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바다빛깔 블루가 인기라고 한다. 패션과 가구, 그림과 사진, 창틀과 지붕 색깔에도 블루가 자주 눈에 띈다. 승용차 색깔도 블루가 심심찮게 돌아다닌다. 청바지 차림의 선남선녀들이 봄기운을 가득 몰고 왔다. ‘아침이슬’의 가수 양희은씨는 한때 청바지 통기타 세대의 상징이었다. 양희은씨 어머니는 양장점을 하셨단다. 대여섯살 때 육촌 오빠의 닳은 청바지를 물려받았는데, 엄마가 한쪽 무릎에 예쁜 튤립을 수놓아 입혔다고 한다. 고2 생일 때 처음 맘보청바지를 엄마가 사줬는데, 교복 이외엔 그 청바지로 멋을 부렸다고. 엄마의 양장점엔 패션잡지들이 많아서 영화배우 알랭 들롱과 제임스 딘이 즐겨 입던 인디고 블루 청바지 사진을 오려 간직했단다. 그녀는 모교 서강대와 서소문 동양라디오, 노래하던 명동 카페촌, 후암동 자택을 오가면서 청년기를 보냈다. 청바지 차림에 기타를 둘러메고 김민기 아저씨 노래들을 불렀다. 그녀가 입은 청바지는 신세대의 강인함과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권위적인 양복과 한복저고리에서 벗어난 평등과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이런 불황엔 짠돌이들이 살아남는다지. 누가 불황 탈출비법이라고 몇마디 조언. 술자리가 이어지면 가장 싸게 나온 데서 재빠르게 계산할 것, 선배들을 가까이할 것(한국에선 선배가 주로 계산), 1인분씩 줄여서 주문할 것, 교통비가 싼 한국에선 대중교통이 남는 장사, 냉면사리를 곱빼기로 시킬 것(그래야 고기값을 아낌), 헌 옷을 고쳐 입고 질긴 청바지를 애정할 것, 나돌면 돈이니깐 집에서 가만히 책을 읽고 텔레비전으로 세계 여행, 가진 땅이 없으면 하늘을 자주 쳐다보며 햇볕을 쬘 것(하늘은 당신의 소유). 재밌기도 하고 좀 얍삽하기도 한 그런 소리!
나는 어려선 청바지가 별로였는데, 요새는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이제서야 청춘인가. 굼뜨고 늦터진 인생. 소문에(?)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남자렷다. 당신이나 나나 조금은 더 ‘전성기’여도 괜찮아.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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