색을 띤 수컷 피라미도 쉽게 볼 수 있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여울에서 몸을 잔뜩 낮추고 그런 피라미를 노린다.
그런데 어느 순간 찰나의 사냥 장면보다 검은댕기해오라기가 사냥한 무지개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혼인색의 수컷 피라미, 일명 불거지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수컷 피라미가 안타깝게 여울을 거슬러 오르다 '사냥꾼' 검은댕기해오라기에 의해 사냥을 당했다. 대부분 거센 부리에서 몸부림치다 결국 먹이가 되고 만다.
그러나 아주 가끔 거센 몸부림으로 사냥꾼 부리에서 떨어져 나가 기사회생하기도 한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어이가 없는 듯 멍한 표정이다. 멋진 장면을 선물하고 유유히 사라진 것이다. 피라미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인지 남대천 검은댕기해오라기 사냥터에는 쇠백로와 중대백로까지 찾아와 물고기 사냥을 한다.
수달도 자주 나타나 각종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이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그래도 번식을 위해 피라미들은 계속 여울을 거슬러 오르고 또 오른다. 피라미는 평소 암수 모두 몸 색깔이 광택이 있는 은백색으로 수수한 편이다. 산란기에 접어든 6∼8월에만 수컷에게 다른 물고기로 착각할 정도로 몸 색깔을 바꾸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배와 지느러미가 붉은색으로 바뀐다. 혼인색이다.
누구는 연분홍 한지에 청색과 녹색을 묻혀 힘차게 가로 긋고, 선명한 주황 띠를 그려 마무리한 듯하다고 표현했다. 너무 흔하다 보니 대접을 못 받는 피라미. 사실 혼인색 물든 수컷의 아름다움은 어떤 외래종 관상어에도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피라미는 번식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혼인색이 사라지고, 다시 암수의 구별이 어려워진다고 한다. 불거지는 뜨거운 여름 3개월 정도만 볼 수 있는 보호해야 할 토종 어종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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