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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신의 음성

푸레택 2022. 7. 7. 18:19

[임의진의 시골편지]신의 음성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신의 음성

[경향신문]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지 답답한 일이 생기면 바다에 성큼 가고 싶다. 무엇보다 나는 바닷소리가 좋더라. 음반더미 속에 파묻혀 살며 지내지만, 미안하게도 내 영혼을 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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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지 답답한 일이 생기면 바다에 성큼 가고 싶다. 무엇보다 나는 바닷소리가 좋더라. 음반더미 속에 파묻혀 살며 지내지만, 미안하게도 내 영혼을 씻겨주는 바닷소리만 못하다.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거나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등의 일부터 하려들 것이 아니다.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보여주어라.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면 기꺼이 배를 만드는 데 손을 거들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잠언이다. 바다를 깊이 만난 사람과 만나보지 않은 사람의 차이란 무엇일까. 말꼬리 잡길 좋아하고 비뚤어진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배배 꼬여서 동의하지 않고 어깃장을 놓을 게다. 바다를 모르는 사람에게 바다를 소개하는 말은 이처럼 설명 불가. 바다를 만나고 파도에 몸을 맡겨 헤엄쳐 본 사람, 뱃고동 소리와 뱃전에 부딪히는 물결의 찰싹대는 소리를 기억한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어려서 배를 한 척 갖고 싶었다. 선착장에 묶여 있던, 배라고 할 것도 없는 뗏목이 하나 있었다. 하루는 또래 동무와 그놈을 끌어내 바다로 진출해 보았다. 항해는 한 시간도 채 못돼 어선에 발각되어 끌려왔다. 성공했다면 시방 신문에 표류기를 연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착장과 멀어지면서 들리던 바닷소리는 매우 고요했다. 동무도 순간 겁을 먹었는지 낯빛이 하얘졌다. 그때 구출하러 온 뱃고동 소리가 수차례 들렸다. 불가에서는 해조음이라 하여 바다에 감긴 모든 소리를 염불이라 한다던데, 자비로 가득한 염불의 공덕을 만났던 장면이다.


겁이 없는 자들이 꼭 문제를 일으킨다. 이웃과의 관계를 고려치 않은 안하무인 제멋대로가 큰 사달을 낸다. 제 말만 고집하는 요란한 세상에 굽히고 따르는 나직한 말, 경외심과 겸손이 묻은 말을 사모해야 한다. “고요한 바다로 저 천국 향할 때” 찬송을 부르면서 바다로 예배를 드리러 가자. 신의 음성을 듣기엔 사실 예배당은 좁아터진 데다 상업 광고가 너무도 많다.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20.03.18

https://youtu.be/O8TJ2ltnE7A

https://youtu.be/gxvkR7jmZRc