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세상이 왁자지껄 시끄러울 때는 다툼이 있단 소리. 야곱이 결혼한 뒤 한참 만에야 친구를 만났다. “자네 부부는 어떻게 지내는가?” 야곱이 우울한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는 변했다네. 연애 시절엔 내가 주로 얘길 하고 아내가 들었지. 결혼 뒤엔 아내가 주로 얘길 하면 내가 듣게 되더군. 지금은 말이지, 우리 둘이 떠드는 얘기를 이웃사람들이 모두 듣고 산다네. 싸우는 목소리가 담을 넘거든.”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하루 행복하려면 이발을 하고, 일주일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고, 한 달 행복하려면 차를 사고, 일 년 행복하려면 집을 사고, 평생 행복하려면 정직하게 살라고.
사랑과 진실을 품고 살 때 세상 또한 밝아진다. 일을 할 때도 사랑으로 행해야지. “사랑을 품은 가슴으로 일하지 않으려면 성전 앞문에서 구걸을 하는 편이 나을 거예요. 빵을 구울 때 사랑으로 하지 않으면 빵맛이 쓸 뿐이죠. 괴로운 맘으로 포도주를 만들면 그 괴로운 마음이 포도주 속에 고스란히 담기죠. 천사처럼 노래해도 사랑이 담기지 않으면 사람들이 결국엔 귀를 막게 될 것입니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읽다가 밑줄 그은 구절. 영원한 것은 없지. 사랑도 물론이다. 굳게 각오하고, 이를 앙 물고 지켜내야 날마다 숨을 쉬게 되는 마음. 천사들의 합창, 사랑 노래를 듣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밤송이가 누렇게 영글고 대추 열매도 굵어지고 있다. 조용조용 깊어가는 가을이다. 노란 불빛의 집들. 바닷가 마을 게가 기어 다니듯 조용조용 찾아온 밤이면 쓰르라미가 목이 터져라 운다. 그래봤자 야곱이 싸우는 소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세계에서 가장 방귀를 잘 뀌는 ‘까스명수’보다는 턱없이 모자란 쓰르라미 목소리. 사랑으로 부르는 노래, 천사들의 합창으로 밤이 꽉 찬다. 현해탄 건너 부잣집 영감 ‘수표로 밑닦가’ 상이 아무리 태클을 걸어도, 우리들은 단단히 사랑하고 뭉쳐서 잘 이겨낼 거야. 진실하고 정직하게 살면, 끝내 당당하게 웃을 수 있지.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19.09.04
/ 2022.07.18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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